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자본, 국내 물류센터 투자 확대...국내 기관 침묵 속 '우량 매물 쇼핑'



국내 물류센터 시장에서 외국계 자본의 매수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과거 투자 후유증으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이, 자본력을 갖춘 글로벌 투자자들이 주요 입지의 우량 창고를 적극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공급 과잉이 완화되는 반면 물류 수요는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에 베팅하는 모습이다.
글로벌 투자자, 국내 물류센터 매입 잇따라
12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워버그 핀커스, 오크트리캐피탈, 싱가포르투자청(GIC) 등 글로벌 투자자들이 국내 실물 및 개발 단계의 물류센터 시장에서 투자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워버그 핀커스가 지원하는 한국 물류 플랫폼 '큐브인더스트리얼'은 최근 삼성로지스물류센터의 소유권을 이전받았다. 매입가는 538억 원으로, 4년 전 교보신탁 리츠가 492억 원에 매입한 가격보다 9.3% 상승했다. 해당 물류센터는 경기 안성시 미양면 양변리에 위치한 지하 2층, 지상 3층, 연면적 3만4215.74㎡(약 1만350평) 규모의 상온 창고다. 워버그 핀커스는 아울러 최근 안성의 또 다른 물류센터 개발사업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JB자산운용은 ‘JB시흥물류센터60호펀드’를 통해 연면적 7만평 규모의 대형 시흥물류센터(그린웨이브시화물류센터)를 4750억 원에 매입했다. 공급 과잉 이슈를 고려해 2022년 7월 체결한 선매입 계약 가격보다 6.9%(350억 원) 할인된 금액이다. 해당 펀드의 주요 투자자는 싱가포르계 투자자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도 지난 1월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회억리 소재 물류센터의 소유권을 이전받았다. 이번 딜에는 글로벌 자산운용사 오크트리캐피탈이 우선주로 참여해 국내외 투자자 간 협업을 통한 물류 부동산 투자 사례로 주목받았다. 오크트리캐피탈의 이번 투자는 국내 물류 부동산 시장에서의 첫 사례로, 향후 물류센터 및 데이터센터 등 우량 자산에 대한 추가 투자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하반기에는 그래비티자산운용이 부천 내동 물류센터를 약 3000억 원에 매입했는데 GIC가 투자자로 참여했다.
국내 기관투자자 침묵 속 외국계 자본 '나홀로 쇼핑'
외국계 투자자들이 공격적으로 물류센터를 매입하는 것은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매수심리가 위축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연기금과 공제회는 몇년 전 물류센터 호황기에 대거 투자했다가 일부 사업장에서 손실을 경험하면서 신규 투자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국내 기관들은 문제가 있는 사업장을 보유하고 있어 사후 관리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신규 투자 검토를 꺼리고 있다"면서 "반면 외국계 투자자들은 기존 투자 성과와 관계없이 새로운 우량 딜을 중심으로 유연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외국계 투자자들은 사실상 경쟁 상대 없이 양질의 매물을 선점하는 상황이다.
도심 라스트마일 및 코어물류 성장세에 베팅
공급 과잉과 고금리 환경으로 인해 신규 투자 및 거래 종결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우수한 입지와 하드웨어 경쟁력을 갖춘 물류센터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타깃이 되고 있다. 특히 서울 및 대도시 주요 거점에 위치한 '라스트마일' 물류센터와 대형 물류센터 같은 코어자산에 대한 선호가 높다.
국내 한 대형 부동산운용사 관계자는 "미국 오피스 시장이 변동성이 큰 반면, 물류 부동산은 인프라 성격이 강해 수요 변동성이 낮은 장점이 부각되고 있다"면서 "국내 온라인 상거래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어 물류센터가 필수 부동산 자산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를 기점으로 물류센터 공급 과잉이 점차 완화될 것이란 전망도 매수세를 자극하고 있다. 알스퀘어가 지난달 발표한 '2024 하반기 수도권 물류센터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수도권 물류센터 신규 공급은 58만 평(약 191만4000㎡)으로, 전체 누적 공급량 대비 6% 수준까지 줄어들었다. PF 조달의 어려움과 시장 불확실성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2025년 이후에는 신규 공급이 더욱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공실률도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해 하반기 상온 물류센터 평균 공실률은 16.0%로 전기 대비 0.9%포인트 하락했으며, 저온 물류센터 공실률도 38.5%로 2.7%포인트 줄었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도 올해 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지난해 상반기 21건이었던 수도권 물류센터 인허가 건수가 하반기 11건으로 감소했다"며 "PF 건전성 규제 개편으로 신규 사업 추진이 어려워지고 있어 공급 면적 감소가 장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매매 협상 과정에서 거래 가격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물류 부동산 시장의 클로징이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 매도자와의 협의를 통해 최초 선매매 금액 조정 또는 매도자 보통주 참여 구조 설계가 거래 성사에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