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일시에 4000억 납입 내건 LH, 여의도부지 매각 진정성 논란
서울 여의도의 마지막 노른자 땅으로 꼽히는 부지가 매물로 나왔지만 대금 납입 조건이 최근 시장 현실과 동떨어져 논란이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 상황임에도 4000억원 이상을 연말에 일시납하는 조건이어서 자칫 매각 부지가 '그림의 떡'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토지주택공사(LH)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LH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61-2번지 대지 8264㎡(2500평)를 경쟁입찰 방식으로 매각한다. 공급예정가격은 약 4024억원으로 평당 약 1억6100만원 꼴이다. 오는 12월 13일 입찰 신청과 보증금 납부, 낙찰자 발표를 거쳐 12월 22일에 계약을 체결한다.
여의도에서 공급되는 마지막 대형 개발부지로 꼽히는데다 이 지역에 호재가 몰려 있어 부동산업계의 관심이 많다. 서울시가 지난 5월 발표한 여의도 국제금융중심 지구단위계획안이 확정되면 이 토지가 위치한 '도심기능 지원지구'는 공공·생활편익·주거 등 다양한 입지가 가능하도록 도시기능이 복합화될 예정이다.
여기에다 여의도 노후단지의 대규모 재건축 추진과 제2세종문화회관 건립 등도 예정돼 있어 고급 주거타운 형성 기대감이 큰 지역이다. 옆 필지인 61-1번지 8264㎡(약 2504평)는 디벨로퍼 HMG가 지난 2021년 7월 3030억원에 매입한 바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현 2종일반주거지역을 여의도 지구단위계획에 맞춰 준주거지역으로 상향하면 부동산가치가 오를 가능성이 있는 매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매수자에 불리한 대금납입 조건이다. 매매계약 체결일인 12월22일에 계약보증금 10%, 중도금·잔금 90%를 모두 납부해야 한다. 입찰 보증금으로 납부한 5%를 빼도 95%를 한꺼번에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나대지의 담보대출 가능액이 담보감정가(LTV)의 50% 정도여서 예정가의 절반인 2000억원을 대출로 빌릴 수 있다. 그래도 취득세 등 제비용을 포함해 2000억원 이상의 여유자금을 쥐고 있어야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개발업계 관계자는 "대출이자가 비싸고 건설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그것도 연말에 금융기관들이 대출 문을 닫는 와중에 4000억원의 현금을 일시에 내라는 것은 현실성이 없는 것처럼 들린다"고 평가했다. 특히 인허가 과정을 포함하면 수년간 매입 자금이 묶일 가능성이 있어 여유 현금이 아주 많은 대형 디벨로퍼나 일반 법인 외에는 매수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인근 부지를 매입한 HMG도 2년 이상 시간을 들여 인허가 과정을 밟고 있다. 현실과 맞지 않는 대금납입 조건 탓에 LH가 단순 보여주기식 매각 진행을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LH측은 회사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자금 회수를 서두를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LH 매각 담당자는 "다소 무리가 있는 조건이지만 회사의 재무상황이 좋지 않은 상태로 시급히 부지를 매각해 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앞서 하남이나 수서지역 부지도 계약일에 대금을 완납하는 조건으로 공급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입찰에서 매각하는 것이 목표이며 유찰시 내년에 재입찰 공고에 나설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