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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광풍에 놓인 증권사 IB업계, `혹독한 겨울'

김영호기자
- 7분 걸림 -

금융투자업계가 유난히 추운 겨울을 맞고 있다.   자금시장 경색에다  실적 감소가 겹치면서 중소사의 감원에 이어 대형 증권사도 희망퇴직, 명예퇴직 등에 들어갔다.  

1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1982년생 이상 정규직 직원을 대상으로 9일부터 15일까지 인력구조 개선을 위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앞서 하이투자증권과 다올투자증권은 최근 임직원을 대상으로 구조조정 절차를 진행했다.

케이프투자증권은 지난달 1일 법인 영업부와 리서치사업부를 폐지하기로 했고,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연말 이전에 본부 부서 통합, 감원 등을 포함한 조직 개편을 나설 게획이다.

증권업계가 앞다퉈 구조조정에 나선 것은 증시 부진과 부동산경기 악화 여파에 영업 실적이 급감하고 내년에도 영업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3분기 증권사 영업실적'에 따르면 59개 증권사의 올해 3분기 당기순이익은 1조4380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조781억원(42.8%) 급감한 것이다.  

금감원은 "투자은행(IB) 부문 수수료 등이 감소함에 따라 증권사 영업실적에 불확실성이 확대됐다"면서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무보증 이행 및 단기자금시장 경색에 따라 증권사의 유동성 리스크가 현실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경기 직격탄에 따라 증권사의 감원 표적은 부동산 PF관련 영업 부서를 포함한 IB부서에 집중되고 있다. 일부 증권사에는 건설사에서 들어온 직원을 중심을 내보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감원 규모나 방식을 놓고 내부 갈등도 곳곳에서 첨예화되고 있다. 한 증권사는 구조조정 대상 조직이나 인원을 실적 평가로 정하지 않았다는 지적으로 내홍을 앓고 있다.  구조조정 태스크포스 팀장으로 선임된 부사장이 IB조직 4개 본부를 1개 본부로 합치면서 합당한 이유 없이 경쟁 본부를 없앴다는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구조조정 대상에 오른 한 간부는 "제3기관의 객관적 실적 평가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그런가하면 하이투자증권의 희망퇴직을 두고 회사 노조는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기로 한 노사 간 약속을 파기했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문제는 내년 1분기에도 증권사 IB업계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란데 있다.  정부가 '50조원+α' 규모의 시장안정대책을 내놓은 이후 극심한 단기자금 경색이 점차 진정되는 모습이지만 부동산 PF ABCP시장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동산 PF 관련 차환 부담 등 자금조달 난항이 쉽게 해소되지는 않은 채 부실 확대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지난달 말 기준 증권사의 부동산 PF 신용공여 규모는 21조원, 시공사 신용공여 규모는 15조3000억원에 달한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10∼11월 차환 과정에서 만기구조가 3개월 단위에서 1∼2개월 등으로 단기화하는 사례가 출현했다"며 "유동화증권 인수 또는 우발부채 현실화로 향후 증권사 자산건전성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단기자금시장의 유동성 경색이 지속되는 상황"이라며 "특히 부동산 PF 물량이 내년 2월까지 몰려있는 가운데 최근 부동산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하면서 상환 및 차환 우려가 확대됐다"라고 말했다.

한신평 관계자는 "PF ABCP 매입 등 정부 대책에도  유동화증권 및 회사채 시장 정상화 시점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2023년 초에도 다수의 유동화증권 및 회사채 만기가 도래해 자금조달 어려움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우량 PF사업을 제외하면 지난 10월 레고랜드사태 이후 부터 신규 딜 유동화 발행은 거의 끊기다시피했다. 신규 발행이 없으면 그만큼 수수료 실적은 줄어든다.  더욱이 PF사업에 에쿼티 투자를 하거나, 토지계약금 대출, 브릿지론 참여한 딜들의 만기가 내년 초에 집중돼 있는 실정이다.  이들 브릿지론이 디폴트를 내면 적잖은 금액의 대손충당을 쌓아야 한다.

이와 관련, 금감원도 부동산금융 비중이 큰 중소 증권사 위주로 부동산 PF 익스포져를 살피며 추가적인 유동성 위험 노출 가능성을 점검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PF ABCP의 경우 기초자산까지 들여다보며 모니터링을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사 IB맨들은 내년에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PF손실이 커질 경우 계약직 직원이 구조조정 1순위가 되지  않을 까 걱정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59개 증권사 계약직은 올 3분기 기준 1만1400명에 달한다.  IB인력과 정보기술(IT) 인력 등은 대부분 계약직이며 증권사들이 이들을 계약직으로  대거 충원한 결과로 풀이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계약직 IB맨의 경우 계약 만료 후 재계약을 하지 않거나 원하지 않는 부서로 인사 발령을 내는 방식으로 인력 조정을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연말 연초로 갈수록 상황이 더욱 나빠지면서 IB업계는 그야말로 뒤숭숭하다.  부동산시장과 금융투자업계 전반적으로 어렵다 보니 딱히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게 문제다. 이애 존버와 근태관리로 잘 버터야 한다는 자조석인 분위기가 팽배해지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 난국의 시기에 잘 존버(힘든 시기를 잘 버티는 것)하자는 게 요즘 인사"라고 말했다.

앞날을 알 수 없으니  사업 전략보다는 당장의 근태관리를 잘 하는 게 생존 전략이라는 말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직원은 "최근들어 경영진보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등 근태 관리에 신경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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