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개발 검토 시작한 디벨로퍼들, 사업 성공 높이는 방법은
A시행사는 서울 강남의 하이엔드 주거시설 개발사업의 입주 절차가 마무리되면서 최근 새로운 개발 부지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오피스텔·공동주택 사업장의 시행이익 정산이 어느정도 완료되면 이 자금을 실탄삼아 차기 사업장에서의 토지 매입에 들어갈 계획이다. 다만 개발 후보지역을 넓히지 않고 그간의 시행에 익숙한 강남권 고급 주거 용도 사업장에 한해 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사업지 찾아 나선 디벨로퍼들, 배경은
최근 개발부지를 찾는 부동산 디벨로퍼들이 하나둘 늘기 시작했다. 공사비 급등과 고금리 지속세가 막을 내리면서 사업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예측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금리 하락세가 디벨로퍼들의 사업 의지를 자극한 배경으로 꼽힌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2022년 11월 큰 폭 상승해 PF위기를 촉발했던 PF ABCP 발행금리(A1·3개월물 기준)와 스프레드가 8월 기준 3.78%, 49.0bp 수준을 나타내면서 원활한 차환 여건을 만들고 있다.
금리가 하락하고 증권사들이 공격적으로 금융주관에 나서면서 만기 연장에 어려움을 표했던 사업장들이 속속 리파이낸싱에 성공하고 있다. 블리츠자산운용이 자산관리회사(AMC)인 용산라이프시티PFV는 최근 기존 만기 도래 브릿지론 상환을 위해 2100억원을 차입하는 담보대출약정을 체결하고 지난달 30일 대출을 실행받았다. 지난 2022년 3월 30일 PFV가 차입한 브릿지론 2800억원이 지난 4월 1일 2년 대출 만기를 맞아 7월 1일로 3개월 연장됐다가 두달의 연체를 거쳐 이번에 리파이낸싱에 성공한 것이다.
사업성 평가를 통한 PF사업장 옥석가리기에 따라 정상 사업장으로 시중 자금 유입되기 시작한 점도 시행사들이 신규 사업 검토에 들어간 배경 중 하나다.
여기에다 서울 아파트값이 최고가 대비 90% 회복되는 등 집값이 비싸도 거래가 이뤄지자 디벨로퍼들이 사업 자신감을 갖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26일 부동산R114가 올해 7∼8월 계약된 서울 아파트의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2021년 이후 동일 단지, 동일 주택형의 직전 최고가와 비교해 평균 90%까지 매매가를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상품별 온도차 뚜렷
부동산 시행 여건이 나아지기는 했으나 아직은 부동산PF시장이 지역별, 용도별 온차가 뚜렷해 개발시장 전체가 해빙 무드는 아니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서울·수도권에서의 분양시장은 회복세를 보이는 반면 지방 분양시장은 여전히 침체기를 겪고 있다. 또한 상품 용도별로는 주거시설과 오피스 개발의 PF파이낸싱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데 비해 물류센터, 지식산업센터, 생활형 숙박시설 등 그 외 상품 개발은 여전히 금융권 대출 문턱이 높은 상태다.
특히 대부분의 시행사들이 여전히 길고 어두운 침체의 터널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 실정이다. 금융회사들이 6월 말 기준 연체, 연체유예, 만기연장 3회 이상 사업장 등 부실 가능성이 높은 사업장에 대한 사업성 평가 결과 유의(C)·부실우려(D) 등급 여신은 21조원으로 전체 PF익스포져(216조5000억원)의 9.7%에 달했다. 더욱이 금융당국이 유의·부실우려 사업장에 대한 재구조화와 매각을 계속 추진할 계획임을 밝히고 있어 시행사들의 추가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때문에 신규 개발사업 착수시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FI·SI 유치해 자본 부담 줄여야
전문가들은 시행사들이 자체 자금이나 높은 레버리지를 활용해 사업을 벌이기 보다는 재무적 투자자(FI) 또는 전략적 투자자(SI)를 유치하는 것이 개발사업 진행을 위한 현실적 대안이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최근 개발사업의 시행사 자기자본 비율이 높아지는 상황인데 디벨로퍼가 많은 에쿼티를 투입에 사업을 강행하기에는 아직 불확실성이 크다"면서 "FI 또는 SI를 유치하거나 리츠· 개발형 블라인드 펀드와 공동으로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게 부담을 낮추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신세계프라퍼티는 최근 맥쿼리자산운용의 블라인드펀드인 '한국민간운영권펀드(KPCF, 코리아프라이빗컨세션펀드)' 4호를 유치해 '스타필드 창원' 개발사업을 본격화했다. 회사는 지난달 30일 제3자 배정을 통해 맥쿼리운용 펀드에 지분 절반을 주고 645억원 자금을 끌어들였다. 신세계프라퍼티 측은 "이번 투자에 따른 안정적 자금 확보로 사업의 급물살을 타는 것은 물론 풍부한 경험과 금융 노하우를 가진 대주주를 확보해 사업 전반에 큰 도움을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강남에서 하이엔드 주거 개발을 물색중인 A시행사도 SI격인 대형 건설사와 협업해 공동 개발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앞으로 쏟아질 부실채권(NPL)성 개발 물건을 선점하는 것도 개발시장 진입 리스크를 낮추는 전략으로 꼽힌다.
경남 소재 한 중견 건설사는 장기 연체된 강남 주거시설 개발사업장의 대출채권 매입에 나섰다. 이 건설사는 계열 대부업체를 설립해 지난달 대주단으로부터 대출채권을 할인된 가격에 사들였다고 한다. 앞으로 사업이 정상화돼 이자를 수취하거나 기존 시행사가 디폴트를 낼 경우 사업시행권을 획득하는 양방 전략을 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NPL시장도 매수자와 매도자간 눈높이 격차가 크고 정상화가 어려운 부실 사업장이 많아 실제 거래가 이뤄지는 것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