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벌써 건설사 912개 폐업...정부 대책은 역부족
1분기 912개 건설사 폐업 신고···"PF 부실로 돈줄 막혀 미분양 폭탄"
전문가들 "복합적인 위기 요인 맞물린 결과···시장 본래 기능 회복돼야"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경영 위기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폐업하는 건설사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자잿값 인상에 화물연대 파업 등 공기지연 사태가 이어진데다 미분양 물량이 급증하면서 불어난 사업비를 감당하지 못해 폐업에 내몰린 것이다.
전문가들은 건설사 줄도산 공포가 현실화하는 가운데 지금의 정부 대책으론 시장 회복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부동산 시장 구조와 건설 사업 추진 방식에 대한 정책당국자들의 이해도가 부족해 체계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다.
7일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3월은 29일 기준) 전국에서 912개의 건설사(종합건설사·전문건설사 포함)가 폐업 신고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784곳)에 비해 16.3% 증가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전체 폐업 건설사 중 지방 건설사가 60%(542곳)를 차지했다.
작년 말 업계에 불어닥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위기로 자금줄이 막힌 가운데 재무구조가 좋지 않은 지방 중소건설사부터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한국은행 통계에서 전체 지방 중소건설사 중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도 못 내는 '한계기업' 비율은 16.7%로, 대기업(9.4%), 수도권 중소기업(13.4%)에 비해 월등히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시공능력평가 100위안에 들어가는 건설업체인 HN Inc와 대우조선해양건설이 최근 PF사업 부실화로 유동성이 고갈돼 회생절차에 돌입하면서 업계 전반에 위기감도 팽배해지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택 경기 불황에 따른 미분양 급증이 건설업계에 큰 부담이 됐다고 지적한다. 국토부 자료를 보면 지난 2월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5438가구로, 지난 1월(7만5359가구)보다 0.1%(79가구) 증가했다. 공사가 끝난 뒤에도 분양되지 못해 시공사와 PF를 내준 금융사에 직접적인 부담이 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8554가구로 전월보다 13.4%(1008호) 증가했다.
지난 2월말 미분양 주택 수가 8만 가구를 돌파할 것이란 관측에 비교하면 증가세가 다소 완화된 것으로 보이지만, 업계에서는 분양 경기 개선이 아닌 공급 축소에 따른 통계 착시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 지난해 연간 전국 주택공급 물량은 전년 대비 14.5% 감소했고 올해 1~2월 공급량도 전년 동기 대비 75.3% 줄었지만 미분양 주택은 오히려 증가해 7만5000여가구까지 치솟은 것이다.
건설 경기 악화에 분양 일정을 미뤄온 건설사들이 봄 성수기를 맞아 공급을 본격화할 경우 향후 미분양 지표는 더 악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직방에 따르면 이달에만 총 29개 단지, 2만7399가구가 분양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물량과 비교해 총 1만2783가구, 87% 증가한 것으로 올해 들어 최대 물량이다.
현재 위기 상황은 자재값 인상, 분양률 하락 등 비우호적인 경기 상황과 함께 금리인상에 따른 사업시행주체와 시공사, 수신기능이 없거나 약한 PF사업 참여 금융기관 유동성 위기 노출이라는 복합적인 요소가 맞물린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에 따라 복합적이고 포괄적인 관점에서 정책적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김정주 건설산업연구원 경제금융실장은 "부동산 시장 위기 요인이 복합적인 만큼 위기 현실화를 초래할 시나리오와 취약 부분 역시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보다 포괄적인 대책 방안이 필요하다"며 "시장 내 미분양 물량이나 공사중단 물량이 누적돼 부동산가격의 추가적인 하락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고 시장 본래 기능에 의해 문제가 해소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분양시장 정상화를 위한 각종 부동산거래 및 대출규제에 대한 완화 조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상수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도 "업황 개선이 어려운 상황에서 산업 전반의 신용위험 완화를 위해서는 PF 사업장, 건설사 등에 대한 단기 자금지원 이상의 정부 역할이 요구된다"면서 "부실 우려가 크고 재무적 지원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는 건설사 또는 PF 사업장은 구조조정으로 불확실성을 조기 해소하는 한편, 향후 충분한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업체 및 사업장에 대해서는 보다 적극적이고 과감한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