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3조 모으는 GTX-C에 금융권 "기대반, 우려반"...FI 모집이 관건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노선의 도봉 구간(창동~도봉산역)이 지하화로 확정되면서 연말 공사 착공을 향한 사업 진행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실적 가뭄에 시달리는 금융권은 모처럼 3조원 짜리 메가 딜이 연내 자금 모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자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다만 재무투자자(FI) 역할을 해 온 보험사들이 올 들어 회계 이슈로 투자 집행이 어려워 FI모집이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9일 서울 도봉구에 따르면 GTX-C 노선 도봉 구간의 지하 건설이 최종 확정됐다. 앞서 이 사업 시행법인인 현대건설컨소시엄이 도봉 구간 지상 건설을 제안하고 국토교통부가 수용하자 소음 및 환경 피해를 우려한 도봉구와 지역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쳤다. 이후 도봉 구간은 감사원 공익감사와 한국개발연구원(KDI) 적격성 조사 등을 거쳐 이번에 지하화로 최종 결정된 것이다.
지하화할 경우 추가로 소요되는 4000억원 사업비 부담이 논란을 빚었으나 추가 건설비는 정부가 부담하고, 운영 비용은 민자 사업자가 부담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GTX-C노선의 핵심 쟁점인 도봉구간이 지하 건설로 매듭지어지면서 이 사업은 이르면 6월 민간투자심사위원회 상정과 7월 실시협약 체결, 이후 실시계획 인가 등을 앞두게 됐다.
절차가 순조로울 경우 4분기 자금조달을 거쳐 연말 공사 착공이 가능할 전망이다. 현대건설은 실시설계 작업 등을 미리 준비하는 등 연말 착공을 위한 행정 절차를 서두르고 있다.
관건은 정부 보조금을 제외한 3조원 규모의 민간 투자금 조달이다. 통상 수익형 민자사업(BTO)의 자본구조는 선순위 70%, 후순위 15%, 자본금 15%로 이뤄진다. 자본금은 다시 건설투자자(CI) 30%, FI 70%로 이뤄진다.
이를 GTX-C에 대입하면 자본금 4500억원, 후순위 4500억원, 선순위 2조1000억원으로 나눠진다. 자본금 4500억원 가운데 CI가 1350억원 정도를 내고, FI가 3150억원을 출자해야 한다.
선순위 등 대출금은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포함한 여러 채권보전장치를 통해 자금 조달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특히 올해 목표실적 달성에 어려움을 겪는 금융권이 실적 채우기에 용이한 이 사업의 대출 부분에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 고금리 추세에 마진은 박해도 취급 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게 대출 참여의 장점이다.
올해에는 지난 2월 금융약정을 체결한 대전하수처리장 현대화사업(약정액 1조 2400억원) 외에 예정된 신규 민자사업 금융약정은 ‘동부간선도로지하화사업(6500억원)’ 1건에 그치는 실정이다.
문제는 3150억원 규모의 FI모집분이다. 그간 보험사들이 FI역할을 해왔으나 올해부터 자기자본과 후순위대출에 참여하는 펀드 투자를 기피하거나 최소화하고 있다.
올해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으로 자산과 부채가 시가평가로 바뀌고, 건전성 부분에서신지급여력제도(K-ICS)가 도입돼 보험사들은 위험가중치가 높은 인프라펀드 지분투자를 꺼리고 있다. 보험사를 대신해 은행이 일부 펀드 투자로 나서고 있지만 이 부분이 은행의 메인 사업은 아니어서 한계가 따른다.
FI투자자 풀이 크게 위축되자 현대건설은 연말 예정된 3000억원 규모의 승학터널 자금조달을 후순위로 미루면서 메가 딜인 GTX-C노선의 자금 모집에 온힘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GTX C노선 금융주간사인 국민은행도 투자자 모집을 위한 금융구조 마련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