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사 입장에서 바라본 개발·상업용시장
최근 브릿지대출 연장행렬로 개발 운용사들은 6개월 정도 한숨 돌리는 분위기입니다. 다만 본 PF까지 갈 수 있는 자산 수가 제한적이어서 본 PF까지의 순항을 위해 실무자들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더욱이 건설 원자재 가격 인상에 파업까지 이어지면서 개발을 준비하는 시행사, 운용사들의 고민이 큰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시기에 자산의 개발에 참여하고 관리 및 운영까지 도맡아 해야하는 운용사들은 돌파구를 찾기 위해 어떤 선택지를 모색하고 있는지 함께 고민해봤습니다.
원가상승, 고금리, 시공사 확보난.. 개발부지 삼중고
브릿지론 연장으로 인해 이자부담이 추가되고, 금리 역시 높은 수준으로 상향 조정되면서 사업 수익성이 많이 나빠졌습니다. 이에 본PF를 일으킬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사업장이 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대주단 모집까지 완료한 사업장 역시 시공사들이 도급계약을 철회하면서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미분양 사업장이 증가함에 따라 시공사는 기존 현장에 대한 자금 흐름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신규 사업장을 검토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시공사가 책임준공과 함께 공사 일정에 차질이 생길 경우 채무인수 조건으로 계약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불확실한 시장 환경에서 수익 대비 리스크를 많이 감수해야 하는 신규 수주에 자신감이 떨어진 상황입니다.
따라서 향후 개발이 이전처럼 활기를 띨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존재하며, 당분간 개발 사업은 지주공동 또는 사전 매수확약 등 수지를 개선할 수 있는 사업, 또는 안정적인 매수처가 확보된 사업장 위주로 개발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피스, 호텔 등 실물자산 검토도 한계
개발시장의 여건이 악화되면서 토지 거래 및 개발시장의 둔화가 중기적으로 주요 도심 내 신규 오피스 공급을 제한할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당분간 오피스는 운용사들에게 안정적인 수익 확보처가 됐고, 향후 거래 예정 물건에 대한 경쟁도 심화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의 오피스 자산은 해외와 다르게 최저 공실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국내외 운용사들이 국내 오피스 자산에 집중해 활발한 매수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또한 해외 오피스 시장에서 발생하는 높은 공실률과 같은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오피스 자산들은 재계약이나 신규 계약 시 중도해지불가 조항을 기존 3년에서 5년으로 변경해 계약서상 안정장치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낮은 공실률과 높은 임대료에 대해선 향후 추이를 조심스럽게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강남권역 프라임 오피스 기준 전용 평당 임대료 수준이 30만~40만원 수준으로 형성돼 있습니다. 향후 3년간 지속적인 인상이 예상되어 지기 때문에, 이러한 비싼 임대료를 임차사들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지지해 줄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대목입니다.
경제 성장률이 하락하고 있음에도 오피스 임대차 시장은 견고한 모습을 보여주는 모습은 다른 국가 대비 매우 상반된 모습으로 향후 시장 동향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더불어 향후 5~7년간 서울 도심업무지구(CBD)에 대규모 오피스 개발이 예정돼 있습니다. 도심(CBD)과 강남권 일대를 중심으로 오피스빌딩 지형도가 바뀔것으로 전망됩니다.
오는 2026년까지 CBD 권역에는 총 68만5000㎡(약 20만평) 규모로 오피스 빌딩이 공급될 예정인데 이는 기존 CBD 오피스 규모(총 1030만㎡, 2022년 2분기 기준) 대비 7% 정도에 해당하는 규모 입니다.
이런 가운데 우리 기관들이 해외 오피스 및 기숙사 등에 대규모 투자를 지난 3-5년간 꾸준히 늘린 상황에서 미국 및 유럽의 오피스 시장이 높은 공실률을 감당하지 못하고 무너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많은 기관 및 운용사들 역시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의 경우 2024년 말까지 405억 달러의 대출만기에 직면한 상황으로 다수의 대출원금 가치가 하락한 상태에 부채비용이 상승할 것으로 보입니다.
투자자들의 매각 손실이 크게 증가할 것이 예상되는데, 이러한 현상은 미국 뿐만 아니라 유럽 홍콩 등 다수의 국가에서 발견되고 있어 국내 기관투자자와 운영사의 리스크가 큰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실제 업계에선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EOD자산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이러한 투자환경 악화는 기관 및 공모를 통해 투자한 개인에게 까지 그 여파가 미칠 것으로 보여집니다.
투자자의 투자금 회수뿐 아니라 큰폭의 공실률로 인해 운영을 위한 자금 투입이 지속해서 발생할 수 있어 국내기관 및 운용사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국내기관의 해외자산 투자 손실은 유동성 악화에 불씨가 될 수 있으며, 국내 부동산 투자 시장에서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됩니다.
운용사 시각에서 호텔 역시 리스크가 높은 자산 중 하나입니다. 기관투자자가 호텔사업을 고위험 자산으로 보는 사유는 OCC(객실점유율) 변동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공실률의 변동은 곧 수익율과 직결되기 때문에 안정적인 임대료를 내는 오피스 대비 위험이 높습니다. 체계적으로 잘 운영하는 호텔의 평균 OCC는 70% 정도로 보고 있는데요. 외부 변수가 생기는 순간 OCC가 50%이하로 내려가다 보니 운영사 입장에서는 투자자 설득이 만만치 않습니다.
상업용시장에서 역할 축소되는 운용업계
부동산 시장은 큰 그림에서는 냉각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상반기 오피스 매매거래 사례만 보더라도 운용사 매수보다 실제 사용자인 기업에서 매수한 사례가 다수입니다. 향후 운용사가 매수하더라도 실제 투자자는 기관보다는 기업에서 투자하는 비중이 높아질것으로 예상됩니다.
1분기 주요 매매사례 역시 5건 중 3건의 매수자가 기업인데, 사옥 확보를 목적으로 한 기업들의 투자 움직임이 활발한 상황으로 볼 수 있습니다. 기관투자자들이 유동성 문제로 적극성이 떨어짐에 따라, 자금력이 풍부한 대기업들이 임대차 안정성 확보를 위해 매입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략적 투자자(SI)들은 엑시트를 목적으로 한 재무적 투자자(FI)와는 다른 전략으로 입찰에 참여하며 지금처럼 유동성이 제한적인 환경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당분간은 여러 상황들로 인해 부동산 거래에서는 운용사의 역할이 축소될 수 있고, 운영 중심의 대기업 및 개인에서 실물자산 위주로 소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해외 오피스 공실이 증가하면서 적극적으로 투자했던 것이 무더기 손실로 돌아오고, 올 하반기부터 해외 부동산 투자 관련 펀드의 부실화 사례가 늘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서 현재 부동산 투자에 더욱 소극적인 것 같습니다.
워낙 변수와 이해관계가 많아 예측하기 힘든 부동산시장입니다. 운용사의 역할을 다시 확장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취할지, 오피스 시장은 이대로 안정적으로 갈지 아니면 또 다른 변수를 맞을지, 금리상황에 따라 개발시장이 활기를 되찾을지 등을 고민하며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