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금고·증권사 PF위축에 대체 자금으로 '신탁계정대' 부상
부동산PF시장의 주요 플레이어인 새마을금고와 증권사가 주춤한 사이 부동산신탁사의 신탁계정대가 자금공급 공백을 메우고 있다. 신한자산신탁과 하나자산신탁 등 금융지주 계열은 물론 한국자산신탁, 한국투자부동산신탁 등 자금력이 있는 신탁사를 중심으로 신탁계정대 영업을 펼치고 있다.
24일 신탁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부동산신탁은 지난 2분기 이후 지난달까지 선,중순위 사업비를 신탁계정대로 조달해주고 책임준공 확약도 해주는 한도대 토지신탁(리스크분담형 토지신탁)을 6건 수주했다.
이달 초 스와니예리조트가 풀빌라인 제주 서귀포 색달동 소재 반야트리카시아제주의 PF금융 640억원을 조달한게 대표적이다. 한국투자부동산신탁이 선순위 500억원을 한도대로 약정하는 동시에 시공사의 책임준공 미이행시 책임준공의무를 대신 부담하는 토지신탁을 제공했다. 한국투자부동산신탁이 500억원의 선순위를 책임지면서 주관사인 IBK투자증권 등을 포함한 일반 대주단이 중,후순위 140억원을 공급할 수 있었다.
요즘 모으기 어렵다는 중순위에도 참여했다. 최근 경기권의 한 물류센터 개발사업에 메리츠금융이 선순위로 참여하자 한국투자부동산신탁은 중순위에 신탁계정대를 제공해 450억 PF금융 약정에 기여했다.
한국부동산신탁은 지난해 하반기 '리스크 분담형 토지신탁' A, B, C, D 4종의 상품을 선보였는데 올 들어 개발시장에서 안착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A형으로 갈수록 시공사의 역할과 자금조달 책임리스크가 커지며 반대로 D형으로 갈수록 신탁사의 역할과 자금조달 책임 리스크가 높아진다.
고객의 다양한 사업방식 입맛을 맞추기 위해 기존 토지신탁(관리형, 책준관리형, 차입형) 방식에다 신탁계정 대여금을 합쳐 새로운 솔루션을 만든 것이다. 한투부동산신탁 관계자는 "개발사업 구조와 리스크에 맞게 4가지 형태로 상품화했다"면서 " 금융기관과 건설사는 각 리스크에 맞게 상품을 고르면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18일 1630억원 한도의 대출약정이 이뤄진 안양 박달동 지식산업센터PF에는 신한자산신탁이 책임준공 신탁과 선순위 한도대출에 참여했다. 1230억원의 선순위에는 한국캐피탈과 신한자산신탁의 신탁계정(한도대)이, 중순위 300억원에는 하나증권과 하나캐피탈이 참여했다. 후순위 100억원에는 주관사인 IBK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각각 60억원, 40억원을 투자했다.
지난 6월 PF대출약정을 체결한 부산시 사하구 신평동 '펜타플렉스 메트로' 지식산업센터 건축사업은 하나자산신탁의 혼합형 토지신탁(하이브리드형 토지신탁) 방식으로 금융을 조달했다.
혼합형 토지신탁은 토지 확보용 PF대출금에다 신탁사의 신탁계정 대여를 혼합한 차입형 토지신탁 상품을 말한다. 이 사업의 경우 하나은행 주관으로 470억원의 본PF자금을 확보해 토지대금 브릿지론을 상환했다. 이후 착공과 공사비 자금 1340억은 하나자산신탁의 신탁계정대가 투입된다.
한국자산신탁은 지난 5월 솔리드런자산운용이 1000억원 규모로 PF금융을 주관한 '여주 신해리 복합물류센터 신축사업'에 700억원의 신탁계정대 공급을 약정했다. 한자신이 한도대출 신탁계정대로 받쳐주면서 수협은행이 선순위대출 300억원을 취급했다. 한자신은 이 사업에 차입형 토지신탁과 책임준공 확약을 겸하면서 9%대 대여 금리에 4%대 수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부동산신탁사의 신탁계정대는 뱅크런 사태 이후 자취를 감춘 새마을금고 자금과 위축된 증권사 PF자금의 대안금융 역할을 하고 있다. 기존 딜에 대한 북(자금운용 한도)이 묶이고 한도도 거의 소진돼 상당수 증권사들은 신규 PF딜에 대한 자금 공급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가 국내 신평사 4사가 본 평가로 공시한 건(차환 발행 포함)을 집계한 결과 지난 7월 PF유동화 발행액은 3조2400억원으로 전달에 비해 47.8% 급감했다.
부동산신탁사들은 7~8%대 신탁계정대 금리에다 사업비의 3~4% 인 차입형 토지신탁 수수료를 받는다. 신탁사 관계자는 "부동산신탁사가 금융조달에 주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기존 증권사의 높은 주관 취급 수수료를 낮출 수 있어 사업주의 자금부담 경감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부동산신탁사들은 대신 사업지를 선별해 신탁계정대 사업을 수주하고 있다. 서울과 경기권의 핵심 위치에 소재한 아파트 개발사업이나 입지가 우수해 분양성이 있는 지식산업센터, 선매입이 확약된 물류센터가 주요 타깃이다. 분양성이 높거나 선매입 조건이 붙은 개발사업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신탁계정대를 상환받을 수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