자산유동화·SI 참여·셰어딜, 올해 오피스 시장 흐름

올 들어 서울 오피스 시장에서는 거래 구조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과거 기관투자자 중심으로 움직이던 시장에 전략적 투자자(SI)가 본격적으로 참여하면서, 셰어딜(Share Deal) 방식이 확산되고 있다. 기업들은 보유 자산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는 동시에, 주요 임차기업들은 단순 임차에서 소유로 전략을 전환하며 사용자 중심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룹사 자산유동화, 현금과 재무 안정 확보
현대그룹, KT&G, 넷마블, 롯데건설 등 주요 그룹사들은 사옥과 비핵심 자산을 매각해 유동성 확보와 재무 안정화에 나섰다. 대표적인 방식은 세일즈앤리즈백(Sale & Leaseback)으로, 매각 후 다시 임차해 사용하는 구조다. 이를 통해 단기적으로는 재무 건전성을 높이고, 장기적으로는 신사업 투자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예컨대 현대그룹은 연지동 사옥을 약 3000억 원에 매각했고, KT&G는 서울 을지로타워와 분당타워를 처분하며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섰다. 넷마블 역시 구로 본사 지타워 매각을 추진하면서 재임대를 고려 중이다. 이처럼 자산유동화는 단순 매각을 넘어 기업의 전략적 자본 운용 수단으로 기능하며, 시장 내 매물 증가를 촉진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SI 사옥 매입, ‘사용자이자 투자자’로 부상
주요 임차기업(SI)은 임차인에서 자산 소유자로 변신하고 있다. 임대료 상승 부담을 줄이고 장기적 운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CJ올리브영은 KDB생명타워를 매입해 자체 사옥을 마련했고, CJ그룹은 제일제당센터를 셰어딜 구조로 재확보했다. 강남N타워는 빗썸이 직접 지분을 확보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단순 비용 절감을 넘어 브랜드 가치 제고와 안정적 자산 운용이라는 전략적 목적을 담고 있다.

셰어딜, 확산되는 거래 구조
거래 방식에서는 셰어딜이 뚜렷하게 확산되고 있다. 이는 부동산 실물 매입 대신 자산을 보유한 법인의 지분을 취득하는 구조로, 취득세 절감(4.6% → 0~0.5%), 운영 연속성 유지, 거래 절차 간소화라는 장점이 있다.
2025년 상반기 서울 주요 오피스 거래 10건 중 8건이 셰어딜로 이뤄졌다. 현대차증권빌딩은 코람코자산운용과 현대차증권이 지분 구조를 재편했고, 크리스탈스퀘어는 신라젠·리드코프 등 SI와 자산운용사가 공동 참여해 거래를 성사시켰다. 단순 매매를 넘어 세무·재무·운영 전략이 결합된 구조화 거래로 자리 잡으며, 불확실성이 큰 시장 환경 속에서도 클로징 가능성을 높이는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
특히 임차인이 직접 자산 가치 향상과 안정적인 임대 수익 확보를 도모할 수 있어, 셰어딜은 복잡한 거래 환경에서도 유효한 해법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흐름은 당분간 서울 오피스 시장에서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한국 오피스 시장은 자산유동화를 통한 그룹사의 현금 확보, 전략적 투자자(SI)의 적극적 참여, 그리고 셰어딜 확산이라는 세 가지 축이 맞물리며 구조적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전통적 기관투자자 중심의 투자 풀(pool)에 SI와 리츠가 가세하면서, 시장의 안정성과 유동성을 동시에 강화하는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