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금융권 PF대출 부실 증가에 김주현 금융위원장 "은행이 역할해야"
2금융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연체율이 급등하는 등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정치권에서도 리스크 높은 2금융권 대출을 은행이 일부 분담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이미 주요 은행들이 부동산PF 사업장 안정화를 위한 금융 지원안을 내놓은 가운데 4일 국회 대정부질에 참석한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은행의 역할을 강조하고 나섰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은행이 제2금융권의 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를 일정 부분 분담해준다면 리스크가 오히려 포트폴리오가 되는 것은 물론 중소기업의 유동성 위기도 숨통이 트일 것"이란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 지적에 "은행이 조금 더 역할을 해줘야 된다는 말에 공감한다"고 답했다.
저축은행, 상호금융, 여신전문금융사 등 비은행권에 대한 부동산PF 익스포저가 급등하면서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우려가 커지자 자본력이 탄탄한 은행권이 리스크에 대한 완충 역할을 해야 한다는 취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보험·증권·여신전문금융사(카드사·캐피탈사)·저축은행·상호금융 등 비은행권(2금융권) 금융사의 부동산PF 익스포저 규모는 115조5000억원(대출 91조2000억원 및 채무보증 24조3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연체율도 크게 뛰었는데, 2021년 말과 비교해 △증권사(3.7%→8.2%) △저축은행(1.2%→2.4%) △여전사(0.5%→1.1%) △보험사(0.1%→0.4%) 등을 기록했다.
은행권의 부동산PF 대출도 과거 대비 크게 불었지만 2금융권에 비하면 규모는 작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해 말 기준 부동산PF 대출 잔액은 14조664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김 위원장은 "부동산PF쪽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여러 가지 사정이 있고 정부 차원에서 연착륙이 될 수 있도록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며 "5대 금융지주가 돈을 적극적으로 내서 PF사업 재구조화 등에 적극적 역할을 하겠다고 얘기한 바 있고, 정부도 대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유념해 참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은행권은 부동산PF 부실화를 막기 위한 지원방안을 마련, 유동성 공급에 돌입한 상태다. KB금융은 지난달 13일 5000억원 규모의 부채담보부증권(CDO) 발행을 통한 부동산PF 시장 유동성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조성된 자금은 대형 건설사가 시공사로 참여하는 부동산 사업장의 3~6개월 만기 브릿지대출을 1년 만기 브릿지대출로 차환하는데 사용된다.
신한은행도 부동산PF 사업장에 대해 신규자금 2500억원, 브릿지대출 만기연장 3000억원 등 총 5500억원 규모의 자금을 공급하기로 했다. 시공사 책임준공 등을 조건으로 2금융권에서 취급한 브릿지론을 본PF로 전환하는 등의 지원을 시행한다. 이 밖에 하나은행, 농협은행 등도 부동산PF 사업장에 유동성 공급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국회에서는 부동산PF 리스크와 관련해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부동산 PF 리스크가) 부실한 영역에서 국지적, 제한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은 있는데 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적다"면서 "전반적으로 모든 사업장을 전수 조사해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