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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투자자, 국내 오피스매입 관망세...가격 온도차

원정호기자
- 10분 걸림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오피스시장에서 외국계 투자자의 매입 활동이 뜸하다.  매도자로 이름을 올린 거래는 잇따르고 있지만 신규 투자한 부동산은 찾기 드물다. 연초만 해도 투자활동이 활발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치솟는 거래가에 관망세로 돌아선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가격이 하락해 더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줄잇는 외국계 자본의 오피스 매각

28일 오피스업계에 따르면 독일계 자본인 DWS자산운용은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청진동 소재 타워8의 매각을 완료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우정사업본부가 출자한 블라인드펀드를 활용해 평당 3720만원, 총 5490억원에 이 빌딩을 사들였다. DWS운용은 지난 4월 종로구에 위치한 콘코디언빌딩을 평당 3450만원에 매각한 이후 4개월 만에 2번째 대형 빌딩 엑시트(자금회수)에 성공한 것이다.  콘코디언빌딩 인수자는 마스턴투자운용이다.

대형 자산의 연이은 딜 클로징 분위기에 힘입어 강남권(GBD)에서도 외국계 투자자가 매도세에 합류했다. 글로벌 사모펀드 블랙스톤은 GBD의 핵심 오피스로 꼽히는 역삼동 아크플레이스의 매각 주간사를 선정하는 등 매각 절차를 본격화했다. 연면적 6만2725m², 지하 6층~지상 24층 규모의 이 빌딩에 대해 블랙스톤은 평당 4000만원대 이상의 매도가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지스자산운용은 서초동 마제스타 타워1 매각을 위해 지난 1일 코람코자산신탁과 양해각서(MOU)을 체결했는데 이 역시 외국계 자본에 의한 매각이다.  이지스운용 펀드의 실질 투자자(LP)인 미국계 인베스코가 이 빌딩 매각을 서둘러 진행했다. 당초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F&F가 인수 의지를 철회하자 곧바로 차순위인 코람코신탁을 우협으로 지정하고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이처럼 외국계 기관은 국내 오피스시장 매도자로서 더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런 모습은 올해 외국 기관들이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자산 매입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던 전문가들의 시각이 빗나갔음을 보여준다.

부동산서비스기업 콜리어스는 올해 국내 상업용부동산 시장을 전망하면서 외국계  기관들이  달러  강세 이후  풍부한  자본력으로  국내에서  활발히 투자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아시아를 타깃으로 한 펀드 자금이 늘어난데다  중국이나 신흥시장에 비해 한국이 안정적인 투자처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외국 자본, 한국 오피스 익스포저 축소하나

외국계가 한국 오피스에 대한 매도 포지션을 취하는 것은 우선 수익률 하락을 겪는 해외 오피스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수익을 거둔 국내 자산을 빠르게 처분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북미와 유럽의 오피스 공실률이 급등하면서 대규모 손실을 본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국 오피스 익스포저의 축소를 주문했다는 것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침체된 미국과 유럽 오피스시장 상황을 감안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한국 오피스 매각을 진행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오피스 고평가 판단..적정가 기다리기

해외 투자자들은 또한 국내 오피스 가격을 높은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금리 인상 관련, 불확실성이 남아있는데도 매도자의 희망 매매가격은 여전히 높아 온도차가 큰 상황이어서 좀 더 시간 여유를 갖고 지켜보겠다는 계산이다.

에를 들어 타워8 인수 딜의 경우 선순위 대출금리가 5.2%인데 비해 캡레이트는 3.8%를 나타냈다. 한 부동산서비스업체 리서치센터장은 "펀드 투자자에 우선주 형태로 수익을 높여주더라도 높은 대출금리를 감안할 때 펀드가 매입 초기 수익을 내기 쉽지 않은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오피스 공급 감소 추세에 따라  올해는 낮은 공실률과 임대료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앞으로 3,4년 뒤 오피스 공급 충격 우려도 외국 기관이 우려하는 불안 요소로 지적된다.  

오피스 공실률과 임대료 추이(자료=젠스타메이트)

젠스타메이트에 따르면 올해 서울·분당 오피스 공급 규모는 21만평에 그칠 전망이다.  이는 지난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연 평균 공급량인 34만평보다 크게 적은 것이다.  공급 감소에다 대기업의 오피스 수요 증가가 겹치면서 1분기 오피스공실률은 2%대에 머물렀다. 이는 자연 공실률(5%) 이하 상태로 임대인 우위 시장임을 보여준다.

임대료도 지속 상승세다.  2020년 이후 서울 오피스 임대료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5월 기준 서을 평당 임대료는 8만7000원를 기록했다.

그러나 3,4년 뒤에는 상황이 바뀔 수 있다.  오는  2024년 마곡지구에서 21만평 공급이 대기하고,  2026년 수표·세운지구 15만평,  2027년 을지로3가구역 8만평 등 대규모 물량 공급이 예정돼 있다.  잠재공급 물량을 포함하면 오는 2030년까지의  공급물량은 이전  연 평균(2007~2022년)인 34만평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오피스 대신 산업용부동산에 기회주의적 투자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외국계 기관은 지난해 하반기 금리 상승세 이후 부실채권펀드나 오퍼튜니티(기회주의)펀드를 설정하고 투자기회를 모색해왔다고 한다.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 경기 둔화 등 복합적인 침체 상황에 따라 급매나 부실 부동산이 나올 것에 대비해서다.  그러나 한국 오피스 가격이 예상과 달리 치솟자 무리해서 매입하기 보다는 관망세를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오피스 투자 대신 공급과잉에 시달리는 물류센터나 수익률이 높은 데이터센터 등 산업용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이동했다. 기존 선매입이 불발돼 저렴하게 나온 매물 또는 우량 임차인을 확보하거나 좋은 위치의 랜드마크 물류센터를 사들이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 8월 준공된 인천 남청라물류센터가 지난 6월 '디디아이 남청라로지스틱스리츠'에 매각됐다.   디앤디인베스트먼트가 설정한 리츠인데  주요 투자자로 미국계 자산운용사인 '벤탈그린오크'가 이름을 올렸다.  남청라  물류센터는 국내 한 기업이 선매입 계약했다가 준공시 잔금을 납부하지 못해 계약 해지된 물건이다.  이후 가격 조정을 겪은 뒤 '디디아이 남청라로지스틱스리츠'가 비교적 저렴한 1050억원에 인수했다.

"가격 하락하면 투자자로 돌아올 전망"

외국계 기관이 국내 오피스 투자시장을 관망하고 있지만 오피스 자산군에서 완전히 물러난 것은 아니다. 변동성이 줄어들고 자산 가격이 하락해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지난 6월말 서울 잠실의 삼성SDS타워 매각 입찰에 참여했다가 탈락한 싱가포르계 캐피탈랜드가 대표적 사례다.   꾸준히 매수기회를 보고 있지만 무리하게 인수가격을 제시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일부 외국  사모대출 펀드는  앞으로  만기 도래하는 대출을 상환하기 위해 리파이낸싱에 나선 건물주 가운데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나올 것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은행으로부터 대출금을 마련하는데 문제가 생길 경우 부채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대출시장을 주시하고 있다.  

최근 오피스를 매각하는 해외 투자자 가운데  일부는 현금을 확보했다가 저가 매수를 노리는 자금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이형구 젠스타메이트 리서치본부장은 "상황이 그나마 좋은 지금 건물을 매각해 현금을 미리 확보하고   앞으로 경기 후퇴 뒤  급매물이나 부실 부동산이 나오면 저가에 다시 투자하려는 투자자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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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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