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민간 도심복합개발의 신데렐라로 떠오른 개발리츠
정부는 지난 8.16 대책을 통해 앞으로 5년간 총 270만 가구(인허가 기준)의 주택을 공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 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1) 도심공급 확대 2) 주거 환경 혁신 및 안전 강화 3) 공급시차 단축 4) 주거사다리 복원 5) 주택품질 제고 등 5대 전략을 제시했다.
이번 대책에서 개발업계가 주목하는 내용은 `민간 도심복합개발사업'이다. 지난해 도입된 역세권 등 도심복합사업의 경우 공공만 추진할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공공의 인력 및 능력 한계에다 주민 반발에 부딪치는 등 부작용이 속출했다.
그런데 이번 대책에서 리츠와 부동산신탁사와 같은 민간기업도 사업 시행 주체가 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줬다. 이를 위해 리츠·신탁이 사업 주체가 되는 제도를 신설한 도심복합개발법을 연내 제정할 계획이다. 이어 내년 상반기 후보지를 공모해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의 이번 대책 신설로 개발리츠가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민간 사업자로서 디벨로퍼와 건설사의 직접 개발이 배제된데다, 이번에 같이 민간 사업주체로 허용된 부동산신탁에 비해 리츠가 이익 공유나 공공 기여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도심 복합개발 사업자의 신데렐라로 떠오른 개발리츠의 특징과 의미를 알아봤다.
오랜 암흑기 거친 개발리츠
2010년대 초반 시행사 성격의 일부 자기개발리츠가 개인 자금을 공모해 상장한 뒤 곧바로 상장 폐지 절차를 밟으며 개발리츠의 오랜 암흑기가 시작됐다. 개인 투자자의 피해가 커짐에 따라 금융당국은 모든 리츠의 상장 시에 예비 심사를 받도록 하는 등 상장요건을 대폭 강화해 리츠가 쉽게 상장될 수 없도록 했다. 이에 개발리츠가 고위험 시행사로 인식돼 투자자의 외면을 받았다.
국토교통부 역시 각종 특례를 적용한 개발 전문 리츠 제도를 지난 2015년 폐지했다. 다만 리츠를 개발사업에 활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하지는 않았다. 리츠 총자산의 30% 이내로 개발사업 투자 비율을 제한하고 주주총회 특별 결의로 정하게 했다. 리츠가 주주의 자기 책임 아래 개발사업에 대한 투자를 결정하도록 한 것이다.
부동산 개발시장에서 디벨로퍼들은 리츠보다 정부 당국의 감독을 받지 않는 프로젝트금융회사(PFV), 특수목적법인(SPC) 방식을 더 선호하게 된다. 이로 인해 리츠를 활용한 민간개발 사업 활용은 장기간 주목받지 못했다. 다만 정부가 정책적으로 주택공급에 활용하기 위해 임대주택리츠(뉴스테이리츠)를 쓰면서 명맥을 유지했다.
개발리츠 통한 주택공급 활성화 이유는
윤석열정부 들어 개발리츠가 다시 정책의 핵심으로 등장한 것은 그간 민간기업의 개발이익 독점 부작용이 워낙 크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같은 공공 개발은 인력난에 시달리는데다 주민 반발이 크다. 민간 기업에 맡기자니 개발이익 독점 문제를 해결하기 쉽지 않은 것이다.
특히 대장동 개발사업과 같은 소수 주주 중심의 폐쇄적 PFV 부작용이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는 점이 부담이다.
법무법인 세중의 김중한 전문위원은 " 지금까지 부동산개발시장에서 사업시행자가 PFV를 많이 활용했다"면서 "하지만 대장동 사례와 같이 PFV는 리츠에 비해 관리 감독체계, 제한없는 대출 비율, 투명한 사업관리, 개발이익의 공정한 배분 등에 측면에서 크게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리츠나 부동산신탁사와 같은 금융회사로 개발 사업을 장려하면 투명성을 확보하는 점이 가장 큰 매력으로 부상한 것이다.
개발 후 임대로 운영되는 과정에서도 리츠가 PFV보다 활용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PFV방식은 개발자산을 대부분 분양한 이후 종결 처리해 그 수익을 배분한다.
김중한 전문위원은 "개발 리츠를 통해 개발된 부동산이 임대 운용하는 경우 수익을 국민이 공유할 수 있다"면서 "공모 리츠의 투자자산으로 더욱 많이 공급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인센티브 부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시행사와 건설사가 도심 복합개발 주체에서 배제되면서 이들의 불만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더라도 개발이익의 민간 독점이라는 폐해 탓에 정부가 이를 풀어주기는 곤란하다. 다만 디벨로퍼는 리츠 SPC에 간접 출자하는 방식으로 도심 복합개발에 참여하는 길을 열어줬다.
토지주의 리츠 현물출자로 주민 동의 유리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서 지정된 공공 도심 복합개발 후보지 76개소 중 45개소가 주민 3분의 2 동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답보 상태에 있다.
공공사업을 이유로 토지를 수용했으나 토지 제공 단계에서 기업이 개발 이익을 독차지하는 경우가 다수 발생하면서 주민의 불만이 크기 때문이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토지 수용이 쉽지 않은 이유 중 하나가 토지소유자들이 땅을 팔면 손해보는 거 아니냐는 불신이 커서다"면서 "개발 이익이 일부 투자자에게 집중돼 지역주민이 지역에서 발생된 이익에 대하여 소외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새로운 대책이 도입되면 토지주 3분의 2 이상이 동의할 경우, 신탁ㆍ리츠가 시행하는 방식(비조합 방식)으로 추진되며, 리츠 SPC에 토지주와 디벨로퍼, 금융기관 등 출자하게 된다, 이 때 토지주 비율이 50% 이상 되도록 명문화할 방침이다.
리츠업계는 이 방식을 활용하면 개발 이후 토지 소유주에게 분양권을 지급하고 임대 때 수익도 배당하는 리츠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 경우 민간 특혜 논란 없이 지역 주민의 반대 민원을 해소할 수 있는 것이다.
복합개발시 리츠가 신탁보다 유리한 점은
민간 사업 주체 중 신탁 방식도 사업 추진 속도 측면에서 유리하다. 부동산신탁사들이 정비사업 방식에 오랜 노하우가 있어서다. 신탁방식이란 신탁사에 토지를 신탁해사업 시행하게 하는 방식이다. 즉 신탁사가 사업‧시공관리를 하게 된다.
그러나 시행이익의 공공적인 공유 측면이나 이해관계 조정 측면에서 리츠 방식이 유리해 리츠가 더 선호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한국리츠협회 관계자는 " 토지 수용 때 리츠나 신탁을 선택해야 한다"면서 "이 경우 토지의 적정가격 산정에 이견있을때 서로 합의를 봐야한다. 리츠는 수용에서 끝나기 보다 토지주가 리츠 주주로 참여해 추가 이익이 날 경우 이익을 가져가기 때문에 리츠방식을 선호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다만 다양한 리츠사 중에서 리츠 자산관리회사(AMC)를 겸영하는 부동산신탁사들이 사업주도권을 잡는데 유리할 전망이다. 리츠를 겸영하는 부동산신탁사는 개발신탁 경험이 풍부한데다 정비사업 노하우도 있어 사업을 진행하는데 노련하기 때문이다. 일반 리츠가 도심복합사업을 추진하려면 관련 개발 전문가를 스카우트해야 한다는 과제가 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