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원 BEP CIO "지붕형 태양광, 시장확대 가능성 높아"
브라이트에너지파트너스(BEP)는 태양광을 기반으로 한 민자발전사(IPP)다. 국내 250여곳에서 중소 태양광 발전소를 직접 보유하고 운영하는 사업모델을 갖고 있다. 현재 3000억원 이상 투자했다. 최대주주인 블랙록의 자본력을 바탕으로 금융 환경이 어려워진 시장 상황에서도 자기자본으로 프로젝트를 인수하는 등 활발한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BEP의 유대원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딜북뉴스>와 인터뷰에서 물류자산을 운용하는 투자자나 운용사가 건축물의 지붕을 활용한 태양광 발전에 관심을 가질 것을 조언했다. 국내에서 건축물의 친환경 인증과 더불어 재생에너지 발전 인프라와 상업용 부동산의 접점에서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도록 하는 요구가 점점 증가하고 있어서다. SK리츠운용과 켄달스퀘어리츠가 보유자산을 활용해 지붕 태양광 발전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유 CIO와 지붕형 태양광의 시장 현황과 전망을 놓고 이야기를 나눴다.
지붕 태양광 임대사업을 강조하는 이유가 있을까
향후 태양광이 설치될 수 있는 면적으로 봤을 때 지붕 태양광 보급이 확산될 가능성은 굉장히 높은 편이다. 또 최근엔 직접전력구매계약(PPA, Power Purchase Agreement) 등을 통해 계약단가 방식이 다변화되고 있다.
전력공사의 발전 자회사들과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 고정가격계약 입찰을 통해 계약을 할 경우 지붕형 태양광에는 가중치를 주는 정책도 임대사업의 수익성을 높이는데 기여한다. 이러한 정책은 지면식 태양광 대비 IRR(내부수익률)을 100bp~200bp 정도 높이는 효과가 있다. BEP는 발전 설비량 계약 기준으로 매년 10MW 이상 신규 설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붕 태양광 임대사업의 시장 규모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또한 지붕형 태양광은 임대차 계약(20년 이상)의 제3자 대항력 이슈 때문에 지면식 태양광과 비교할 때 어려움이 있는 게 넘어야 할 과제다.
지붕의 최소 임대면적과 일사량, 지붕 구조, 위치 등에 대한 조건이 있는지.
태양광 설비는 소규모 설치가 가능하기 때문에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최소 임대면적이 따로 있지는 않다. 다만 BEP의 경우 규모의 경제상 500kW 이상을 최소 설비 용량으로 설정하고 있다. 지붕면적으로 환산할 경우 1500평(4960m²) 이상이며, 이를 사업 추진이 가능한 최소 규모 면적으로 정하고 있다.
일사량의 경우 태양광 설비가 설치될 예정인 지붕의 각도가 각기 달라 아무래도 최적의 일사각을 맞출 수 있는 지면식 태양광보다 발전량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국내 태양광 발전 시간은 최소 3.2시간 이상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일사량이 사업 진행의 변수가 될 가능성은 낮다. 정확한 발전량은 사업을 진행하기 전에 우리가 현장을 찾아 분석한다.
BEP가 지붕형 태양광에서 주력하는 상품은 물류센터다. 물류센터는 PEB구조(공업화 박판 강구조, Pre-Engineered metal Building)로 설계되는 경우가 많다. PEB구조는 사전 설계된 철골구조물로 단면을 최적화하고 외벽을 샌드위치 패널로 마감하는 방식으로, 특정 경우에는 지붕에 태양광 발전 시설을 대거 올리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이 경우 건물의 구조보강을 해야 할 수도 있는데 구조보강 비용이 과도하게 지출될 경우 전체 발전 수익률에도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구조보강 비용을 지출하더라도 임대인에 여전히 사업을 진행할만한 임대수익이 발생한다.
지붕 태양광 임대차 계약을 맺는 임대인(건물주)가 받을 수 있는 수익은 어느 정도인지. 20년 장기로 계약하면 임대료 인상률은 어떻게 반영하는지.
통상적으로 3,000평(9,917m² 이상)의 지붕이 있으면 1MW 규모 태양광을 설치할 수 있다. 임대료는 설비 용량 1MW 기준 연간 3000만~3500만원 정도를 지급하고 있다. 임대료는 계약기간 동안 인상률이 반영되지 않는 고정 가격이다.
우리가 한전 발전 자회사와 전력수급계약을 체결할 경우 전력 비용에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지 않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임대료에도 상승률을 적용하기 어렵다. 따라서 임대차 계약은 고정 임대료 계약만 가능하다.
BEP는 풀 에쿼티 투자를 통해 임차권 등 담보 설정을 하지 않고 있다고 들었다. 통상의 임대차 계약처럼 임차권, 전세권, 근저당권, 질권 설정 등의 담보 설정을 하지 않는 이유가 있을까
지붕형 태양광 중 물류센터에만 국한해서 임차권 등 담보 설정을 하지 않고 풀에쿼티(자기자본 100%)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지붕형 태양광 사업을 진행할 경우 사업 초기에 금융 조달을 해야 해 착공까지 시간이 훨씬 많이 소요되는 다른 회사들과 달리, BEP와 함께 진행 시 임대료 발생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류센터에만 담보 설정을 하지 않고 지붕형 태양광 사업을 진행하는 이유는 물류센터에 한해 담보 설정을 하지 않아도 임대차 계약의 제3자 대항력이나 계약의 안정성이 실질적으로 담보가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붕형 태양광이 설치되는 지붕은 현행법상 제3자 대항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지붕에 설치된 태양광 시설에 대한 재산권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임차권 1순위로 등기가 돼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부동산은 금융기관에서 비용을 조달해 구매하기 때문에 금융기관이 1순위 근저당권을 가져가게 된다.
국내에서 지붕형 태양광 사업이 확산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지붕형 태양광을 설치해서 보유하고 운영하는 업체가 임차권 1순위 등기를 확보하기 어렵고, 때문에 PF 금융을 조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붕형 태양광을 설치해 운영하는 업체 측에서 임차권 1순위 등기를 못하더라도 보험 상품 등에 가입해 사업을 할 수 있는 길은 열려 있지만, 보증보험에 보험비용을 지급하게 되면 해당 사업의 수익성이 큰 폭으로 낮아지게 된다.
이 같은 이유로 BEP는 물류센터에 대해서만 담보 설정을 하지 않고 제3자 대항력을 확보하지 못하는데 따르는 위험을 낮게 평가하고 있다. 물류센터는 소유주가 바뀌거나 소유주 측이 파산을 하더라도 부동산 성격 특성상 계속 물류센터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물류센터는 자산의 특성 상 다른 용도로 개발될 가능성이 낮고 대부분 부동산 펀드가 소유하는 경우가 많다. 물류센터는 손바뀜이 일어날 뿐 바뀐 소유주가 기존의 계약을 파기하고 태양광 시설물을 제거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편이다. 단, 물류센터 중에서도 수직 증축 가능성이 있는 곳은 제3자 대항력이 약해질 수 있기 때문에 지붕형 태양광 프로젝트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20년의 장기로 계약하기 때문에 운영관리가 중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품질관리와 사고 예방을 위한 점검, 보험 가입 등 어떤 프로세스로 운영관리를 하는지.
BEP는 지붕형 태양광을 설치할 경우 기업일반배상책임보험(CGL·Commercial General Liability)에 가입한다. 이 상품은 기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배상책임을 포괄적으로 담보하는 대표적인 배상책임보험이다. 태양광 발전업계에선 발전 설비에 대한 CGL 보험 가입이 표준화된 계약 조건이며, 보험 계약을 체결하는 보험사들은 일반적으로 재보험에도 가입한다.
임대인도 건물에 대한 보험에 독자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또 BEP와 건물주가 각각 가입한 보험에 대해 대위권(보험사가 보험가입자의 권리를 대신해 행사하는 권리)을 포기하는 조항을 개설해야 한다. 이 조항을 개설하면 사고가 발생할 경우 각자의 시설물이 입은 피해를 자신이 가입한 보험사에만 청구하게 된다. 건물에 지붕형 태양광을 설치하기 위해선 이 같은 보험 가입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또 태양광 발전 시설 설치 공사는 BEP가 시공사에 시공 전 과정을 위탁하는 턴키 방식으로 진행하며, 통상적으로 턴키 시공사가 3년의 하자 보증기간 동안 하자가 생기면 책임지는 방식으로 관리한다. 하자 보증기간 이후에는 한화에너지, 에스파워 등의 태양광 관련 대형 유지보수기업들과 계약을 체결해 △품질 관리 △사고 예방 △점검 등의 활동을 한다.
내년 민간 건축물 ZEB(제로에너지건축물) 의무화, LEED 등급 등 친환경 인증이나 임차사 유치에 지붕 임대형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하는 사업이 도움되는지
BEP가 추진하는 지붕 임대형 태양광 발전 설비 설치 사업은 미국 그린빌딩위원회에서 평가하는 리드(LEED) 등급 인증과는 별다른 관련성이 없다. 리드(LEED) 등급 인증을 얻는데 도움이 되려면 건물주가 직접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에 투자해서 운영까지 맡아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건물주가 직접 발전 시설을 설치하고 운영하는 건 쉽지 않다.
그러나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할 경우 ESG 전문 인증기관인 GRESB에서 운영하는 GRESB 인증의 점수를 높이는 데는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물류센터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하고, 건물 내 경비실, 주차장 등 전력이 필요한 공간에 소규모라도 태양광 발전 전력을 사용하도록 할 경우 ESG 이행을 위한 노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임대차계약 기간 중에 건물 매각을 하거나, 임대차계약 기간 종료하는 경우 태양광 발전 설비를 어떻게 처리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임대차 계약기간 중 건물이 매각돼 손바뀜이 일어나면 BEP의 임대차계약도 반드시 승계돼야 한다. 이 조건이 계약서 상에 포함되지 않으면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해서 운영할 수 없다. 건물주의 소유권은 이전돼도 태양광 발전 설비의 모든 권리는 다음 임대인에게 이전돼야 한다.
3~5년 또는 7년 단위로 운용되는 펀드나 리츠가 건물을 보유하고 운용하는 경우에도 이후 건물주에 계약권리를 이전하는 것이 가능하다. 자산을 신규 취득하는 매수인 입장에선 태양광 발전 설비가 부가적인 수익원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건물에 설치된 태양광 설비가 자산 매각의 걸림돌이 되는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