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센터, 임차인 우위 지속...각종 지원조건 걸고 뺏고 뺏기기 경쟁
경기 이천의 A물류센터 임차인은 계약상 임차 잔여기간이 1년 남았지만 얼마 전 신축된 B물류센터로 갈아타기로 했다. B물류센터 측이 잔여 기간의 임대료를 대납해준다는 조건을 제시해서다. 신축 센터라 사용하기 편한데다, 임차 조건도 괜찮다고 판단한 A센터 임차인은 화물을 옮기기로 결정한 것이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물류센터의 공급과잉이 이어지면서 임차인 모시기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1년에 한달치를 무상 임차해주는 렌트프리는 기본이고 각종 TI(테넌트 임프루브먼트∙임차인 혜택 지원)가 제공되고 있다.
창고를 신축한 시행사들은 시행이익 감소를 감수하면서 화주 이전에 따른 위약금 대납, 이사비 지원 등에 나서고 있고 심지어 창고 내 팔렛트 렉 설치비도 지원해주고 있다고 한다.
올해 초부터 준공된 상당수 물류창고가 선매입업체의 계약이행 포기나 임차인 확보실패, 공사비 증액 이슈로 PF대출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창고 준공 이후 PF대출금을 건물담보대출로 갈아타려면 우량한 신용등급의 화주사를 유치하고 DSCR(부채상환비율)을 1.2배 이상 맞춰야 한다. DSCR은 건물이 대출 기간 동안 원금과 이자를 지급할 능력을 측정하는 지표다. 즉 임차인을 유치해야 담보대출을 받고 매각을 진행할 수 있는 것이다.
똑똑한 임차인들은 이런 분위기를 이용해 최근 시장 상황을 저렴한 임대료로 갈아탈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 시행사 연교의 조종환 공동 대표는 "잔여 임차기간을 깨더라도 조건 좋을 때 갈아타기를 원하는 임차인이 적지 않다"면서 "준공됐거나 준공 예정인 최신 창고가 많은데다, 이들 임대인들의 지원 혜택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상업용부동산 서비스기업 알스퀘어 관계자도 "경쟁력 있는 임대료, 우수한 입지, 선호 스펙을 보유할수록 임차인(화주) 유치 가능성이 높고 그렇지 못할 경우 화주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있다"고 전했다.
알스퀘어는 물류센터 공급과잉으로 실질 임대료가 하향 조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알스퀘어 관계자는 "상반기 수도권 상온 물류센터의 평균 명목 임대료는 평당 3만3000원으로 전년과 큰 변화가 없었다"면서 "그러나 하반기 들어 공실리스크가 커지고 화주사 유치 전략으로 렌트프리를 제공하고 있어 실질 임대료 하락 조정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기존 물류센터와 신축 물류센터간 임대 경쟁력 차이가 갈수록 심화되면서 양극화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02년 준공된 시화공단 내 한 물류센터의 경우 올 상반기에 임차인이 연장 계약을 하지 않고 퇴거했다. 이에 위탁 운영사 선정을 위해 3차례나 온비드 입찰을 진행했으나 모두 유찰되며 어려움을 겪었다. 이는 임차인들이 구축보다는 신축의 대형 물류센터를 선호하는 현상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알스퀘어는 전했다.
물류 전문가들은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임차인 우위시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2025년 이후에는 공급자 우위 시장으로 역전될 것으로 예측한다.
조종환 대표는 "내후년에는 올해 또는 내년에 PF금융을 조달한 극소수 착공 사업장만 준공돼 공급될 예정"이라며 "적은 물량이 공급되기 때문에 공급자 우위 시장으로 돌아설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