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PF바늘구멍 통과한 물류센터 개발사업의 특징은?
올해 물류센터 관련 사업자 사이에 회자된 말이 있다. 신규 개발PF를 진행하는 것보다 '준공 직전 자산(하드에셋)'을 매수하는 게 경제적이라는 것이다. 공사비가 급등하기 이전 공사를 시작해 갓 준공된 사업장을 매입하는 것이 새로 착공하는 개발사업보다 사업성을 확보하기 유리하다는 것이다.
공사비가 2년 전에 비해 50% 넘게 오르면서 개발사업을 진행하는 시행사들은 사업 이익을 확보하기도, 금융권에서 본PF대출을 받기도 어려웠다. 때문에 올해 물류센터 신규 개발 PF는 전무하다시피 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올 들어 11월까지 개발 본PF 승인 건이 5건 이하라고 추산한다. 본PF 클로징과 같은 긍정적 뉴스보다는 책임준공 지연, 선매입 미이행, 공사비 증액분에 대한 법적 분쟁 등 부정적 소식이 올해 많았다.
그렇다면 바늘구멍과 같은 본PF를 통과한 사업장에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 부동산신탁사의 신탁계정대가 대주로 참여하는 하이브리드PF나 해외 펀드가 자본금을 많이 투입해 대출금 조달 비율이 낮은 사업이 본PF로 전환됐다.
신탁사의 하이브리드PF 방식 사업
부동산신탁사의 선순위 투자 하이브리드 구조가올해 대주단의 본PF 약정을 승인받았다. 지난 10월 본PF대출을 실행한 경기 여주시 하귀리 상온물류센터 개발사업이 대표적이다.
와이에스엘이 시행하고 엠에이치건설이 시공하는 프로젝트다. 대지 면적은 2만8000㎡, 건축 연면적은 4만3000㎡이다. 이 사업은 지난해 3월 개발행위 허가를 획득해 지난 5월 토지 브릿지론을 실행하고, 올 10월 본PF 전환에 성공했다. PF대출 570억원 가운데 한국투자부동산신탁 등이 선순위 투자자로 360억원 참여하고 후순위 투자자로 홍콩계 펀드가 210억원을 들어간다. 케이리츠투자운용이 선매입 확약을 했다. 준공은 오는 2025년 상반기가 목표다.
여주시 신해리 복합물류센터 신축사업도 지난 5월 신탁사 계정대를 지렛대삼아 본PF를 조달했다. 이 사업은 지난해 10월 건축변경 허가를 받아 올 5월 선매입계약 및 대출약정, 대출금 기표를 진행했다.
1000억원의 본PF는 선순위 300억원, 후순위 700억원으로 이뤄졌는데 후순위는 차입형 개발신탁의 신탁사 계정대가 투입됐다.
이 사업은 A자산운용이 해외 자금을 펀딩한 블라인드펀드를 통해 선매입계약이 이뤄졌다. 총 사업비는 1124억원이며 선매입 금액은 1190억원이다. 선매입 계약금은 대출금 기표 전 납입됐다. A자산운용은 선매입 계약에 따라 준공 후 3개월 뒤 이 자산을 매입해 5년간 운용하며 화주를 유치하고 자산을 안정화한 뒤 매각할 예정이다. 이 사업 시행사 또한 준공시점에 펀드에 에쿼티(보통주)를 투자할 예정이다.
해외 펀드의 대규모 자본금 출자 사업
싱가포르투자청(GIC)과 싱가포르 최대 부동산그룹인 캐피탈랜드가 합작 투자한 경남 양산시 북정동 소재 복합물류센터 개발사업도 지난 3월 2590억원의 본PF대출 약정을 체결하고 기표했다. DL건설이 책임 준공 계약을 맺은 시공사이며, 한국투자증권이 금융주간사를 맡았다.
GIC와 캐피탈랜드가 각각 지분 90%(954억원), 10%(106억원)을 투자해 자본금(에쿼티)이 1060억원에 이른다. 싱가포르 국부펀드가 자체 개발하는 사업이어서 에쿼티가 총 사업비의 29%에 이른다.
2590억원의 대주단은 선순위 2090억원과 후순위 500억원으로 나뉜다. 총 사업비용 중 대출비율(LTC)이 71% 정도에 그칠 정도로 해외 펀드가 자본금을 많이 투입했다. 후순위를 포함한 담보인정비율(LTV)은 49.7%다.
이 프로젝트는 2025년 완공시 연 면적 5만평에 이르는 경남권역 초대형 거점 물류센터로 거듭나게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물류센터 신규공급이 수도권에 집중되며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역은 인구 대비 물류센터 비율이 낮다"면서 "쿠팡이나 컬리 등의 배송가능 지역 확대를 위해선 이 지역의 물류센터 확충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