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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주택시장에서 마주한 건설사 4대 리스크는?

원정호기자
- 14분 걸림 -

`금융산업에서 건설산업으로'  증권사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리스크가 다소 완화되면서 시장의 우려가 건설사로 이동하는 모양새다.  시공능력 83위인 대우조선해양건설의 기업회생절차 돌입에 이어 대우건설의 울산 주상복합사업지 440억원 보증채무 상환 등 건설사를 둘러싼 반갑지 않은 이벤트들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주요 건설사의 지난해 실적 발표에 따르면  자재가와 인건비 상승에 따른건설원가 부담으로 수익성 하락세도 지속되고 있다. 이에 최근 금융시장은 건설업 전반의 신용 위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시장 불안에 선제 대응한 당국은 자금경색이라는 급한 불은 껐다고 보고 건설사 리스크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분양 증가세가 이어질 경우 PF 부실화 위험이 건설사로 전이될 공산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당국은 건설사의 미분양·고물가 부담과 PF 리스크를 완화를 위해 정책금융 공급 규모를 28조4000억원으로 확대한다고 지난주 발표했다. 또한 부실 우려가 있는 PF사업장의 정상화를 지원하기 위해 'PF 대주단 협약'을 4월 가동하기로 했다.  

건설사에 대한 시장 우려는 크게 4가지 정도로 압축된다.  ✅PF 관련 보증을 포함한 자금조달 리스크,  ✅공사비 회수 지연 리스크,  ✅적정 공사비 미확보 리스크, ✅ 영업실적 감소 리스크가 그것이다.  건설사를 흔드는 4대 리스크를 점검해봤다.

(1)자금조달 리스크

만기 도래하는 유동화증권 및 회사채에 대한 건설사들의 차환 부담이 여전한 상황이다. 때문에 외부 자금조달 과정이 순탄치 않거나 차질을 빚으면 고스란히 재무위험으로 번질 수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1월 말 기준 건설사 보증 단기 유동화증권(ABCP, ABSTB)의 만기 중 약 90%가  상반기에 집중됐다.  특히 전체 발행액의 70%를 차지하는 A2급 유동화증권을 중심으로 차환부담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자료:한국신용평가

먼저, 1월 말 기준 건설사의 회사채 발행액 8조2000억원 중 올해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는 2조6000억원이다.  이 중 49%인 1조3000억원이 상반기 물량이다. A급 건설사 회사채는 2분기부터 만기도래 물량이 늘어난다.

A급의 전체 4조4000억원 중 1조4000억원의 만기가 연내 도래한다.  BBB급의 경우 만기가 더욱 집중돼 전체 발행액 약 1조3000억원 중 41%인 50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상반기에 몰려 있다. BBB급 건설사 중 자체사업이나 PF우발채무 관련 부담이 큰 업체의 경우 당분간  자금조달 보릿고개를 넘겨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기자금시장이 점차 정상화되고 있지만 건설업에 대한 단기 금융시장 회피 기조도 지속되고 있다. PF ABCP 시장에서  금융기관 보증물 위주인 A1급의 경우 4~5%대로 금리 수준이 안정화된 모습이다. 그러나 주로 건설사 보증물로 구성된 A2급의 금리는 7~9% 내외로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한국신용평가 전지훈 연구위원은 "충분한 유동성을 보유했거나 분양위험을 적절히 관리한 건설사와  유동성이 부족하거나 차입금 및 PF유동화증권 차환 위험이 확대된 건설사 간 자금조달 양극화 현상이 앞으로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미착공이나 분양실적이 부진한 사업장 관련 PF우발채무의 현실화 가능성에 주의해야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개발사업에서 증권사 등 금융기관의 참여가 늘고, 시공사는 직접 보증보다는 주로 책임준공 형태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직접적인 PF신용보강(연대보증, 채무인수, 자금보충’) 비중은 감소했다.

그러나 지난 수년간 부동산금융 규모가 급증함에 따라 건설사의 절대적인 PF보증 규모도 다시 확대된 추세다.   이는 부동산경기 하강 국면에서 다시금 건설사들의 재무안정성에 위협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직은 건설사의 PF우발채무 현실화될 가능성이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정부의 자금 지원이 지속되고 PF금리 스프레드가 축소세이며 금융위기 당시 건설사에 집중됐던 우발채무 부담은 대주단 전반에 분산되는 구조로 진화했다"면서 "이런 이유로 건설사의 PF우발채무 현실화 가능성을 낮게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작년 말 롯데건설과 태영건설이 겪은 리스크는 PF우발채무가 자본대비 과중했고, 금융시장이 얼어붙은 작년 4분기 차입자금의 만기 도래가 집중됐다는 특징이 있다"며 "이는 건설업 전반에 반복될 이슈는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분양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PF보증의 현실화가 건설사의 발목을 잡는 위험요인으로 부각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자료:한신평

(2)자금회수 지연리스크

분양시장 침체를 겪는 현 시점에서 건설사 리스크 요인은  PF우발채무 현실화보다  분양대금 유입 감소에 따른 공사비·사업비 회수 지연 쪽에 더 무게감이 실린다.  자금 회수가 지연되면 매출채권, 재고자산, 대여금 등 운전자본 증가로 현금흐름 저하와 더불어 유동성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분양계약자가 입주잔금을 완납한다는 전제 아래 대개 준공 시점까지 70~80% 수준의 분양률을 달성할 경우 공사비 및 사업비 보전이 가능하다.  분양률이 해당 수준에 미치지 못할 때의 건설사 손실부담 범위는 사업유형별로 달라진다. 토지 확보부터 분양 및 시공까지 건설사가 모두 담당하는 자체사업의 위험 노출도가 가장 크고, 조합원 물량이 확보된 정비사업이 상대적으로 위험이 낮다.

도급공사의 경우  공사대금 미회수 리스크수준은 분양불과 기성불 등 세부 조건에 따라 다르다.  분양불 조건의 책임준공 아래에서 시행사는 PF를 통해 토지비 및 초기 공사비 일부를 조달하며, 공사 진행에 따른 잔여 공사비는 분양수입을 통해 충당한다. 따라서 시공사는 분양실적 부진으로 인한 공사대금 회수 위험을 상대적으로 크게 부담한다.

기성불(공사비 확보) 조건의 책임준공 아래에서는 시행사가 PF를 통해 토지비 외에도 공사비를 포함한 사업비 대부분을 조달한다. 때문에 분양불에 비해 건설사의 자금 미회수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다. 시공사는 원칙적으로 분양실적과 관계없이 공사비의 80~90%를 PF로 확보해 투입원가를 보전할 수 있다. 기성불 조건의 경우 주로 BBB급 이하 중견 건설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한신평 전 연구위원은 "사업장 입지, 분양실적 등이 비슷해도 자체사업이나 PF우발채무 규모가 큰 건설사가 정비사업 위주의  건설사에 비해 과중한 운전자금 부담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최근 도급사업 수주 과정에서 시공사도 과거 대비 높은 수준의 분양위험을 분담하도록 요구받는 경우가 늘고 있어 계약 조건에 따라 공사비 회수 수준의 차이가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3)공사비 인상 미반영 리스크

건설사들은 공사원가 및 금융비용 상승에 기인한 수익성 저하를 만회하기 위해 공사비 증액에 적극 나서고 있다.

부동산시장 불안이 안정화될까지 신규 수주는 줄이고 기존 사업장의 공사비 증액에 집중하는 게 최근 건설사들의 공통된 컨센서스다.  현대건설은 민간수주를 지양하되 이미 수주한 프로젝트의 에스켈레이션(ESC, 물가변동 사항) 파악과 이에 따른 수주변동계약(CO)를 주요 과제로 삼았다.   현장 주관으로 도급 협상을 진행하고 계약서에 반영되지 못한 물가상승분에 대해 일부 법정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GS건설도 민간 수주 볼륨을 줄이고  공사비 증액에 적극 대응하는 한편 서울지역 재개발·재건축 수주활동에 한해 참여할 계획이다.

그러나 공사비 증액 반영이 호락호락한 것은 아니다.  건설사와 시행사·정비사업조합간 힘겨루기를 하면서 공사가 중단된 곳이 있는가 하면 입주가 시작됐는데도 일반분양자들이 입주하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서울 양천구에 소재한 신월동 '신목동파라곤'(신월4구역 재건축사업)은 지난 1일부터 입주가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조합과 시공사의 공사비 갈등 탓에 단지 입구가 컨테이너로 막혔다. 시공사인 동양건설산업과 신월4구역 재건축조합이 추가 공사비를 두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시공사인 동양건설산업은 원자재 가격 인상을 이유로 조합에 공사비 100억원 증액을 요구하지만 조합은 이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오는 5월 입주를 앞둔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대치푸르지오써밋’(대치동구마을1지구 재건축) 사정도 마찬가지다. 시공사인 대우건설은 최근 해당 조합에 미수금 지급과 공사비 증액분 등 총 670억원을 요구하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조합원들에게 입주 키를 주지 않겠다고 전달했다.   이에 조합 측은 시공사와 도급계약 당시 '착공 후 물가 상승 반영이 없다'는 내용으로 계약서를 작성한 만큼 공사비 인상은 부당하다며 맞서고 있다.

대우건설이 대치푸르지오써밋에 증액 요구한 670억원 내역

(4)실적 감소 리스크

한신평에 따르면 올해  분양 예정된 25만700세대 가운데 분양경기 저하수준이 매우 높거나 높은 지역에 위치한 현장은 21만세대로 무려 82%에 이른다. 최근 분양경기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서울에서도 입지나 분양가에 따라 저조한 청약실적을 보이는 사례가 느는 점을 감안할 때 기존 주택가격 하락, 고금리 기조가 이어질 경우 올해 미분양 수준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건설사들의 영업실적 감소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올해에는 도급사업 위주인 지방사업장을 중심으로 분양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지방의 경우 수도권 대비 투기수요 비중이많고 규제 완화의 효과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건설사들의 올해 분양실적은 예년 대비 저조한 수준을 나타낼 전망이다.

서울과 수도권은 원가 부담으로 분양이 지연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대형 건설사의 올해 분양 예상치(가이던스)는 작년 분양물량 대비 20% 이상 감소한 수준으로 제시됐다.  이경자 연구위원은 "올해 분양물량이 전년대비 감소한다면 건설사들의 내년 매출 또한 감소가 불가피하다 불확실성이 크기에 건설주에 대한 투자 중립의견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건설사들의 분양가격 조정 등의 개선 노력이 필요하지만, 전국 미분양주택이 위험수준에 근접한 만큼 산업 안정화 측면에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나온다.

한신평 관계자는 "단기적 자금 지원만으로 충분한 시장 개선효과를 보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정부가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LH의 미분양주택 매입 방안의 경우 주택 및 분양경기의 연착륙과 건설 및 부동산 관련 산업 전반의 신용위험 완화측면에서 보다 효과적인 방안이므로 검토해볼 여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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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부동산삼성증권한국신용평가

원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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