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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켈플라우테' 현상과 에너지저장설비(ESS) 확대의 중요성

염성오
염성오
- 7분 걸림 -
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11월 독일 에너지업계로부터 낯선 단어인 '둥켈플라우테(Dunkelflaute)가 들려왔습니다. 재생에너지 선진국인 독일에서 공짜 연료인 바람과 햇빛이 부족해 화석연료 발전을 급히 조달하는 문제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가스가격과 전기요금이 급등하는 기현상이 발생한 것입니다.  이를 해결하는 방안을 통해 우리의 미래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이번 기고에선 관련 내용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Dunkelflaute’는 독일어로 ‘어둠의 침체’ 또는 ‘어두운 바람의 침체’를 의미합니다. 이는 풍력·태양광 에너지가 부족해 전력 생산량이 눈에 띄게 낮아지는 기간을 지칭하는 용어로, 주로 겨울철에 발생합니다.

특히 이 기간에는 바람이 없고, 햇빛도 부족해 가변적 재생에너지인 풍력과 태양광에서 생산되는 전기가 거의 없는 상황을 말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전력망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며, 안정적인 전력 공급에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아래 그림을 보면 전력수요(Load)와 재생에너지 생산량의 추이를 보여줍니다. 오른쪽에 보면 특정 시기에 갑자기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급감하는 시기를 보여줍니다. 이게 바로 둥켈플라우테입니다.

지난 몇년 동안 독일은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많은 투자를 단행했습니다. 그러나 태양광과 풍력이 동시에 부족한 둥켈풀라우테 현상은 에너지 인프라의 취약성을 극명하게 드러냈습니다.

특히 2024년 11월 초순, 독일과 유럽 전역에서 바람과 햇빛이 부족해지면서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급감하고, 화석 연료 사용이 급증하며 전기 가격이 급등하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11월 4일부터 10일까지는 재생에너지가 공공 전기 생산의 30%만을 차지했고, 나머지 70%는 화석 연료에서 발생한 전기였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발생한 문제점은 전력 가격의 급등입니다. 전통적으로 안정적이었던 전력시장이 갑작스러운 공급 부족으로 인해 가격이 폭등했습니다. 예를 들어 작년 11월 10일 독일의 도매 전기 가격은 MWh당 €936에 달했습니다.

환율을 적용해 보면 KWh당 약 1400원이 넘는 가격이고, 이는 18년 만에 최고치였고, 연중 나머지 기간의 평균 가격의 10배가 넘는 수준입니다.

2023년 독일의 마지막 3개 원자력 발전소가 폐쇄되고 단계적으로 석탄발전소가 폐지됨에 따라 기저 부하 용량은 크게 감소한 반면 재생 에너지원 비중은 빠르게 증가함에 따라 동절기 둥켈플라우테로 인한 출력 영향은 더욱 두드러지게 된 겁니다.

이러한 상황에 달하니 재생에너지 생산이 적은 시기를 대비해 백업으로 가스발전소 신설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은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목표를 세우고 있으며, 이미 많은 투자를 이뤘습니다. 그러나 둥켈플라우테와 같은 자연적 변동성에 의해 에너지 시스템의 취약점이 드러났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저장 용량 확대, 다양한 재생 가능 자원의 융합, 국제적 협력, 수요 측 유연성(Demand Response) 등 다양한 해결책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늘 나오는 단골 메뉴들입니다.

무료인 햇빛과 바람에 의존하는 재생에너지가 가져올 탄소중립의 시대를 꿈꾸며 끊임없이 외쳐온 에너지전환의 노력을 돌아보게 됩니다. 다행히 우리나라 기후에서는 독일과 같은 심각한 현상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도 재생에너지 증가와 함께 날씨에 따른 단기 변동성 문제가 커지고 있어 이를 해소해야 할 숙제를 안고 있습니다.

지난 9월 나온 11차 전기본(안)에 이러한 준비가 눈에 띕니다. 단기적으로는 재생에너지 변동성과 출력제어 완화 및 호남지역 계통안정성을 위해 배터리에너지 저장설비(ESS) 조기 투입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중장기적으로는 노후 석탄의 무탄소 대체와 재생에너지 대응역량 추가 확보를 위해 양수발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중앙계약시장은 장기계약을 체결하는 새로운 전력시장입니다. ESS는 계통 안정화에 기여하고 재생에너지 변동성에 대응이 가능한 대표적인 유연성 자원이나 단일화된 현 전력시장에서는 투자비 회수가 어려워 보급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에 15년간 낙찰가격으로 보상하는 계약시장을 도입하고,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고 출력제어 문제가 시급한 지역을 우선해 개설하고 있습니다.

지난 2023년 11월 제주에서 처음 장주기 BESS 중앙계약시장 경쟁입찰 결과가 나온 바 있습니다. ‘동서발전-제주에너지공사-에퀴스(EQUIS)-LG에너지솔루션(AVEL) 컨소시엄’, ‘LS일렉트릭-이지스자산운용 컨소시엄’, ‘남부발전-LG전자 컨소시엄’ 등 3개 업체가 사업을 따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변동성 문제를 덜기 위한 대응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ESS 설비 도입으로 재생에너지 출력제어를 상당 부분 완화하고 전력 계통 안정성을 향상시킬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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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에너지오피니언BESS

염성오

염성오는 싱가포르계 거린 에너지(Gurin Energy) 한국법인의 부대표입니다. 이전에는 한국기업평가에서 사업가치평가본부 본부장을 역임했습니다. '탄소중립시대를 준비하는 인프라·에너지 투자 입문서'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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