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정부 배려와 규제의 네거티브 전환, 속도감있게 추진해야”
“곳간의 곶감을 하나씩 빼 먹고 있습니다. 이 상황이 지속되면 내년 상반기 이후 회사가 어떻게 될지 장담 못 하는 상황입니다.”
지난 8월 디벨로퍼들을 면담하는 자리를 통해서 현장에서 느끼는 부동산 시장 분위기와 사업의 어려움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비단 한 회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올 초부터 지속된 원자재가격 상승, 금리 인상, 수요 감소 등 시장환경의 급변으로 인해 부동산개발업계 대부분의 회사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 상황과 국내 부동산 시장
우크라이나-러시아 사태, 원자재가격 상승, 에너지수급의 불안정, 물가상승, 미국 등 주요국의 정책금리 인상 기조와 경기둔화 등으로 세계 경제는 불확실성 리스크에 직면하고 있다.
국내도 그 영향을 벗어날 수 없다. 금리 인상과 함께 매수심리가 위축되면서 주택가격전망CSI과 주택매매 거래량이 하락하고 있고, 주거·업무·상업·물류 등 공간의 개발에서의 사업성이 저하되고 자금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부동산개발 PF 위기상황과 우려사항
원자재가격과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도급비용 상승, 미국의 연이은 빅스텝과 한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금융비용 급증. 부동산개발업계는 전방위적으로 위기에 직면해있다. 이 중 최근 가장 어려움이 있는 것은 PF(Project Financing)이다. 지난 6월부터 금융당국의 PF대출 관리 강화 신호가 나오면서 사실상 신규 PF대출은 거의 불가한 상황이다. 가능하더라도 ‘부르는게 값’이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일부 금융업계에서 정상적 고금리 외 과도한 비용을 요구하면서 사업 연기나 중단을 고려하는 사업장이 나오고 있다.
금융이나 도급비용이 증가하더라도 시장에서 수요가 뒷받침된다면 이는 공급자가 어려움을 헤쳐나가는데 원동력이 된다. 그러나 지금은 주택을 비롯한 부동산 수요가 급감하면서 사실상 사업추진 동력이 상실된 상태이다. 이 상황이 지속된다면 정부의 270만가구 공급계획과 민간 주도의 주택공급사업 추진이 과연 계획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위기 전환을 위한 긴급건의
그렇다면 정부 차원에서 배려해줄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이 있을까.
가장 먼저, 예상하지 못했던 금융비용 인상을 완화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 하더라도 정상적 금리보다 과도한 요구를 하는 것은 지양하여야 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PF보증 대상이나 요건을 완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지난 9월 29일 보증 시공사 요건을 시공 능력평가순위 500위 이내에서 700위 이내로 완화한다고 발표하였지만, 추가적으로 지정 부동산 신탁사 위탁 의무 및 외부전문기관의 사업성 분석보고서 요구, 보수적 사업성 평가 등 복잡한 심사 및 절차요건을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의 공공에서 공급받은 부지의 대금납입조건을 완화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자금조달이 어려운 상황에서 매매대금 중도금이나 잔금 납부에 대해 배려를 해 준다면 사업추진에 도움이 될 것이다. 분납 할부 이자의 면제 또는 적용이율 감액, 매매대금 연체에 따른 지연손해금 면제 또는 적용이율 감액, 매매대금 미납부기간 연장과 횟수 확대 등의 방법이 있다.
다음으로 법률상 문제없는 사업은 신속하게 진행되도록 지원해주어야 한다. 브릿지론에서 본PF로의 전환 시 인허가는 필수이다. 그리고 인허가가 지연되거나 중단되면 그만큼 금융비용이 증가하고, 투자금과 시설이 묶여 사회적·경제적 손실이 야기된다. ‘인허가의 속도와 합리성’이 매우 중요하다.
협회 조사에 의하면 인허가는 인적리스크가 큰 편이다. 담당자의 재량에 의한 해석과 협의, 규정에 없는 심의의견을 반드시 반영하도록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그림자 규제를 해소함으로써 인허가 과정에서 지연이 없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수요 회복 통해 위기 극복 가능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오피스텔 주택 수 산정 배제 등 소형 주거 임대사업자 세제 정상화를 통해 소형 주거 중심의 임대시장을 안정적으로 형성하고 공급 시장에 물꼬를 터주어야 한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인허가 추이가 심상치 않다. 지난 1~7월간 서울 내 주택 인허가량을 보면, 29,030호로써 전년 동기 47,379호 대비 약 38.7%가 감소하였다. 수도권은 23.8% 감소하였다.
인허가 기준으로 매년 평균 50만호를 공급하겠다는 계획, 5년간 270만호를 공급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이 과연 실현 가능할지 의문이다. 통상적으로 인허가와 입주 간 최소 2~3년 정도 시차가 있다는 점을 보았을 때, 2~3년 후 부동산가격 상승, 국민 주거 불안정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임대시장 정상화는 주거 안정 관점에서도 충분히 고려되어야 하는 정책이다.
규제의 네거티브 전환이 절실한 시점
냉각된 시장 분위기 가운데, 국민이 원하는 수준의 주거환경과 주거공간 공급을 위해서는 정부 각 부처가 막고 있는 규제를 빠르게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규제의 네거티브 전환을 통해 시장에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여 다양한 공간을 공급할 수 있는 경로를 열어주어야 한다.
첫째, 도시정비사업, 도심복합사업, 역세권개발사업, 소규모정비사업 등 민간 중심의 사업에 있어 부동산개발업계도 참여할 수 있도록 업역 범위 규제해소가 필요하다. 부동산개발등록사업자는 토지매입-기획-설계-시공사선정-유통에 이르기까지 공간공급 전(全) 단계에 참여하여 전문성을 쌓아왔다. 직접 시공을 제외한 개발사업의 모든 업무를 수행하고 있고, 주요 사업자 등록요건 또한 타 등록사업자와 비교하여 대동소이함에도 일부 사업 참여에 제한이 있는 상황이다.
민간의 풍부한 개발역량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활용하여 경쟁력 있는 도시공간을 조성하고, 다양한 사업자가 시장에서 경쟁하여 적재적소에 국민이 원하는 양질의 공간이 공급되도록 부동산개발업계의 업역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이는 ‘민간활성화’라는 정책 방향과도 부합된다.
둘째, 앞서 논의한 바와 같이 주택임대사업 대상 및 지원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소형 주거공간(전용 60㎡이하)은 학생·청년, 1·2인 가구, 저소득층 등이 주로 거주하는 임차 중심 시장이다. 하지만, 최근과 같은 부동산 시장 환경에서는 이들이 거주할 수 있는 신규 주거공간의 원활한 공급이 어렵다.
따라서, 임대사업자 제도를 개편·활성화하여 시장에 소형 주거공간 공급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제도를 바탕으로, 시장에 적절한 공급이 이루어지도록 하면 소형 주거 수요층의 주거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임대로만 규정된 노인복지주택 공급 방법의 전환이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가구주가 65세 이상인 가구는 2020년 464만가구(전체가구의 22.4%)에서 2030년 765만4천가구(33.0%), 2050년 1,137만5천 가구(49.8%)로 2.5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자 가구 수가 빠른 속도로 증가함에 따라 노인가구의 주거복지에 대한 관점 확대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현재 노인복지주택은 노인주거복지를 시설 관점에서만 바라보고 있으며, 임대 방법으로만 공급되고 있다. 고령화 시대에 대비하여, 공공은 취약계층의 노인복지주택 및 시설을 담당하고, 그 외 계층은 민간의 주도적인 공급을 통해 고령가구 특성에 맞는 주거환경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넷째, 건축물 발코니 설치규제의 네거티브 전환이 필요하다. 코로나19 이후, 외부 개방 공간의 중요성이 재조명되고, 발코니와 베란다 등 노대(露臺)를 통한 건축적 다양성, 정주 환경 개선에 대한 인식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 및 필요성과는 반대로 공동주택을 제외한 다른 건축물에서의 발코니 설치는 금지되어있다. 확장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 부분은 모든 건축물의 발코니 설치 가능으로 전환하되 확장 가능한 건축물을 공동주택으로 한정하면 된다.
이 외에도 산업단지 내 지원시설의 종류를 네거티브 전환하여 오피스텔 설치 가능, 기숙사 구분소유가 가능하도록 하는 등 입주기업들의 원활한 경영지원과 종사자들의 주거 안정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 도시형생활주택 공간구성 규제를 현행 소형(60㎡이하) 침실 2개 이상의 세대 수를 전체세대의 1/2로 제한하는 것을 네거티브 전환하여 시장 상황에 따라 합리적으로 소형 주택이 공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타이밍이 중요하다. 지금 이 시기를 방관한다면 민관협력, 민간주도, 민관합동 등의 표현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다.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배려를 속도감 있게 해주었으면 한다.
<이 글은 한국부동산협회가 발행하는 계간지 `스페잇슈' 가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