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개발, 이익을 나누면 주민수용성이 따라올까

에너지 전환의 속도와 수용성의 균형
최근 전라남도는 일정 조건을 충족한 가구에 연간 수십만 원의 에너지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정책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이는 재생에너지 개발로 발생한 이익을 지역사회와 공유하려는 시도로, 단순한 복지를 넘어서는 정책적 전환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재명 정부 역시 ‘햇빛연금 바람연금으로 주민참여형 RE100에너지’ 구축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며, 이익공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재생에너지 개발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돼온 ‘주민수용성’ 문제에 대한 정책적 응답입니다. 실제로 태양광과 풍력 프로젝트를 둘러싼 민원과 지역 갈등은 점차 빈번해지고 있으며, 주민수용성은 이제 재생에너지 사업의 핵심 리스크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전기위원회는 전기사업 허가 심의 과정에서 기술력이나 재무 안정성뿐만 아니라 주민수용성 부족을 주요한 보류 또는 불허 사유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실제 사례에서도 주민 설명회 미이행, 민원 갈등, 지역 반발 등을 이유로 수많은 프로젝트가 유보되거나 무산되고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들 역시 조례 개정을 통해 주민참여형 개발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이격거리 제한을 완화하는 대신, 해당 지역 주민이 사업에 실질적으로 참여해야만 혜택을 주는 방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전남 강진군의 사례를 보면, 발전소 반경 500m 이내에 5년 이상 거주한 주민의 3분의 2 이상이 참여하고, 한국에너지공단이 인증한 주민참여형 구조일 경우 이격거리 제한을 풀어줍니다. 즉, 강진군에서는 태양광 발전을 하려면 인근 주민이 실질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전기사업허가나 개발행위허가 등 인허가 절차에서 주민 반발은 심사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해서는 ‘주민수용성’이라는 문턱을 반드시 넘어야 합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주민참여를 촉진하고 갈등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결국 재생에너지 개발의 이익을 주민과 나누는 이익공유제가 도입되고 있습니다. 지역사회와 신뢰를 쌓고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함께 돈을 버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입니다.
제도화된 이익공유: 산업부 고시와 신안군 조례
이익공유제도는 중앙정부의 고시와 지방정부의 조례를 통해 제도화되고 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 및 연료혼합의무화제도 관리·운영지침」 제7조를 통해,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사업에 최대 0.3 REC의 가중치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태양광은 최대 0.2 REC를 받을 수 있으며, 이는 최근 REC 현물 가격 기준으로 1KWh당 약 14원이 지역 주민 몫으로 돌아가는 구조입니다.

전라남도 신안군은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 공유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2018.10.5.)하여 전국에서 가장 선도적인 이익공유제 모델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조례에 따라 발전사업자는 지역 주민과 신안군에 일정 비율 이상의 수익을 배분해야 하며, 단순한 현금 지급이 아닌 지분 참여를 통해 구조적 공유를 실현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발전소 SPC의 자기자본의 30% 이상 또는 총 사업비의 4% 이상을 주민이 주식, 채권, 펀드 등의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화되어 있습니다.
신안군은 발전소로부터의 거리와 주민의 거주 이력을 고려해 매우 정교한 배분 체계를 운영합니다. 태양광발전소의 경우 반경 100미터 이내의 지역 주민에게 가장 높은 가중치를 부여하고, 500미터, 1000미터별로 단계적으로 낮은 가중치를 적용하여, 발전소와 가까운 주민일수록 더 많은 권리를 가지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익 공유의 수혜 자격도 체계화했습니다. 조례 시행일인 2018년 10월 5일 이전부터 해당 지역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던 주민은 전면적인 참여 권리를 보장받으며, 이후 전입한 주민은 연령과 전입 시점에 따라 권리가 차등 부여됩니다. 예를 들어, 만 40세 이하 주민은 전입 즉시 100% 권리를 가지지만, 40세 초과일 경우에는 전입 후 일정 기간이 지나야 전면 권리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이는 외지인의 투기성 전입을 방지하고, 장기 정주 의사가 있는 주민에게 실질적 권리를 집중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또한 신안군은 에너지 수익을 지역 아동의 복지로 연결하는 '햇빛아동수당'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신안군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고 아동복지법상 아동으로 분류되는 미취학 아동부터 고등학생까지를 대상으로, 1인당 연간 40만 원의 수당을 지급합니다.
실제로 신안군은 2021년부터 ‘햇빛연금’이라는 이름으로 배당금을 지급해왔습니다. 안좌도, 자라도, 지도, 사옥도 등에서 연간 3억~18억 원 규모의 배당이 이뤄졌고, 2023년까지 누적 지급액은 220억 원을 넘었습니다. 전체 군민의 약 30%가 이 제도의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이처럼 신안군의 제도는 지분 참여, 거리 기반 차등 배분, 거주 이력 조건화, 아동 복지 연계 등 다층적 장치를 통해 주민수용성을 제도적으로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보상이나 설득을 넘어, 재생에너지 개발 수익을 지역사회와 실질적으로 공유하려는 정교한 구조로, 전국적으로도 주목받는 모델이 되었습니다. 인근 해남군, 영광군, 진도군도 조례 개정을 추진하고 있고, 전라남도에서도 에너지기본소득의 근간으로 활용하려고 합니다.
풀어야 할 과제
이익공유제도가 광역으로 확산되고 실효성 있는 제도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중요한 과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제도 설계의 정교함뿐만 아니라, 제도 간 정합성, 지역 여건에 따른 조정, 주민 신뢰 형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의 고민이 필요합니다.
첫째, 민간 PPA 중심의 RE100 시장 확대와 REC 가중치 인센티브 간의 정합성 문제입니다.
현재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제도(RPS) 체계에서는 주민참여형 발전사업에 REC 가중치를 부여하며, 이는 사업자에게 주민참여에 대한 유인책이 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향후 민간 PPA(전력구매계약) 시장이 확산될 경우, REC 가중치 구조와는 별개의 시장이 형성됩니다.
이때 REC 인센티브가 민간 PPA에서도 유지될 수 있는지, 누가 그 비용을 부담할지 불명확합니다. PPA는 정부 인센티브 반영이 어렵고, 시장 가격만으로 주민 보상을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에, 새로운 보상 메커니즘이나 주민참여형 사업에 대한 보조금, 세제 혜택 등 정책 설계가 필요합니다.
둘째, 지역별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조례 확산으로 인한 갈등 우려입니다.
신안군처럼 섬 지역은 단위가 명확하고 인구가 제한적이어서 주민 수용성과 이익 배분 대상이 비교적 명확합니다. 하지만 내륙 지역이나 대규모 프로젝트의 경우, 발전소 반경 인근 주민과 해당 읍·면 전체 주민 사이에 ‘누가 수혜 대상인가’를 두고 갈등이 발생하기 쉽습니다.
실제로 일부 지자체에서는 조례 제정 과정에서 수혜 범위를 두고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습니다. 이는 사업자와 지자체, 주민 간 협의 없는 일방적 제도 추진에서 비롯된 결과로, 제도의 본래 목적을 훼손할 수 있습니다. 전국 확산을 위해서는 지역 여건에 따라 수혜 범위를 유연하게 설계하고, 갈등 조정을 위한 협의 구조를 제도에 내재화해야 합니다.
셋째, 주민 참여를 ‘의무’로 강제하는 설계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발전사업 인허가 과정에서 주민 지분 참여를 의무화하거나, 특정 비율의 배당을 법제화하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는 언뜻 보면 주민 수익을 보장하는 긍정적인 조치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사업 구조를 복잡하게 만들고 금융 조달에 불확실성을 더하며, 주민에게 예상치 못한 재무적 리스크를 전가할 우려도 존재합니다.
지분 참여를 통한 배당은 수익 변동에 따라 줄거나 없어질 수 있으며, 예상하지 못한 책임이 주민에게 돌아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주민참여는 법적 의무가 아닌, 상호 신뢰에 기반한 자율적 구조로 설계되어야 하며, 주식, 펀드, 수익공유형 계약 등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해야 합니다. 일률적·강제적 방식은 오히려 반발을 초래하고 제도의 정착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맺으며: 이익공유만으로 충분한가
재생에너지 확대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지역사회와의 갈등이 심화된다면, 아무리 뛰어난 기술도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에너지 전환은 단순한 설비 확충이 아니라, 지역과 함께 가는 과정이어야 합니다.
이익공유는 주민을 단순한 수용자가 아닌, 함께 성장하는 파트너로 인식하게 만드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상황에서 이익공유가 정답이 될 수는 없습니다. 참여 방식이 경직되거나 주민 간 갈등을 야기하는 구조라면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정책의 목표는 단기적 보상이 아닌, 지역사회와의 장기적 동반자 관계 형성에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주민을 신뢰의 주체로 보고, 의사결정 과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기술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전환하는 패러다임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익공유는 분명 유용한 도구입니다. 그러나 그것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다양한 지역 여건과 주민의 목소리를 반영하면서, 신뢰와 협력이라는 더 큰 그림 속에서 이 제도를 운용해 나가야 합니다. 그래야만 재생에너지가 진정으로 지역과 함께 자라나는 에너지, 지속 가능한 전환의 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