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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집중과 성장기제(Growth Machine)

김갑진
- 9분 걸림 -
게티이미지뱅크

허쉬만(Albert O. Hirschman)의 ‘불균형성장론’은  국가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그 나라의 현실에 맞는 비교우위 산업에  투자해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전략이 전체 산업을 균형적으로 키우는 것보다 유리하다고 말합니다.

허쉬만은 경제성장을 위해 집적이익(economies of concentration)을 포함한 입지적 이익을 꾀할 수 있는 경제력 집중지역. 즉 ‘성장거점(Growth Poles)’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성장거점을 구축하면 불가피하게 지역 불균형이 발생하지요. 따라서 지역이 불균형하다는 것은 성장의 필요조건이 됩니다.

허쉬만의 불균형 성장론은 한 나라의 경제성장을 위해 산업간 불균형 뿐만 아니라 국토의 불균형 개발이 불가피함을 지지하는 이론입니다. 그래서 산업화 이후 50여년간 이어진 우리의 ‘수도권 집중’과 이 불균형성장론은 쉽게 오버랩됩니다.

아시다시피 수도권 집중은 비수도권 지방의 인구를 흡수하면서 가능했습니다. 정도는 약해졌지만 지금까지도 그 관성은 유지되고 있습니다.

수도권 집중의 결과로 맞닥뜨린 ‘지방소멸과 출산율 급감’은 수도권 집중의 거울이 되었습니다. 전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모여 사는 동안 전국 229개 기초자치단체 중 122곳(53.3%)이, 20세~39세의 여성인구가 65세 이상 인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이른바 ‘소멸위험지역’이 되었습니다.

0.72명의 합계 출산율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심지어 서울은 이보다도 낮은 0.55명입니다. 수도권 내에서는 서울 인구 감소와 경기도 인구 증가 패턴이 2010년 이후 뚜렷합니다. 신도시가 지어지거나 집값이 급등하는 시기를 거치면서 이 현상은 굳어졌습니다.

그래서 2010년대 이후 수도권 집중은 그나마 출산율이 높은 지방에서 태어난 젊은이가 교육과 경제활동을 찾아 수도권으로 올라온 후, 상대적으로 집값이 낮은 경기도에 거주하며 출산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현재의 수도권 집중은 허쉬만이 말한 성장과정에 나타나는 성장거점으로의 집중(성장거점의 흡수)이라기보다 수도권 집중의 결과로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을 이탈하는 것으로 보는 게 더 정확합니다.

왜냐하면 수도권 성장세가 이미 정체된 와중에도 지방 인구, 특히 20대의 수도권 유입이 두드러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경제활동을 시작하는 20대가 지방에서 취업 기회를 잡기 어려워 서울로 모이기는 하나 동시에 서울에 와서 취업될 보장은 과거 1970년~1990년대처럼 높지 않습니다.

다시말해 현재의 수도권 집중은 강력했던 성장엔진이 자원을 흡수하는 것이라기보다 퇴락한 소멸 위기 지역을 벗어나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수도권의 추가·지속 성장은 가능한가?

성장세가 높았던 1970~1990년대에 비해 2010년대 이후 우리는 자주 저성장을 말합니다. 1971년 이후 2010년에 이르는 40년간 평균 약 7.8% 성장한 데 반해 2011년 이후 현재까지 그 수치는 2.6%에 불과합니다.

실제 2011년 이후 그 이전 40년 연평균 성장률의 절반(3.9%)을 초과하는 성장을 달성한 사례는 코로나 기저효과가 있었던 2021년(4.3%) 단 한 번에 그칩니다. 저성장이 고착됐다는 말도 틀린 말이 아니지요.

세계 경제 10위권 국가로 성장한 대한민국의 추가·지속 성장을 무엇으로 달성할 수 있을지 우리 모두의 고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계속되는 수도권의 집중이 불균형 성장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한국의 성장을 보장할 수 있는 것일지는 이처럼 달라진 여건의 작용을 고려하면 단언하기 어려운 형편입니다.

도시공간 정치와 성장기제(Growth Machine)

대한민국, 특히 수도권 성장의 모멘텀으로 우리가 직면하는 현상 중 뚜렷한 것은 산업기반의 확충보다 부동산 집중이 아닐까 합니다.

2014년 대세 상승기로 수도권의 부동산은 다시 한번 날아 올랐습니다. 재정사업 대신 개발사업이 보편화되면서 이를 뒷받침하는 일련의 구조화 금융분야의 발전도 눈에 뜁니다. 과연 부동산은 수도권의 추가·지속성장을 담보할 수 있을까요?

허쉬만의 불균형성장론이 한 국가의 경제성장을 위한 산업과 공간의 불균형을 다뤘다면 로간(John Logan)과 블로치(Haryey Molotch)가 펼친 공간의 정치경제학(urban fortunes)은 미시적으로 도시성장에 집중한 이론입니다.

로간과 블로치는 도시공간을 하나의 상품으로 보면서 도시의 성장은 도시공간이라는 상품의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의 대립 속에서 결정되는 일련의 결과물로 인식합니다. 다시 말해 한정된 도시공간은 자산으로서 교환가치를 추구하는 집단과 정주공간으로서 사용가치를 추구하는 집단의 대립이 수렴되는 방식으로 성장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이들은 도시 개발과 이해관계가 있는 일련의 복합체로 ‘성장기제(Growth Machine)’라는 개념을 도입합니다. 성장기제는 도시개발로 부동산 가치와 이해관계를 갖는 연합체로서 구체적으로는 도시 내 정책, 경제(산업), 언론 등을 의미합니다.

성장기제를 중심에 두고 국내의 현상을 본다면, 2014년 이후 부동산 열풍이 2023년 전후로 잦아들자 정책 결정권자인 정부가 부동산 성장기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부동산 가격의 상승폭발력이 사그라들라치면 40조원 내외의 특례대출로 결과적으로 가격하락을 제어하는 효과를 내는 정책을 내는가 하면, 노후계획도시 정비를 포함한 재개발, 재건축 사업을 규제완화를 통해 적극적으로 유인합니다.

일례로 2024년 3월 현재, 서울시에는 크고 작은 정비사업구역으로 690군데가 지정돼 있습니다. 인플레이션 여파로 정비사업의 사업성이 크게 위축되면서 부동산 성장기제가 과거와 같지 않은 '이상 신호'가 감지되는 가운데 정부는 여전히 과거의 패러다임에 젖어 사업규제 완화와 용적률 상향이라는 구시대적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이쯤되면 수도권의 낡은 지역을 산뜻하게 정비해 공간가치를 높인다는 정부의 선의는 수도권 집중이라는 식어가는 조류를 부동산 성장기제로 연장하려는 전략으로 이해하는 것도 무리가 아닐 것입니다.

불균형성장과 균형성장의 공통점

허쉬만의 불균형성장론은 ‘불균형 상태’를 성장이라는 목적 달성을 위한 ‘과정’으로 본다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불균형 그 자체는 성장의 수단이지 목적이 아닌 것이지요. 그래서 허쉬만은 일단 성장이 이루어지고 나면 산업의 연관을 통해 성장효과가 낙후지역으로 확산되는 성장의 누적효과를 주장했습니다.

누적효과는 일종의 낙수효과와 같습니다. 그래서 허쉬만의 불균형 성장론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균형성장의 결과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성장이 부동산 가격 상승을 통한 집단적 성장기제로 수도권을 앞세우는 것인지, 낙후지역에 직접적 생산활동(Directly Productive Activity; DPA) 창출하는 투자를 통해 성장효과를 확산해야 하는지 잘 생각해봐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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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진

보증기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건설경제의 어제와 오늘(우리가 사는 집과 도시)' 저자입니다. 아주대 겸임 교수를 겸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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