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실물 담보대출'로 쏠리는 금융권
금융권 자금이 올해에도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시장을 벗어나 실물 자산의 담보대출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고위험 PF자산에 대한 신규투자를 자제하고 안전성 자산에 대한 대출을 통해 이자 이익을 얻기 위해서다. 대형 오피스 등의 코어급 자산의 경우 임차 수요가 꾸준한데다 경기하락시에도 가격을 방어해 금융권이 안정적 자금운용 수단으로 선호하고 있다.
실물 담보대출에 가장 적극적인 것은 은행들이다. 은행들은 대형 부동산을 대상으로 양도성 예금증서(CD)연동 변동금리부 대출 영업에 주력하고 있다
신한은행과 산업은행은 이지스자산운용의 하남 데이터센터 준공후 담보대출에 참여할 계획이다. 이지스운용은 2월말 클로징을 목표로 4000억원 규모의 하남데이터센터 담보대출 조달에 들어갔다. 이달 예정된 건물 준공에 맞춰 본PF를 '준공 후 담보대출'로 갈아타기 위해서다. 이와 관련, 신한은행은 대출 승인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은 이어 서울 중구 소재 대신파이낸스센터 담보대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신증권이 대신파이낸스센터 매각을 재추진하면서 이 건물이 조만간 담보대출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대신증권은 최근 마스턴투자운용과 NH아문디자산운용을 상대로 대신파이낸스센터 매각 협상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물가격이 대략 6200억원대여서 LTV 절반인 3000억 가량이 대출 물량이 될 것으로 은행들은 예상한다.
증권사들도 실물 담보대출의 주선 기회를 엿보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 논현동 임피리얼팰리스호텔의 3600억 담보대출을 주관하고 인출을 마쳤다. 선순위 2000억원, 중순위 1250억원, 후순위 350억원으로 각각 구성됐다.
후순위는 NH투자증권(270억원) 직접 대출과 NH투자증권의 유동화증권 80억원(뉴월드아이피제육차)이 참여했다. 선순위와 중순위 대주에는 다양한 캐피탈과 저축은행이 참여하고 부족자금은 NH투자증권이 충당했다. NH투자증권은 이어 지난해 12월 중순위에 참여한 자사 보유 물량 300억원의 셀다운(대출채권 양수도)을 마쳤다.
금리 상승과 PF불안으로 금융권 대출 태도가 보수적 기조를 이어가면서 실물 담보대출은 올해에도 주목받을 전망이다. 연초부터 금융권은 PF신규 대출을 축소하고 기존 PF대출 연체율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부실PF자산의 조속한 제거를 요구한 금융당국의 주문과 맥이 닿아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본PF 전환이 장기간 안되는 브리지론 등 사업성 없는 PF사업장에 대해 금융사가 2023년말 결산시 예상손실을 100% 인식해 충당금을 적립해야 한다고 23일 밝혔다. 또 부동산 PF 손실 인식은 회피하면서 남는 재원을 배당·성과급으로 사용하는 금융사에 엄단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췄다. 금감원은 작년 말 기준 결산이 끝나는 대로 금융권 PF 관련 충당금 적립 실태도 점검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브릿지론을 포함해 PF대출을 크게 축소하는 금융권들은 실적을 쌓기 위한 대출전략의 하나로 실물 부동산, 특히 오피스 대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부동산PF시장이 침체되고 건설사의 경영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자산 확대를 위해 개발사업 대출보다는 대형 오피스 위주 담보대출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권 대출자금 쏠림으로 현재 예상되는 오피스 선순위 담보대출 금리는 5%대 중반으로 전년 대비 50bp 이상 하락했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질 하반기에는 5% 미만까지도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
이경자 삼성증권 대체투자팀장은 "2022년 하반기 시장을 강타한 레고랜드 사태는 PF시장 뿐 아니라 실물시장의 차입기능까지 경색시켰다"면서 "하지만 이번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 이후 실물부동산 시장의 리파이낸싱과 신규 대출은 큰 변화가 없이 차분한 모습"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