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스퀘어 우협 불발과 임차인SI의 리스크

지난주 상업용 부동산업계에서는 씨티스퀘어 우선협상이 불발됐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어떤 이유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씨티스퀘어의 우협으로 선정된 현송문화재단은 시장에서 신용도가 높은 임차인 SI로 강남권역의 하나금융그룹 강남사옥 입찰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풀에쿼티로 투자한다고 알려지면서 어려운 시장 환경에서 큰 기대감을 갖게 하는 임차인 SI였습니다.

아직 공식적으로 뉴스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만약 현송문화재단 마저 씨티스퀘어 매입을 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시장에서는 임차인의 신용 리스크가 문제로 떠오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안 그래도 상업용 부동산업계에서는 이미 임차인 SI에 대한 불신이 나오고 있습니다. 매각 자문사나 자산운용사들로부터 정보만 활용하고 직접 입찰에 참여하거나 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체리피커처럼 제안서만 받고 마는 사례가 종종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시티스퀘어 입찰이 단순한 해프닝이라기보다는 상업용 부동산업계의 어려운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이벤트라고 생각합니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 본다는 말이 적절한 표현일 것 같습니다. 임차인 SI만 믿고 열심히 업무를 하던 여러 사람들은 아무래도 황당하고 허탈한 심정일 것 같습니다.

이런 일이 발생하면 많은 사람의 노력과 시간이 물거품이 되는 일이기에 비슷한 전철이 다시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큰 금액을 들여 부동산 자산을 매입하는 것이기에 신중해야 한다고 하지만 손바닥 뒤집듯이 의사 결정을 하는 임차인SI의 업무 방식은 앞으로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이번 씨티스퀘어 매각은 우선매수권의 행사 기한도 짧아 매각자문사들도 고생을 많이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3개 회사가 공동 자문을 하면서 시간을 두고 해야 하는 일들도 단기간에 진행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했을 것입니다. 무난하게 잘 진행되던 일이 한 순간에 복잡하게 돼버렸습니다.

씨티스퀘어를 매각하지 않는 게 매도자의 입장에서는 어쩌면 좋은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매각하고 나면 지금과 같은 어려운 시장 환경 속에서 그와 유사한 규모의 신규 투자를 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매각 차익은 얻겠지만 운용 보수 확보도 자산운용사에게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아직 상황은 끝난게 아니고 매도자가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르겠지만, 무엇보다 입찰에 참여한 다른 경쟁 입찰자들도 기회가 없어진다면 가뜩이나 시장 상황이 좋지 못한 가운데 서로 시간 낭비를 하는 꼴이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자산의 매각이 흘러갈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의사를 번복한 현송문화재단은 다른 자산을 매입하는 방향으로 선회할지 아니면 당분간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인지도 궁금합니다.

임차인 SI로 인해 황당한 일을 당했던 사례는 올해 초 F&F가 마제스타시티 타워 1을 매입한다고 했다가 번복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회사 공시까지 다 해놓은 것을 뒤집고 결국은 센터포인트 강남을 매입하는 것으로 의사 결정을 변경했습니다.

F&F나 현송문화재단 처럼 의사를 번복한 것은 아니지만 알레르망의 경우에는 센터포인트 강남 입찰에는 자문사를 통해 입찰에 참여했지만, T412 빌딩 입찰에는 직접 참여하여 자산을 매입했습니다. 필요할 때만 이용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임차인SI들의 의사 번복 일들이 자주 일어나면서 국내 상업용 부동산업계에서 비슷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는 장치들을 더 만들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도 임차인 SI들에게 '하드 디파짓'을 요구하는 일들이 많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안전 장치도 중요하지만 신뢰와 신용을 바탕으로 업무를 하는 상업용 부동산업계의 문화가 훼손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또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원래 주인공인 기관투자자나 전문투자자들이 빨리 제자리로 돌아오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