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울산·남양주·전남...불붙은 AI 데이터센터 투자 경쟁

국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부산 명지녹산국가산단 일원에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2기를 건립하기 위해 총 1조8000억 원을 투입한다. 이와 함께 울산·남양주·전남에서도 아마존웹서비스(AWS)·SK, 카카오, 스톡팜로드 등 주요 기업들이 대규모 AI 인프라 프로젝트를 잇따라 발표하면서, 지방을 중심으로 한 AI 인프라 구축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부산시는 17일 이지스운용과 1조8000억 원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산업 활성화를 위한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지스운용은 명지녹산국가산단 일대에 AI 데이터센터 2기를 건립·운영하며, 약 300명의 직접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다.
이지스운용은 데이터센터 건립을 위한 설계 및 건축 인허가 등 행정 절차를 2026년 하반기까지 마무리하고, 같은 해 하반기 착공해 2029년 하반기부터 운영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회사는 서울 가산, 경기 안산·고양·김포 등지에서 6개의 데이터센터를 운영 또는 건설 중이다.
SK그룹과 AWS는 울산 미포국가산단에 100MW급 AI 전용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예정이다. 양사는 이달 중 출범식을 열고, 오는 8월 기공식을 진행한다. 울산시는 올해 1월 건축허가를 접수받아 지난 5월 승인을 완료했으며, 전담 공무원도 배정해 지원에 나섰다. 사업비는 약 7조 원에 달한다.
데이터센터는 울산시 남구 황성동 일대 약 3만6000㎡ 부지에 조성되며, 2027년 11월까지 1단계로 약 40MW가 우선 가동되고, 2029년 2월까지 총 103MW 규모로 완공될 예정이다. GPU 6만 장이 투입되는 100MW급 전용 AI 설비는 국내 최초다.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와 함께 SK케미칼로부터 해당 부지를 약 283억 원에 매입했다. 울산 미포 산단은 인근에 SK가스의 LNG 열병합발전소가 위치해 전력 수급에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카카오는 경기도 남양주에 AI 데이터센터 ‘디지털 허브(가칭)’를 구축한다. 지난 13일, 김동연 경기도지사, 주광덕 남양주시장,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정신아 카카오 대표이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투자 협약이 체결됐다. 카카오는 경기도 남양주 왕숙 도시첨단산업단지에 약 6000억 원을 투자해, 연면적 약 9만2000㎡ 규모의 디지털 허브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는 안산에 이은 두 번째 자체 데이터센터로, 2026년 착공해 2029년 준공을 목표로 한다.
해당 센터는 AI와 미래 기술을 위한 고집적 서버 수용이 가능한 데이터센터로 조성되며, 신재생 에너지 활용과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친환경 설계가 적용될 예정이다.

전라남도에서는 3GW급 세계 최대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건립이 추진된다. LG와 LS그룹 창업주 후손인 브라이언 구와 글로벌 에너지·기술 투자자 아민 바드르엘딘이 공동 창립한 신생 벤처 스톡팜로드가 이끄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총 사업비는 최대 5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연간 10조 원 이상의 매출을 목표로 한다.
스톡팜로드의 자회사 퍼힐스(Fir Hills)는 지난 2월 전라남도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2025년 겨울 착공해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초기 사업 규모는 15조 원 수준이며, ESS·재생에너지·R&D·설비 분야에서 1만 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