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환경 민자사업 대전하수처리장, 1조2000억원 자금조달...정책금융이 원샷 해결
연말 유동성 경색을 뚫고 조 단위 메가 딜인 대전 하수처리장 시설현대화 민자사업이 금융조달에 성공했다. 이 사업은 건설 및 운영출자자 자본금을 제외한 대출금 및 재무투자자(FI) 모집액이 1조2400억원에 달해 단군 이래 최대 규모 환경 민자사업으로 꼽힌다. 다만 정책금융기관의 지원에 힘입은 자금 조달이라 민자시장의 자금난을 자칫 왜곡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6일 인프라금융계에 따르면 연초 이 사업의 금융자문 및 주선기관으로 선정된 산업은행과 공동 주선기관인 기업은행이 투톱으로 나서 대출 및 재무적투자자 자격으로 각 4000억원대의 자금을 투입했다. 두 은행의 8000억원대 자금을 마중물삼아 보험사를 중심으로 한 민간 대주단이 3700억원의 자금을 집행했다.
애초 민자업계는 금융시장 퍼펙트스톰으로 인해 이 사업의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올 들어 본격화된 기준금리 상승에다 레고랜드사태로 인한 시장 금리 급등, 국고채·한전채 등 우량채가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는 대체투자시장의 돈가뭄 심화, 부동산 PF 부실 우려 및 연말 머니무브에 대비하려는 금융기관 유동성 확보 강화 등이 맞물리면서 곳곳에 가시밭길이 많아서다.
이 같은 신용경색 와중에도 금융조달에 성공한 요인으로는 두 정책금융기관의 랜드마크 SOC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의지가 꼽힌다. 특히 산은은 연초 부산신항 2-4단계 리파이낸싱에 이어 조단위 메가딜을 연달아 성공시키며 침체가 인프라시장의 해결사로서 위상을 굳히고 있다.
여기에다 사업주로서 한화건설, 현대건설 등 우량 건설사들이 참여한 점, 손익공유형 민자(BTO-a) 방식으로 손실 발생시 대전시 보전을 통한 현금흐름의 안정성을 갖춘 점 등이 투자자에 어필한 것으로 보인다. 친환경 사업 등 ESG 프로젝트에 대한 금융기관 선호 현상도 딜 클로징 성공에 한몫했다.
다만 이번 대규모 금융조달을 현재 겪고있는 민간투자사업 자금난이 해소된 시그널로 받아들이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업계는 지적한다. 시중 금리는 여전히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데다 최근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과 이로 인한 내년 초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연쇄 인상 등을 감안할 때 내년에도 민자사업을 비롯한 대체투자시장의 자금난은 심화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해서다.
더욱이 정책금융기관이 나서 자금 모집이 성공하는 순기능이 있지만 현재 민간투자의 어려움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왜곡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시장 고금리 여파에 민자사업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을 정부가 이해하고 사업률 등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그런데 준정부 자금과 같은 정책금융기관 자금을 지원하면 순수 민간투자업계의 어려움이 제대로 전달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