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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건설 돈맥경화 해소 스토리: `금융위'가 아닌 `메리츠증권'이 풀었다

원정호기자
- 5분 걸림 -

"롯데건설의 단기자금  미스매치(일시적인 유동성 불일치)만 해결되면  신용 경색도 해소하고 고금리도 낮출 수 있을텐데..."

메리츠증권의 곽영석 부사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어닥친 PF시장 경색으로 롯데건설이 재무 위기에 처하자 이를 해결할 방법을 골몰했다.  부동산금융 경험이 적지않고 구조화금융본부장을 오랫동안 역임해  곽 부사장은 구조화금융 전문가로 통한다.  

그는 롯데건설이 괜찮은 부동산 개발 사업지를 확보한데다 기초체력(펀더멘털)도 우수하다고 봤다.   단기자금 불일치 위기만 넘기면 회사가 크게 문제를 만들 게 없다고 결론냈다.

실제 롯데건설의 PF우발채무가 다른 대형 건설사에 비해 과다하고,  우발채무가 대부분 1~3개월 단기로 만기가 돌아오는 PF ABCP 위주로 구성된 게  시장의 우려를 샀다.  올 들어 신용평가사들이 롯데건설의 신용등급(A+)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강등해 금리 불안을 더욱 부추긴 실정이었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지난 4일 발행한 롯데건설 신용보강물 하이쌍령제이차 ABSTB 3개월물은 당일 13% 금리를 형성했다.  6일 찍은 롯데건설 보증물 샤인제일차(3개월물) 역시 13%대 금리를 나타냈다.

고금리가  지속되다간 지난해 증권가에서 돌았던 악성 루머대로 자칫 최악의 기업 상황도 염두에 둬야 했다.

곽 부사장은 롯데건설의 자금 미스매치 해소가 시급하다고 보고 장기자금으로 전환할 상품을 찾다가 펀드 설정을 생각했다.  롯데그룹과 대출형펀드를 만들어,  차환 발행이 안되는 PF ABCP를 사들이는 방안을 착안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롯데건설과 메리츠증권은 지난 10일 1조5000억원 규모의 펀드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메리츠증권  메리츠화재 메리츠캐피탈 등 메리츠금융그룹이 선순위 범위 내에서 9000억원을 출자하고,  롯데정밀화학 (3000억원), 롯데물산(1500억원), 호텔롯데(1500억원) 등 롯데그룹이 후순위로 6000억원을 납입하게 된다.

펀드 자금은 1분기에 집중해 만기 도래하는 롯데건설 보증부 PF ABCP 1조2000억원어치를 사들이게 된다.  2분기 이후부터 만기 도래하는 유동화증권(PF ABCP) 물량은 수천억원대로 급감해 회사 재무상황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이번 펀드 조성은 건설사와 금융사간 윈윈 구조로 평가받는다.  메리츠금융그룹은 대금 회수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선순위 범위 내에서 한자릿수의 대출이자를 받는다.  롯데건설은 자금난을 해소해 원활하게 자금을 조달하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13%대까지 치솟은 이자도 펀드를 통해 한자릿수로 낮췄다.

변수는 앞으로의 분양시장이다. 부동산 경기의 급격한 침체가 지속돼  롯데건설 보증 사업장의 분양 성적이 크게 부진할 경우 장기 자금 성격의 펀드라도 안심하기는 이르다.  당장 후순위 채권자인 롯데그룹이 먼저 손해볼 수 있다.  

다만 롯데건설이 비교적 우량한 개발 사업지를 확보한 가운데 정부가 이달 초 부동산 규제를 크게 완화하고, 미분양 매입 대책도 내놓을 예정이어서  대주단의  PF대금 회수가 가능한 엑시트 분양률은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곽영석 부사장은   "이번 펀드 조성을 시작으로 앞으로도 사업성 있는 프로젝트를 수주한 시행사, 건설사에 대한 민간 금융사 차원의 지원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자율적 자금난 해소 솔루션은  정부의 건설사 보증 PF ABCP 매입 프로그램의 비활성화와 대조를 이룬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1월 산업은행-신용보증기금 공동으로 건설사 보증 PF-ABCP를 매입하는 프로그램을 내놨다.   산은이 매입기구(SPC)를 설립해 건설사 보증 PF-ABCP를 매입하고, 신보가 매입금액의 80%를 보증하는 구조다.  1조 규모 매입 목표로 프로그램을 시작했지만 건설사 반응이 좋지 않아 1000억원대에 공급에 그치고 있다.

 차환 도래 PF-ABCP 금액의 최대 70%가 지원 대상이고 30%는 건설사자 자체 자금으로 갚아야 하는 게 걸림돌로 꼽힌다. 또 외부에 알려지면 정부 자금 지원을 받을 만큼 재무사정이 좋지 않다는 낙인효과도 생겨 건설사들이 신청을 꺼리는 이유다.  

금융위원회도 이번 시장 자율적 펀드 조성을 높이 평가하고 메리츠증권에 관련 내용을 문의하고 자문을 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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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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