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 쏠리는 데이터센터, 지역 분산 아이디어 만발..가장 현실적 대책은?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가 '데이터센터 지역 분산 정책' 설명회를 열었다. 작년 11월 개최한 '데이터센터 수도권 집중 완화 방안' 간담회를 보완해 지자체, 공사, 민간 기업 담당자를 대상으로 추가 설명회를 연 것이다.
정부의 관심이 큰 `데이터센터의 수도권 쏠림 문제'가 표면화된 것은 지난 2021년 하반기부터다. 당시 민주당 이소영 의원은 한국전력 국감 제출자료를 통해 수도권에 신규 설립되는 데이터센터의 50% 가량에 전력 공급이 어려우므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고 이를 계기로 데이터센터의 지방 분산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됐다.
주무부처인 산업부는 데이터센터가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전력수급 부담이 가중되고 화재 등 재난사고 가능성이 커지는 한편 비수도권 경제활성화가 지연될 것으로 우려한다.
특히 심각한 것은 전력수급 문제다. 국내 데이터센터 1개소(평균 IT용량 11MW)가 1년간 사용하는 전력량은 약 28GWh로 약 1400가구의 1년 전력 소비량에 맞먹는다. 최근 데이터센터 개발사례가 크게 늘면서 전력사용 신청도 급증하고 있다. 오는 2029년까지 한전에 전력사용 신청이 접수된 수도권 신규 데이터센터 550개소 중 11.6%인 64개소만 적기 공급이 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도권에 전력 인프라를 추가 확보하는 방안도 쉽지 않다. 전력 공급용량을 늘리려면 변전소 증설 등이 필요하지만 부지 확보와 인허가, 건설 등에 6~8년 가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주민 혐오 시설이라 민원 우려가 있어 변전소 부지 확보가 쉽지 않다.
데이터센터의 수도권 쏠림을 막으려면, 데이터센터 사업계획 인허가 물량을 축소하는 게 효과적이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국회 계류중인 '분산에너지활성화 특별법'에는 데이터센터를 포함한 전력다소비 시설에 대해 사업자가 '전력계통 영향평가'를 시행해 사업계획 인허가권자인 산자부 장관에 제출하도록 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전력 확보가 여의치 않을 경우, 데이터센터 인허가를 내주지 않거나 자가 발전시설 설치 등 민간 사업자가 자구책을 마련하도록 해 전력수급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계통영향평가가 부동산 개발사업에서 교통·환경영향평가의 역할을 담당하는 셈이다. 여, 야가 각각 특별법안을 발의한 상태로, 전력계통영향평가에 대해서는 양쪽 발의안 내용이 거의 동일하다. 다만, 2021년 하반기부터 특별법 입법 논의가 시작됐지만, 전기요금의 지역별 차등화, 중소형 원자력 발전사업 포함여부 등 이견이 있어 국회 통과가 지연되고 있다.
산업부가 지난달 발표한 지역분산안에 따르면 이 특별법과 별개로 데이터센터의 인허가를 통제할 조치가 포함됐다.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전력 소비시설을 건설하는 사업자가 에너지이용합리화법에 따라 산업부와 에너지사용계획 협의를 진행할 때, 사업자의 전기사용예정통지에 대한 한전의 검토의견을 감안하도록 한 것이다. 에너지사용계획은 의무 제출 사항이나 후속 이행 절차를 강제하는 수단이 없다는 문제가 있었지만, 전기사용예정통지(사업자)와 검토(한전) 과정을 절차에 포함시키고 검토 부서도 한전 본사의 전담조직으로 이관하면서 특별법의 계통영향평가와 유사한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
정부의 지역분산 대책과 달리 민간 사업자들은 데이터센터 입주업체와 전문 인력을 확보하기 쉬운 수도권 데이터센터를 여전히 선호한다. 네이버, 카카오 등 자금력이 우수한 일부 대형 사업자를 제외하면 수도권 입지가 불가피하다고 업계는 항변한다.
실제, 국회가 입법 추진중인 분산에너지활성화특별법에 대해 데이터센터연합회는 지난해 9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계통영향평가가 시행되면 평가 대상에서 제외되는 소형 데이터센터만 수도권에서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이다. 입지 규제만으로는 정부의 데이터센터 분산 정책이 시장에서 원활하게 작동하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산업부는 입지 규제 외에 시설부담금이나 전력 요금을 일부 감면하는 인센티브를 통해 데이터센터의 지역 분산을 유도할 계획이다. 하지만 민간 데이터센터업계는 개발자금 조달, 고객사 확보 등을 감안하면 인센티브 대책도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현재 논의되는 지역분산 아이디어 중 가장 설득력있는 대책은 수도권과 지방의 데이터센터 전기 요금을 다르게 적용하는 '전기요금 차등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데이터센터 입주사가 부담하는 운영 비용의 40~50% 가량을 전기 요금이 차지하므로, 요금이 차등화될 경우 입주사의 수익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한 민간경제연구소의 연구위원은 "요금 차등제는 현재 심의중인 분산에너지활성화특별법 중 박수영 의원 발의안에 포함돼 있다"면서 "법안의 국회 통과가 가능할지, 하위 규정에서 정할 수도권과 지방의 전기요금 차이가 어느 정도일지를 앞으로 주의깊게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