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화(공연)시설에 특화된 민간투자 협상방안 마련한 배경
2020년에 민자대상시설을 포괄주의로 확대, 정부는 다양한 민간투자시설을 기대
국내 민간투자사업은 1999년에 민간투자법이 개정된 이래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2004년 BTL방식 도입, 2009년 MRG 제도의 폐지, 2015년 BTO-a, BTO-rs 등 새로운 방식 도입 등 민자제도는 변화를 거듭했고, 실제로 도로, 철도, 항만, 환경시설 등에 많은 투자가 이뤄졌다. 특히 2020년 3월에 민간투자사업 대상시설 규정방식을 열거주의에서 포괄주의로 전환한 것은 민간투자법의 매우 큰 변화라고 평가할 수 있다.
포괄주의 도입은 틀을 깨기 어려웠던 우리 민간투자법 체계를 뛰어넘는 시도였으며, 영국, 일본 등에서 다양한 시설을 민자사업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도 이제 민자사업 선진국 반열에 오른 것이라 평가받는다.
또한, 포괄주의 도입에 따라 기존 BTL 방식으로만 추진됐던 전시, 공연, 도서관, 체육시설 등의 문화기반시설도 BTO 방식으로 추진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문화·체육 민간투자사업은 대부분 BTL방식이며, BTO 사례는 몇 건에 불과
BTL(임대형 민자사업)은 사실상 정부 재정을 장기간 나눠 투입하는 형태이며, BTO(수익형 민자사업)는 민간이 주도해 운영 수익을 내는 방식이다. BTL보다는 BTO방식이 민간의 창의와 운영 효율을 충분히 발휘해야만 추진이 가능하다고 인식돼왔다. 특히 도로, 철도, 항만, 환경 시설 등의 전통적인 SOC시설은 건설부담금 형태로 정부 재정이 투입되고 사용료에 대한 부담 때문에 공공성 강조를 많이 한 반면에 문화·체육·관광 시설은 재정투입이 없었음에도 공공성이 약하다는 측면에서 주무관청이 민자사업으로 추진하는데 부정적으로 인식한 측면이 있다.
이러한 인식 외에도 주무관청이 정책적으로 결정해 문화·체육·관광 시설을 민자사업으로 추진하려면 민간제안 검토, 적격성조사, 평가, 협상 등 민자사업의 까다로운 절차를 통과하기 어려워 실무적으로 추진 여부에 대해 고민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 때문에 주무관청이 민자사업 계획을 수립하고 발주하는 데 주저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국내 문화·체육·관광 민자사업 추진 현황을 살펴봐도 거의 대부분 BTL로 추진했거나 관광시설의 BOO사업을 제외하면 BTO 또는 BOT 추진방식의 문화·체육시설의 추진사례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아래 표를 보면 BTO추진 사례는 경기도 초지동 체육시설 1건에 불과하고, BOT사례도 강원도 인제오토테마파크, 해운대수족관, 제주해양과학관 등 3건에 불과하다.
서울공투센터는 문화시설 민자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협상방안 및 표준협약 연구 수행
이러한 배경 아래 서울공공투자관리센터는 문화시설 민자사업 협상 방안과 표준실시협약(안) 마련을 위한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에 앞서 서울공공투자관리센터(이하 서울공투센터)는 서울아레나 복합문화시설 민간투자사업의 시설사업기본계획 검토, 평가, 협상까지 담당해 서울시의 자문역할을 수행했다.
특히 서울아레나 협상은 기존에 수행했던 도로, 철도시설 협상과 시설의 특성 외에 건축, 운영 등에서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 기존 선례가 없어 주무관청과 우선협상대상자들간에 어떻게 정리할지 많은 논의와 쟁점이 있었다.
이 쟁점을 하나씩 해결하기 위해 녹록지 않게 장기간 소요되는 협상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양자 간 목표인 ‘공익성과 사업성의 균형’을 만족시킬 수 있었다.
서울공투센터는 이러한 경험을 공유하고 문화시설 민자사업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는 문화산업 특히 공연시설 민자사업에 대한 협상을 수행하고자 할 때 협상의 순선, 의제 처리방법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표준실시협약(안)을 제시한 것은 이를 반영해 사업추진을 원활하게 함을 목적으로 했다. 연구의 핵심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협상의 시작은 시설에 적합한 협상 방향을 설정하고 협상 순서를 정해서 진행
문화시설은 도로, 철도와 같은 전통적인 SOC시설과는 공공재화로서의 성격, 수요추정방식, 사용료에 대한 인식, 사업을 주관하는 업체의 시각 등에서 차이가 있다.
이러한 차이가 주무관청과 협상대상자 간 협상에서 쟁점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사용료에 대한 인식인데, 교통요금은 사업자가 이용자에게 직접 징수하지만 공연장의 운영자는 공연콘텐츠를 제작한 기획자로부터 공연 수입을 받거나 대관요금을 받는 구조이다.
그리고 공연요금은 공연의 품질과 공연 마케팅에 연동되어 있어서 교통요금처럼 정부가 통제하면 공연콘텐츠의 품질이 떨어질 수 있으며, 결국 수요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즉 공연시설은 콘텐츠를 제공해 수요가 발생하므로 공급을 창출하여 수요를 끌어오는 시설물이라 정의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시각적 차이를 공감해 협상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서울아레나 복합문화시설 민자사업 협상에서는 공공성 확보, 운영리스크를 낮추기 위한 구조 개선, 부적절한 사업계획 보완, 향후 갈등을 줄이기 위해 모호한 계획의 구체화, 사업 성공을 위한 정책 제언 등의 협상 전략을 설정해 진행했다. 그리고 서울공투센터의 연구에서 협상의 순서도 정할 것으로 제시하고 있다. 일반적인 도로, 철도의 협상과 달리 공연시설은 건축사업이며 운영계획이 매우 중요하므로 이에 대한 협상 순서를 구체적으로 정해 실시협약을 작성할 것을 제시했다.
서울아레나 협상의 경험을 문화시설 협상에 활용할 수 있게 체계적으로 정리
공연시설의 사업계획 협상은 디자인, 공간계획, 무대계획, 토목, 구조, 기계설비 등 설계의 모든 사항을 다루며 전문적이고 세부적인 사항까지 논의될 수 있으니 협상이 지난해지지 않도록 효율적인 진행이 필요하다. 즉 공연 운영과 관련된 무대 장치, 음향, 조명, 전기설비 분야는 특수한 분야이므로 해당 전문가와 별도로 논의하고, 디자인, 공간계획 등은 주무관청 협상단의 내부의견 조율 후 우선협상대상자와 협상을 진행하는게 적절하다.
그리고 건설진흥법에 따른 설계의 경제성등 검토(VE, Value Engineering)를 시행하려 한다면 협상의 결과의 배치되지 않도록 협상 사전에 VE를 완료하거나 협상 과정에 진행한다면 협상 사항과 설계VE 의도가 배치되는 사항을 쵯소화할 필요가 있다. 한편 총사업비, 운영비 협상에서는 각 비용 항목의 적정 수준을 목표로 두고 협상을 진행하고 그 수치의 기준을 무엇으로 해야 할지 정한다.
그리고 공연의 운영계획은 시설관리를 위한 대수선, 유지보수 계획과 공연을 위한 프로그램, 마케팅 계획 등으로 구분되는데 실현가능하고 정교하게 수립될수록 예측 수요와 수익의 정확도가 높아진다.
이에 양 협상단은 보다 세심하게 계획해 사업의 구체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그 외 협상 방안으로 공연의 다양한 입장료를 아우를 수 있는 기준입장료 산정 방안, 수익률에 대한 협상 처리방안, 간이적격성조사 활용방안 등을 연구용역은 제시했다.
문화(공연)시설 민자사업에 적합한 표준실시협약(안) 제시
기존의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관리센터(PIMAC)에서 제시한 표준실시협약안은 도로에 한정되어 막상 문화시설 협상을 진행하려면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서울공투센터 연구에서는 협상 방안과 함께 문화(공연)시설을 위한 표준실시협약(안)을 제시했다.
먼저 문화시설 협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이슈 사항을 정리했고, 어떻게 협상 방안을 설정할지 검토의견을 제시했다.
이 내용은 향후 문화시설을 추진하려는 담당공무원, 사업시행자, 개발자 등이 참조한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공연시설 외에 판매, 업무 등의 부속시설에 대한 분류방법, 공연장 안전관리를 위한 실시협약(안)의 처리방안, 시설을 임대하거나 전대할 경우 처리방안, 지식 재산 취득시 처리방안 등을 표준실시협약(안)에 포함했다.
성공적인 협상을 위해서는 공무원, 사업시행자, 전문기관 등이 공감대를 형성할 필요
협상이란 이해 당사자 간에 의사소통을 통해 내리는 의사결정 과정이면서 이해관계 및 갈등을 인식한 상황에서 상호 간 합의를 창출하는 과정이다.
민자사업에서 협상은 주무관청과 우선협상대상자 간에 사업 시행조건을 결정해 실시협약을 체결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실시협약의 사업 시행조건에 민간투자법, 민간투자사업기본계획, 제3자 제안공고 등 제도와 선행절차가 적절하게 반영돼야 하고, 향후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게끔 양자간 협상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또한 협상 전문기관도 협상이 결렬되지 않도록 조정하고 때로는 중재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전술적 유연성도 갖춰야 한다. 협상은 상대를 이기는 승패가 아니며 필요에 따라 대안을 생각해봐야 한다.
앞으로 이와 유사한 문화시설 민자사업을 수행하려는 공무원, 사업시행자, 전문기관 등이 이번 연구를 참조해 합리적이고 효과적으로 협상을 운영하는 등 민자사업 활성화에 기여했으면 한다.
※ 이 기고문은 서울연구원, 「문화시설 민간투자사업 협상 방안 연구(BTO 공연시설 중심으로)」, (2023. 6월 출판예정) 연구를 기반으로 작성된 내용입니다.
주재홍 서울연구원 수석연구위원 기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