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첫 '그린수소 동력 제철플랜트', 65억유로 금융조달의 의미
2020년 스웨덴 보덴(Boden)에 설립된 스타트업인 H2 그린스틸(Green Steel, H2GS)사는 세계 최초로 그린 수소를 동력으로 한 제철공장(hydrogen-powered green steel plant)을 건설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H2GS는 65억 유로(7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조달해 금융 클로징에 성공했습니다.
지난해 5월 세계 최초의 대형 그린 수소 프로젝트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 그린수소 컴퍼니(Neom Green Hydrogen Company. NGHC) 프로젝트에 이어 금융이 종결된 두 번째 대규모 그린 수소 프로젝트입니다. 금융 구조나 성공 요인이 NGHC 프로젝트와 유사한 선도적이고 파격적인 프로젝트입니다. 더욱이 난감축 산업(hard-to-abate industries)으로 알려진 제철 분야에서의 성과이기에 주목할 만합니다.
프로젝트 개요
H2GS 사는 2020년 설립돼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며, 2026년부터 연 250만 톤의 철강 생산을 시작, 2030년 이전 연 500만 톤 생산을 달성할 계획입니다. 그린 전력과 그린 수소를 기반으로 석탄 대신 수소를 사용하며, 가루 상태의 철광석을 직접 환원해 직접환원철(DRI: Direct Reduced Iron)을 생산, 이를 전기로에 녹여 쇳물을 생산하게 됩니다.
주요 설비의 하나인 수전해설비(electroyser)는 thyssenkrupp nucera가 공급하고, hydrogen direct reduced iron (DRI) plant는 Midrex Technologies, Inc. (Kobe Steel 자회사) 및 Paul Wurth (SMS Group)가 공급합니다. 또한 Hitachi Energy, Hydro Havrand, GreenIron H2 및 Iberdrola 등 세계적인 관련 기업과 기술 협력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 중 대부분은 투자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총 조달금액은 65억 유로로 ① 투자금 21억 유로, ② 차입금 41.5억 유로 및 ③ EU 보조금 2.5억 유로로 구성됐습니다.
재생에너지 및 철광석 조달
수소를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재생 에너지는 노르웨이 Statkraft(유럽 최대 재생 에너지 발전업체)와 7년 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해 조달합니다. 전력 구매가격은 0.03달러/kwh 미만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스웨덴의 에너지 · 철강 산업은 유럽 연합의 배출권 거래제에 포함되어 있으며, 스칸디나비아 북부에는 대규모 수력 발전소와 풍력 발전 단지가 있어 재생에너지 전력 확보가 쉬운 편입니다. 철광석은 호주의 리오 틴토(Rio Tinto), 브라질의 베일(Vale) 등으로부터 장기계약으로 조달합니다.
생산물 판매
제철산업에서는 일반적으로 장기 판매계약이 이용되지 않습니다. 철강재의 가격 변동성이 큰 이유도 있지만, 제철산업은 비용이 판매가에 직접 반영되는 시장으로 제철사의 시장 지배력이 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에서는 보다 안정적인 판매를 위해 장기 판매계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연 250만 톤 규모의 테이크오어페이(take-or-pay) 방식의 장기 판매계약(7년)을 체결하였습니다. 주요 철강 인수자는 Adient, BE Group, Bilstein Group, BMW, Electrolux 등 신용도가 양호한 일류 기업입니다. 여기에는 투자사가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가격은 아직 확정하지 않았습니다. 최근 그린 수소 철강의 시장가격은 일반 철강에 비해 20~30% 정도의 프리미엄이 붙으며, 상승 추세에 있기 때문입니다. 투자사는 가격 경쟁력이 충분하여 수익이 보장된다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투자금(자기자본) 조달
이 프로젝트는 2020년 스타트업으로 설립한 벤처 캐피털 Vargas Holding가 주도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생산물 구매자(Schaeffler, Scania, Mercedes-Benz, Bilstein, Marcegaglia 등), 일류 대기업뿐만 아니라 기후 관련 기금 및 벤처 캐피털 등이 투자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설립 후 지금까지 모집한 투자 자금은 총 21억 유로입니다. 2021년 8600만 유로, 2022년 2억6000만 유로, 2023년 15억 유로, 그리고 이번에 3억 유로를 조달하였습니다. 특히 2023년에 모집한 15억 유로는 Hy24, Altor, GIC 및 Just Climate 등이 주도하였는데 이는 유럽 사모시장에서 단일 건에 대한 최대 투자 조성금액입니다.
차입금 및 EU 보조금 조달
2022년 이후 일부 차입금을 조달하였으며, 2023년 12월 하나의 패키지로 정리하여 41억5000만 유로 규모의 대출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그럼에도 금융조달에 성공한 긍정적인 요인은 분명히 있습니다. 먼저 이 프로젝트는 투자자가 다양하고 대규모로 이뤄졌습니다. 여기에는 세계 유수의 기업과 대형 기금 등이 참여했습니다. 이것이 신용 있는 사업주 이상으로 시장의 신뢰를 얻었습니다. 기후변화 관련 사업에 대한 기업과 금융기관의 긍정적인 인식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금융 클로징 성공 요인 및 시사점
차입금은 선순위 채무 35억5000만 유로, 후순위 채무 6억 유로 등 총 41억500만 유로입니다.
선순위 채무에는 율러 에르메스(Euler Hermes)를 비롯한 20여 개의 수출신용기관(ECA), 다자개발은행(DFI) 및 상업은행이 참여했습니다. 대출 기간은 12.75년으로 장기 판매계약 기간(7년)보다 훨씬 장기입니다.
Euler Hermes(독일 ECA)는 12억 유로 규모의 수출금융(보증)을 지원했는데, 이는 자국 thyssenkrupp nucera가 수전해설비(690MW) 수출과 관련됩니다. 이 지원 규모는 사우디아라비아 NGHC 프로젝트 지원 규모의 2배에 달합니다.
스웨덴 국가 채무청인 Riksgälden도 12억 유로의 보증(green credit guarantee)을 지원하였는데, 이는 이 역시 매우 파격적인 규모입니다.
이외 선순위 채무에는 EIB(유럽투자은행) 2억 유로, NIB(노르딕투자은행), SEK(Svensk Exportkredit, 스웨덴 ECA) 및 상업은행은 텀론 2.5억 유로, 리볼빙 크레디트 3억 유로, 예비비 4억 유로가 포함돼 있습니다.
- 대출 참여 상업은행 : BNP Paribas, ING, KfW IPEX-Bank, Societe Generale, UniCredit, BBVA, Santander, BayernLB, Citi, Rabobank, Credit Agricole, Danske Bank, DNB Bank, Intesa Sanpaolo, Banque Internationale à Luxembourg, Kommunalkredit Austria, Nordea, Skandinaviska Enskilda Banken (SEB), SMBC 등
후순위 채무는 만기 13.25년으로 AIP Management(덴마크 투자사)가 주도해 6억 유로를 조달했습니다. AIP Management, Stichting Pensioenfonds ABP, ASA Alternative Credits Bank Loans, CSF-I 3 SPV K/S, Clifford Capital 등 유럽 및 국제 상업은행과 여러 기금이 참여했습니다.
한편 EU의 이노베이션펀드(Innovation Fund)에서 2.5억 유로를 보조금으로 지원받았습니다. H2GS 프로젝트는 PF시장에서 필수적인 경험과 신용있는 사업주가 아닌 스타트업 기업입니다. 또한 대출 기간이 생산물 판매계약 기간보다 훨씬 장기간입니다. 전통적 관점에서 프로젝트 구조화도 위험의 분산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마치 PF 시장의 키워드인 '듀딜리전스(due diligence)'를 비웃고 있는 듯합니다. 지금까지 PF 시장에서 찾아볼 수 없는 고위험의 벤처 캐피털 프로젝트입니다.
대출 기간보다 짧지만 테이크오어페이(take-or-pay) 방식의 장기 판매계약(offtake agreement)이 체결되었고, 많은 투자사가 오프테이커(offtaker)로 직접 참여하여 프로젝트 안정성과 신인도를 높였습니다. 사우디 네옴그린수소(NGHC) 프로젝트에 에어프로덕츠(Air Products)가 사업주 및 오프테이커(offtaker)로 참여해 성공한 것과 동일한 효과입니다.
금융 측면에서 EU의 원조자금, 정부의 직접적인 금융 지원, ECA 및 DFI의 개발금융 등이 주도한 것도 빠질 수 없는 성공 요인입니다.
H2GS 프로젝트는 PF 시장에서 또 하나의 선도적인 이정표를 세운 프로젝트가 됐습니다. 이것은 한마디로 "그린(GREEN)"이 보수적인 금융권을 압도한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녹색사업 자체가 곧 금융 적합성(bankability)입니다. 세계 경제와 금융의 지향점을 명확히 일깨워주고 있는 프로젝트입니다.
출처 배인성교수 블로그(https://blog.naver.com/pae1959kr), PF Lessons-사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