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량운영형 민자사업’ 혼란 지속...실무 가이드라인 마련해야

기존 시설 무상사용부터 운영권 충돌까지… “통합 운영 전제돼야” 실무 가이드 필요성 커져
‘개량운영형 민자사업’이 제도화된 지 3년이 지났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혼란이 크다. 신규 사업자는 기존 시설 일부만 개량해 전체 운영권을 요구하고, 기존 운영자는 수익권 침해를 우려하며, 주무관청은 기준이 없어 판단을 미루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실무를 위한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한국민간투자학회 주최로 열린 ‘2025 춘계정책토론회’에서 한국교통연구원 권오현·강지혜 부연구위원은 ‘개량운영형 민간투자사업 활성화를 위한 해결과제’ 주제 발표에서 이 사업이 시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려면 “인정 범위, 사업 기준, 수익 배분 원칙” 등 실무형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개량운영형 민자사업은 기존 노후 기반시설을 민간이 개량·증설하고 일정 기간 운영한 뒤 정부에 반환하는 방식이다. 2022년부터 제도화가 이뤄졌고, 도로·철도 분야로 적용이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제안 단계에서는 제도 취지에 맞지 않는 구조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가장 먼저 제기된 문제는 ‘운영권 요구의 범위’다. 일부 사업자는 기존 도로 옆에 새로운 노선을 건설하면서도 기존 구간 전체의 무상 사용권까지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권 부연구위원은 “기존 구간 일부만 개량하고 전체 운영권과 재정 보조까지 요청하는 것은 제도의 본래 취지를 벗어난다”고 말했다.
그는 “개량운영형의 핵심은 전체 구간의 통합 운영과 수익 회수에 있다”며, “기존 구간과 개량 구간 간 기능적 일체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인정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해외 사례도 ‘통합 운영’을 기본 전제로 설계됐다. 이탈리아 프레쥬 터널은 단선 구간을 복선화하고 안전 기준을 강화해 전체 터널을 재구성했고, 포르투갈의 교량 사업도 기존 교량 개량과 신규 교량 건설을 묶어 하나의 수익 구조로 운영하고 있다.
두 번째 쟁점은 기존 운영자와의 이해 충돌이다. 민자도로처럼 기존 수익이 보장된 노선에 개량·확장 사업이 추진될 경우, 기존 사업자와 신규 사업자 간 수익권이 겹치게 된다. 이에 대해 권 부연구위원은 “실측 기반의 수익 배분, 기존 사업자의 위탁 운영 방식 등 구체적인 조정 방식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철도는 더욱 복잡하다. 면허 중복, 선로 용량, 수요 전이 문제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하며, 기존 운영자와의 사전 협의도 필수적이다. 실제로 현재는 선로 사용료, 이용 횟수 등을 기준으로 수익을 배분하고 있지만, 개량운영형 모델에 적합한 설계는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권 부연구위원은 실무 기준으로 세 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① 사업이 실제 개량에 해당하는지 구분할 수 있는 정의 기준, ② 기존 구간과 신규 구간을 하나의 시설로 운영할 수 있는 통합성, ③ 기존 사업자와 신규 사업자 간 수익 및 운영 권한 조정 방식 등이다.
그는 “기준 없는 사업 제안은 주무관청에서 거절되거나, 추진 중 좌초될 가능성이 크다”며, “개량운영형 민자사업이 시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려면 정책 취지에 맞는 구조 설계와 함께, 기존 운영자와의 협의 구조를 제안 단계부터 내재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