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권 2.3GW 신규 연계, 계통 여유 생긴 걸까

전력 계통 부족으로 인해 호남권의 재생에너지 발전소 신규 허가가 2031년 이후로 연기된 상황이 2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2023년에 허가받은 사업들도 2031년 이후에야 전력망 연계가 가능하고, 최근 신청한 경우는 2033년 이후로 밀리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이러한 상황을 윤석열 정부의 친원전·재생에너지 억압 정책의 결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신정부 출범 한 달 만에 산업통상자원부가 호남권에서 2.3GW 용량을 확보해 연말까지 신규 연계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갑자기 없던 용량이 생긴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몇 해 전부터 준비되었던 조치들이 이제 시행되는 것입니다.
산업부 설명에 따르면, 이번 2.3GW 확보는 두 가지 조치에서 비롯됩니다.
첫째, 허수 사업자 정리입니다. 사업 허가를 받아놓고 발전소 건설은 미루며 계통 연계 용량만 점유하고 있던 사업자들의 연계권을 회수해 실제 건설 의지가 있는 사업자에게 배분하는 조치입니다. 이를 통해 0.4GW를 확보했습니다.
그러나 이 작업은 간단하지 않았습니다. 해당 사업자들이 "불가피한 사유"로 사업을 추진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한전과의 소송도 불사했기 때문입니다. 한전이 강하게 나서기 시작한 것은 2023년 하반기부터이며, 이번에 확보한 0.4GW도 상당한 갈등과 행정 절차를 거쳐 어렵게 얻은 성과입니다.
구조적인 문제도 있었습니다. 예컨대, 변전소 뱅크 용량이 100MW인데도 신청자가 1MW만 요구하더라도 전체 100MW를 배정해주는 비효율이 있었습니다. 이는 문재인 정부 시기 재생에너지 보급 실적을 의식해 제도 정비 없이 사업 허가가 급속히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이런 과거의 실책을 점검하고 재발을 막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합니다.
둘째, 유연접속 제도 시행입니다. 여기서 1.9GW 용량이 확보됩니다. 유연접속은 계통 연계를 먼저 허용하되, 해당 발전소가 최우선 출력제어 대상이 되는 조건입니다. 기존 출력제어 제도와는 결이 다릅니다. 현재 출력제어는 154kV 변전소 단위에서 22.9kV 배전선로를 중심으로 봄·가을 재생에너지 과잉 시간대에 이뤄지며, 1MW 이상 대형 발전소나 공공기관 발전소가 주 대상입니다.
문제는 이 출력제어가 불투명하게 운영됐다는 점입니다. 발전소별 PCS(전력변환장치)가 중앙에서 원격 모니터링되지 않다 보니, 어떤 기준으로 출력제어가 이뤄졌는지 사업자들이 납득하지 못했습니다. 발전량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발전을 아예 차단하는 경우도 있어 불만이 컸습니다.
이에 따라 발전소 단위로 PCS의 원격 제어 기능을 의무화하고, 유연접속 제도 참여 사업자는 최우선·무제한·무보상 출력제어를 감수해야 합니다. 대신 조기 연계가 가능해지는 구조입니다. 이는 발전사업자가 사업 시기와 수익 변동성 리스크를 감안해 판단할 문제입니다.
유연접속을 시행하려면 154kV 이상의 송전단과 22.9kV 배전단 차원의 통합 제어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이 부분은 윤석열 정부 임기 중 한전과 전력거래소가 준비해온 결과입니다. 장주기 BESS(에너지저장장치)가 설치되면 출력제어 규모는 줄어들 수 있으나, 유연접속에 따른 최우선 출력제어는 여전히 사업자에게 부담입니다. 기존 한전망 접속과는 제도적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에 따른 디테일을 잘 살펴야 합니다.
결국 이번 조치는 새로운 정책이라기보다는 지난 3년간 계통 부족 해소를 위해 준비해온 정책들이 이제 시행 단계에 들어간 것입니다. 정권 교체로 계통 여유가 생긴 것처럼 해석하는 것은 부적절합니다.
특히 유연접속을 통해 확보된 1.9GW는 조건부 용량입니다. 매출과 이익의 변동성이 커지기 때문에, 발전사업자 입장에서는 철저한 리스크 분석이 필요합니다. 조건부라도 호남권에 2.3GW 계통이 확보된 것은 다행이지만, 실익을 면밀히 따져봐야 할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