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조달시장에서 틈새를 찾는 것
틈 또는 틈새란 벌어진 사이에 난 자리를 의미합니다. 벽에 부딪친 금융조달시장에서 대부분의 사람이 이 틈을 잘 발견하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틈새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지요. 틈을 찾았을 때 희열이 있지만, 계속 벽에 가로막혀 좌절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제가 왜 틈새 이야기를 서두에 꺼냈을까요? 돈의 대여자인 금융기관과 빌리는 채무자가 직접 연결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여러 단계 또는 여러 사람을 거쳐 연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채무자의 요구와 금융기관의 자금집행 결정에서 차이가 크지 않을 때도 있으나, 채무자의 무리한 요구 또는 금융기관의 보수적인 자금집행 의사에 따라 갭(Gap)이 큰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다만 금융기관이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또는 채무자가 자금집행 의사결정에 부합하기 위해 서로 조금씩 노력하면 갭이 점점 작아집니다. 결국 갭을 줄이고 틈을 만들어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 딜을 성사시켜야 하는데요. 결국 이는 이해 당사자, 즉 사람이 하는 것입니다.
금융이 돈장사 또는 돈놀이처럼 보이지만 사람과 사람의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굉장히 시스템적이고 객관적일 것 같지만 최종 판단은 사람이 하므로 주관적인 요소의 개입이 적지 않습니다.
자금의 융통은 어떤 형태로든 이뤄지기 마련인데, 유독 금융기관의 문턱은 높습니다. 저도 아파트담보대출을 저금리로 받기 위해 대출상담사의 도움을 받으니까요. 금융권 종사자도 이렇게 도움을 받는데 금융권 종사자가 아니면 얼마나 막막하겠습니까?
금융의 지원 여부는 심사라는 잣대를 만들어 주관적 요소의 개입이 상당히 많습니다. 딜이 복잡하면 패스, 모르면 패스, 바쁘면 패스 등의 사례가 비일비재한데 저도 그런 적이 있습니다.
따라서 하나하나 분석하고 비교하면서 기존의 틀에 갇혀있지 않고 틈을 비집고 나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틈을 찾으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기울여야 딜의 성사 가능성이 높아지니까요.
오전부터 기존 거래처의 하소연, 자산운용사 상무의 하소연 등등 힘든 금융환경에 대한 하소연을 듣다 보면 도움을 주지 못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있지만, 어떻게 해서든 틈새를 찾아보려 애쓰는 것도 사실입니다.
요즘 제 일에서 저는 이런 틈새를 찾고 있습니다.
첫째, 지난달 26일부터 스트레스 DSR이 은행권부터 시행됐습니다. 2금융권은 잠정적으로 6월 정도 시행 예정이고요. 3월부터 2금융권 시행 이전까지 은행과 2금융권 가계 대출의 틈이 벌어지는 만큼 여기를 비집고 파고들어 보려 합니다. 대출한도, DSR산출, 외국인인 채무자 등 틈새는 존재하거든요. 대출상품으로는 부동산 분양 및 매매 잔금대출, 임차보증금 반환대출 등이 해당될 것 같네요.
둘째, 주택을 담보로 한 주택임대업 및 주택매매업의 기업대출은 담보인정비율(LTV)이 최고 60%로 제한되고 있습니다. 여기에도 틈새는 있습니다. 규제 지역을 제외하면 개인사업자 또는 법인사업자의 LTV를 상향할 수 있는 틈이 있습니다. 대출상품으로는 기업운전 자금, 기업시설자금이 해당될 수 있겠네요.
셋째, 생활형숙박시설(생숙)이 요즘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요. 그중에도 틈새는 있더라고요. 지난달에 생숙 기표로 바쁜 나날을 보냈습니다. 본인이 거주하지 않는 숙박업 사업자를 등록한 생활형숙박시설은 아직 잔금대출의 기회가 남아 있습니다. LTV 75% 선까지 가능하고요.
글로 다 표현할 수 없지만, 돈을 빌려주는 금융기관과 돈을 빌리려는 사람 모두 힘든 시기입니다. 대출은 수학처럼 풀려고 하는 게 아니라, 글을 써 내려가듯 스토리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상대방의 말을 많이 듣고, 생각하고, 고민하고, 찾다 보면 서로의 접점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고 오늘도 틈새를 찾기 위해 노력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