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클로징 딜 `동부간선 지하화' 1건? 암울한 민자금융업계 `각자도생'
지난달 20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개최된 대전 하수처리장 시설현대화사업의 금융약정식은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이 사업에 참여한 건설투자자(CI)와 재무투자자(FI), 대주단이 한자리에 모여 코로나19사태 이후 3년여만에 열린 `사이닝 세르모니' 행사를 자축했다.
모처럼의 딜 클로징 이벤트가 열렸으나 연내 이런 행사를 다시 보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올해 금융약정이 가능한 민간투자사업이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굵직한 클로징 딜로는 `동부간선도로 지하하사업' 1건에 그칠 것이란 비관적 전망도 제기된다. 이에 은행 인프라금융부서들이 실적 달성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각자도생을 모색하는 분위기다.
3일 인프라금융권에 따르면 연내 딜 클로징 가시권에 있는 사업은 동부간선도로 지하화사업이 유일하다. 지난해 말 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민투심) 통과에 이어 조만간 실시협약과 금융약정 체결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사업주(대우건설)와 금융주선사(국민 우리 산업은행)는 산업기반신용보증기금 보증 아래 PF대출금 6500억원의 자금 조달을 늦어도 4,5월 중 클로징하고 7월 착공에 들어갈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동부간선 지하화를 제외하고 실시협약 체결이 가능한 건은 불투명한 분위기다. 통상 민투심 상정 및 통과, 실시협약 체결, 금융약정 순으로 민자사업이 진행되는데 분기 마다 열리는 이달 말 민투심에 실시협약 대상 상정 건이 없은 것으로 알려졌다.
승학터널이나 위례신사선, GTX-C노선, 서울서부선경전철, 서울창동아레나 등의 실시협약 체결이 줄줄이 하반기로 미뤄지고 있어 연내 자금조달을 보장하는 사업장은 없는 상태다. 서부선경전철의 금융주선사인 산은 관계자는 "서부선이 6월 민투심에 상정된다고 가정해도 하반기 실시협약 체결이 가능할텐데 이후 연내에 금융약정을 마무리할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물가와 급리인상 여파에 따른 사업비 증액 이슈로 실시협약(변경 포함) 협상 체결이 지연되고, 민자 투자자들의 수익률을 맞추기 쉽지 않다고 업계는 하소연한다.
특히 최근 실시협약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는 금융시장 불확실성 여파로 딜 클로징이 쉽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기 때문이다. 실시협약을 체결하면 협약 체결일로부터 최대 1년 이내 자금을 모집해 금융약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업계는 설명한다. 때문에 섣불리 실시협약을 체결했다가 금융 모집을 못해 사업시행권 박탈 등의 페널티를 물지 않기 위해 협약 절차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자 금융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민자사업 수익률로는 공사비 확보와 대주단을 모집하기에 턱없이 낮다"면서 "수익률을 현실화해야 실시협약이 체결되는 등 민자사업 활성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적달성 급감 우려에 은행들 `각자도생'
올해 금융약정 대상 딜이 눈에 보이지 않으면서 민자사업 메인 금융플레이어인 은행들의 실적 채우기가 녹록지 않은 실정이다. 산은 기은 등 국책은행과 시중은행들은 인프라금융본부나 인프라금융부서를 두고 민자사업의 금융주선이나 대출을 취급하고 있다.
금융약정 대기 딜이 급감하자 은행들은 실적 달성과 조직 유지를 위해 각자도생하는 분위기다. 먼저 산업은행은 해외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해외 PF데스크들의 딜 발굴 역량이 강화된 만큼 미국 유럽 호주 중동 아시아 등지의 PPP사업을 찾아내 대출 취급을 늘릴 계획이다.
국민은행 역시 전통 민자사업 실적 부족분을 발전에너지PF와 해외PF에서 메운다는 전략이다. 기존 고객인 주요 대기업의 구역전기사업, LNG터미널, 신재생사업 등의 금융주선을 확보하고, 해외 민자사업 주선도 지속적으로 확대해 갈 계획이다.
하나은행 우리은행 기업은행 등은 민자사업 대출실적 채우기가 쉽지 않다고 보고 초기 금융주선권 확보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특히 사업개발금융팀을 신설하고 초기 민자제안사업에 금융파트너로 참여하는 등 딜 주선권 확보에 전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초기 개발사업에 설계비 등의 비용을 대는 민자개발형 블라인드펀드 설정도 추진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전국 지자체의 시금고를 다른 은행에 비해 많이 운용하는 점을 내세워 지자체의 중소 민자사업을 집중 공략할 예정이다. 수백억원대 하수처리시설이나 자원회수시설 등 틈새시장을 확보하고 금융 주선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사진설명>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 최종 완료 후 예상 조감도(사진: 서울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