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주거상품 판 키우는 펀드·리츠업계
최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내년 사업계획을 잡으면서 시니어주거시장 진출을 주요 추진 사항으로 정했다. 시니어인구가 해마다 늘고 있는데다 계열사인 미래에셋생명과 협업이 가능한 분야란 판단에서다. 미래에셋생명이 시니어주거 운영과 보험 설계를 맡고 미래에셋운용이 사업지를 개발해 하드에셋을 담는 구조 등을 검토하고 있다.
미래에셋운용 뿐 아니라 이지스자산운용 마스턴투자운용 등 대형 부동산 운용사와 리츠 등이 내년 먹거리로 시니어주택을 낙점하고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대형 부동산운용사, 시니어주택시장 진출 승부수
19일 운용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운용은 현대건설과 손잡고 은평뉴타운 소재 시니어주택 개발시장에 뛰어들었다. 이지스운용은 지난해 5월 서울 은평구 진관동 208-10번지 일대에서 ‘은평 편익5 시니어레지던스 복합 개발사업'을 시행하는 은평진관동PFV을 설립했다. PFV지분율은 19.9%다. 은평진관동PFV는 노인주거와 업무시설을 복합 건립하는 사업을 내년 5월 착공해 오는 2027년 2월 준공을 목표로 한다.
시공사인 현대건설이 지난달 브릿지론 성격의 335억원 PF유동화증권에 자금보충을 제공한다. 지난해 11월 선순위 288억원의 대출 약정을 체결한 바 있어 이번 335억원의 자금 조달은 후순위대출이다 현대건설이 시니어주거 개발사업 시공에 나서는 것은 처음이다.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에 맞춰 시니어하우징 시장에서 새로운 시공 기회를 모색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마스턴투자운용의 싱가포르법인 마스턴APAC과 디벨로퍼 STS개발도 시니어주택 개발과 운영을 위한 펀드 모집에 들어갔다. 아시아 투자자를 상대로 1억5000만달러를 모은다는 계획이다. 마스턴APAC과 STS개발이 공동 운영할 1억5000만달러 시니어주택펀드는 국내 최초의 헬스케어부동산 사모투자펀드(PEF)를 표방한다. STS개발은 시니어주택 개발과 운영을 담담하고, 마스턴APAC은 아시아·태평양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집한다.
STS개발은 경기 분당 서울대병원 근처에 1호 시니어주택 개발 사업을 위한 건축허가를 받았다. 이어 조만간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시니어주택을 준공한 이후에는 케어닥과 STS개발이 지난해 공동 설립한 '케어스테이'가 관리운영을 맡게 된다. 케어닥은 시니어 종합 헬스케어 플랫폼이다. STS개발은 대형 병원 인근에 추가 시니어주택 설립을 이어갈 계획이다.
마스턴APAC은 싱가포르 기관투자자(LP), 헬스케어 특화 자산운용사, 싱가포르 상장 리츠 등의 자금을 유치하는 초기 단계에 있다. 내년 상반기 펀드레이징을 마무리한다는 목표다.
이밖에 코레이트자산운용은 전일 케어닥과 시니어 주거 개발 및 운영사업 확대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양사는 시니어 부동산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할 계획이다.
리츠업계도 시니어주거 공략 시동
상장리츠 분야에서는 코람코자산신탁이 운용하는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가 시니어하우징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코람코신탁이 지난 10월 발표한 라이프인프라리츠의 비전2030 발표에 따르면 기존에 주유소 부지를 활용하거나 물류센터 등으로 한정됐던 투자대상을 코리빙과 시니어하우징으로 넓히기로 했다. 인구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로 재편되는 주거트렌드를 반영하기 위해서다.
이런 가운데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국내 최초의 '헬스케어 리츠'에 참여할 민간 사업자 공모에 나서면서 내년에 시니어주거가 리츠업계의 핫아이템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민간 사업자는 헬스케어 리츠를 설립하고 화성동탄2 택지개발사업지구 내 의료복지시설 용지에 시니어 주택을 비롯한 의료·업무·상업·문화·주거 등을 복합 개발한다. 내년 초 참가 의향서를 접수하고 4월 중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선정 기준은 랜드마크형 노인복지주택 건축 계획과 헬스케어 서비스 계획, 주식공모 계획 및 배당 수익률, 지역주민들도 이용할 수 있는 편의·문화시설 공유 계획(지역 상생 방안) 등이다. 사업 부지는 약 18만6487㎡(5만6000평) 규모다. 국내 헬스케어 리츠는 이번이 최초지만, 미국의 경우 이미 125조원 규모의 시장이 형성됐으며 고령화 시대를 맞아 지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공급부족한 시니어주거, 불황기에도 뜬다
시니어하우스(노인복지주택)가 불황기에도 유망한 부동산개발상품으로 떠오른 것은 고령화로 관련 주택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반면 공급은 여전히 부족해서다.
노인복지주택 수요가 증가하면서 다수의 개발 프로젝트가 이미 진행되고 있다. 롯데건설 컨소시엄이 서울 마곡 마이스(MICE) 복합단지에 오는 2024년까지 조성할 예정인 VL르웨스트는 810세대 규모의 고급 노인복지주택이다. 병원과 연계된 의료서비스, 컨시어지 서비스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주변에는 컨벤션센터 및 문화·판매·업무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또한 부산 오시리아 체류형 관광문화의료 복합단지에는 노인을 위한 임대용 주거시설인 VL라우어가 공급될 예정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시니어 복합단지로 단지 내 병원과 헬스타운, 문화·커뮤니티시설이 함께 들어선다. 하이투자증권 등이 출자한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 썬시티가 시행을 맡았으며, 한화 건설부문이 시공하고 롯데호텔이 운영할 예정이다.
서울아산병원과 KT&G, 하나은행 컨소시엄은 오는 2028년 준공을 목표로 인천 청라의료복합타운을 조성할 계획이다. 청라 의료복합타운은 청라국제도시 해안가 26만㎡ 규모의 부지에 500병상 이상 되는 종합병원과 의료바이오 관련 산·학·연 및 업무·상업 등의 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총 사업비만 2조4000억원에 이르는 대형 사업이다.
이처럼 부동산시장 침체 조짐에도 다수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것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여전히 부족해서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며 향후 10년간 매년 50만명 이상이 노인 인구로 편입되고, 특히 경제력이 탄탄한 노년층의 고급 실버주택 수요가 커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인구는 2022년 7월 현재 총인구의 17.6%를 차지하고 있으며, 2025년에는 20%를 돌파하며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10년 후인 2035년에는 30%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일부 대형 단지 공급이 예정됐으나 노인인구 증가 속도에 비해 시니어하우스는 여전히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실버타운에 대한 인식이 과거에 비해 많이 개선되면서 노인시설에 입소를 원하는 노인 인구 또한 증가하고 있다.
세빌스코리아에 따르면 노인들의 시설 거주 희망 비율은 지난 2017년 0.2%에서 2020년 4.9%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대기업과 금융기관 등이 이들을 대상으로 한 주거시설 및 서비 스에 주목하고 있으며 건설업계도 실버타운 공급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직접적인 의료 서비스 및 다양한 프로그램이 제공되는 노인복지주택과 병원에 가깝고 다양한 문화·취미생활을 누릴 수 있는 도심형 노인복지주택의 수요가 높아 앞으로 해당 시설의 공급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빌스코리아 관계자는 "부동산펀드와 리츠가 투자한 부동산에 전문 호텔 운영사가 마스터리스해 운영을 책임지는 형태로 호텔 투자시장이 급성장했던 것과 같이 앞으로 시니어주택을 전문적으로 운영하는 기업들이 많아지면 새로운 부동산 투자상품으로써 빠른 성장이 기대된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