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북미·아프리카·동남아' 3개축으로 해외개발 확대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이 지난 17일, 방한한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를 예방하고 현지 건설시장 진출 기회를 협의했다. 이 자리에서 정 회장은 대우건설의 인프라 및 청정에너지 분야 기술력을 설명했고 훈 마넷 총리는 도시 개발 및 부동산·인프라 분야가 캄보디아 정부의 중요한 우선순위라고 강조했다.
대우건설은 캄보디아를 방문해 시장 현황을 파악하고 캄보디아에서의 건설 및 친환경 에너지 분야 투자 기회를 모색하기로 했다.
정 회장은 이미 지난해 12월 캄보디아에서 세이 삼 알 토지관리 도시건설부 장관을 비롯한 관련 기업과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현지 개발사업 진출을 타진한 바 있다. 그 결과 캄보디아 물류 1위 기업인 골드브릿지 그룹과 협력(MOU)을 체결하기도 했다.
대우건설이 부진한 국내 주택 환경을 벗어나기 위해 국내외 포트폴리오 재구조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해외영업 확대로 중장기 성장 발판을 다지는 한편 자금조달창구를 국내외로 다변화해 재무안전성을 높이고 있다.
연초 정 회장은 시공만으로는 이윤 확보와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해외에서 개발과 시공을 병행하는 디벨로퍼로 성과를 거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정 회장은 지난해 10여개 국가를 방문하며 네트워크를 점검한 뒤 뉴저지를 중심으로 한 북미, 나이지리아를 중심으로 한 아프리카, 싱가포르·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한 동남아 등 3곳의 축으로 삼아 개발사업을 확대할 계획임을 밝혔다.
대우건설의 국내 수주 포트폴리오도 다변화되고 있다. 국내외 인프라사업을 비롯해 비주택 건축분야의 수주 확대가 그것이다. 대우건설은 올 초 4390억원의 한국초저온 인천물류센터 신축 사업을 수주하고 공주 천연가스 발전소 주기기·부속설비 공급, 고리원전 항만구조물 보강공사와 같은 공공 인프라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민자사업 분야에서도 GTX-B 노선의 사업시행자로 지정되는 등 비주택 부문의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면서 침체된 국내 부동산 시장에 대응해가고 있다.
재무리스크 관리하며 미래시장 개척 준비
대우건설은 핵심역량 강화를 통한 수익성 향상 뿐 아니라 재무분야에서도 금융시장 리스크 관리에 앞장서고 있다. 부동산PF시장의 불안으로 금융조건이 악화되는 가운데 국내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해 현금 보유액을 확보했다.
지난해 쿠웨이트에서 총 2억달러 규모의 이슬람 채권을 발행한 데 이어 올해 3월 싱가포르에서 1억5000만 싱가포르달러, 쿠웨이트에서 2억5000만 달러의 자금조달에 각각 성공했다. 지난 4월에는 국내 건설사로는 최초로 일본의 메이저 신용평가기관인 JCR(Japan Credit Rating Agency)로부터 안정적(A-/Stable) 신용등급을 획득하기도 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국내 부동산시장이 활황일 때에도 해외 현지 자금조달 방안을 미리 고민하고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역량을 쌓았다"면서 "이런 노하우와 경험은 앞으로 해외 건설 디벨로퍼로 성장하고 현지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직원 기살리기' 도 병행
대우건설은 올해 노조와의 임금협상을 통해 3.5%의 인상을 확정했다. 지난 2022년 중흥그룹 편입 첫 해 평균 10% 인상에 이어 지난해 4.5%, 올해 3.5% 인상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국내 건설시장의 유동성 부족과 환경 악화 속에서도 지속적인 급여인상을 통해 직원 기살리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올해 6월부터는 리프레쉬 휴가 제도를 도입한다. 원하는 시기에 맞춰 1~2개월 쓸 수 있는 리프레쉬 휴가는 직원들이 ‘제주도 한달살기’ 등이 가능한 휴가 프로그램을 요청해 도입하기로 결정됐다. 일각에선 인건비 절감을 위해 실시한다는 시선도 있으나 현장직원 및 본사 필수직, 팀장, 임원 등 보직자를 제외한 직원들이 신청대상으로 대상자가 많지 않고 유급휴직이기 때문에 인건비 절감 수준은 크지 않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번 리프레쉬 휴직을 통해 ‘산티아고 순례길’처럼 긴 시간이 필요한 해외여행을 준비하거나 자격증 취득과 같은 자기 개발 기회로 삼는 직원이 늘고 있다고 대우건설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