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자금 해결사로 나선 한자신, 개발신탁 공략
한국자산신탁(한자신)이 차입형 토지신탁(개발신탁)을 앞세워 부동산PF시장의 자금공급 해결사로 나서고 있다. 물린 부실 사업장이 거의 없어 체력을 보충한 덕에 PF사업에 쏠 수 있는 실탄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한자신은 이달 솔리드런자산운용이 1000억원 규모로 PF금융을 주관한 '여주 신해리 복합물류센터 신축사업'에 700억원의 신탁계정대 공급을 약정했다. 한자신이 신탁계정대로 후순위를 받쳐주면서 수협은행이 선순위대출 300억원을 취급했다. 신탁계정대는 공사비 기성 때마다 캐피탈콜(수시납)방식으로 지급된다. 물류센터는 지하 2층 지상 4층의 상·저온 복합창고시설로 지어지며 오는 7월 착공해 2025년 9월 준공할 예정이다.
한자신은 이 사업에 차입형 토지신탁과 책임준공 확약을 겸하면서 9%대 대여 금리에 4%대 수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요즘 캐피탈 증권사 등 다른 금융사가 후순위대출 참여시 통상 10% 수수료에 10% 금리를 더해 올인 20%를 수취하는 점을 고려하면 비교적 낮은 금융비용이다.
한자신은 선매입 확약된 물류센터를 대상으로 신탁계정대 취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선매입에 따라 건물 준공시 신탁계정 대여금을 상환받을 수 있어서다.
이번 신해리 물류센터 건도 국내 A자산운용 블라인드펀드가 선매입을 확약했다. 펀드는 준공 이후 3개월 내 1190억원에 물류센터를 매입한다는 확약 계약을 맺고 매입금의 10%인 계약금을 에스크로에 맡겼다. 펀드는 시행사가 준공 시점에 펀드에 에쿼티(보통주)를 투자하기로 한데다 여주지역의 입지 조건이 좋아 선매입을 확약했다고 한다.
올해 첫 개발신탁 스타트를 끊은 한자신은 또 다른 선매입 물류센터에 대해 개발신탁으로 참여해 신탁계정대 공급을 검토하고 있다. 또한 서울과 경기권의 핵심 위치에 소재한 아파트 개발사업에도 개발신탁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이달 기준 한자신의 신탁계정대 금리는 9%대여서 다른 PF플레이어에 비해 금리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다. 신탁계정대는 통상 신탁사 자기자본과 외부 차입으로 이뤄지며 토지비를 제외한 사업비와 공사비에 대여해줄 수 있다.
한자신 관계자는 "책임준공 신탁 계약을 맺은 곳 중 부실화된 사업장이 거의 없어 영업 환경이 다른 신탁사에 비해 나은 편"이라면서 "총 6000억원에 이르는 신탁계정대 자금을 바탕으로 지난해에 비해 더 많은 수수료 수익을 목표로 개발신탁 영업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증권은 한자신에 대해 "우량 신탁사로 경기 방어적이라는 점에서 시황 회복을 염두에 둘 경우, 우선적으로 투자 접근이 가능한 부동산 플레이어"라고 평가했다.
이경자 삼성증권 대체투자팀장은 "최근 부실화 사례가 나타난 책준 수주가 미미하고, 신탁계정대 회수가 원활하며, 자회사인 힌국자산캐피탈의 연체율(1개월 이상)은 20.01%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자신은 우수한 건전성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PF시장이 침체되며 차입형신탁의 수요가 꾸준해진 상황"이라며 "우량 신탁사에 수혜가 집중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