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워크아웃 절차 시작부터 삐긋...11일이 분수령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채권단 공동관리) 돌입 절차가 시작부터 삐거덕대고 있다. 3일 열린 설명회에서 태영건설이 당초 약속한 자구노력의 이행안을 내놓지 않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 사이에 회의적 반응이 나오고 있어서다. 다만 아직 시간이 남아 있어 11일 드러날 워크아웃 개시 결정이나 부결을 예단할 수 없다.
태영건설은 3일 오후 여의도 산은 본점에서 400곳 이상의 채권단을 모아 자구안 설명회를 열었다.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은 호소문 발표를 통해 "어떻게든 정상적으로 사업을 마무리 짓고 제대로 채무를 상환할 기회를 주면 임직원 모두 사력을 다해 태영을 살려내겠다"고 말했다.
이날 설명회에서 태영그룹 측은 채권단 지원만을 호소한 채 애초 약속한 4가지 자구안의 이행 의지를 공표하지 않아 채권단의 유감을 샀다.
산은에 따르면 태영그룹은 워크아웃 사전 협의 과정에서 4가지 자구 조건을 제시했다.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1549억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하는 한편 종합환경회사 에코비트 매각을 추진해 매각 대금을 태영건설에 쓰는 것이 자구안이다. 아울러 골프장 및 레저사업을 하는 블루원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고 매각을 추진하며 평택싸이로 지분 62.5%를 담보로 제공하는 것도 자구안에 포함됐다.
그런데 이 중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한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400억원만 지원했다. 또 블루원의 지분 매각을 통한 자금을 태영건설에 쓰지 않고 지주회사인 티와이홀딩스 채무를 갚는데 사용한다고 말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강석훈 산은 회장은 설명회 이후 브리핑에서 "원래 약속했던 4가지 조항을 끝까지 지켜줄 것을 촉구했고 그 확약을 이날 설명회에서 공표해 주기를 강력히 요청했는데 지켜지지 않았다"면서 "채권단 동의를 받기 위해 워크아웃 계획안 약속을 성실하게 지켜줄 것을 다시 한번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산은은 태영그룹이 진성성있는 자구계획안을 제출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는 오는 11일 채권단 서면 결의를 통해 결정된다. 채권단의 75% 이상 동의를 거치면 워크아웃이 개시된다. 워크아웃이 개시되면 상거래채권 변제로 사업장이 정상 운영된다는 점에서 모든 현장이 중단되는 법정관리와 다르다.
법정관리에 비해 워크아웃이 채권단 손실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로선 워크아웃 가결에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다. 산은 관계자는 "워크아웃의 기업 정상화 성공률이 법정관리 대비 3배 높아 채권 회수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또 다른 채권단은 "주채권자에 비해 PF보증 채권자가 월등히 많다"면서 "사업장을 준공하기만 하면 상환 가능성이 높아지기에 PF채권자들이 공사가 진행되도록 워크아웃에 찬성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에 맞서 대주주의 사재 출연이 이뤄지지 않으면 채권단에서 워크아웃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우여곡절 끝에 워크아웃이 개시돼도 태영건설의 PF사업장이 60개에 이르고 금융위기 이후 14년간 건설사의 워크아웃 사례가 없어 당분간 시행 착오와 채권단 진통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