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창고 공사비 절감방안(2)
지난 글에서 이야기한 '공사비 절감방안'을 요약하자면,
- 사업부지 특성에 맞는 적정한 건축 연면적을 찾고
- 비(非)건축부분의 공사비를 줄여,
- 매출로 계산되는 임대면적 1평당 원가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때 임대면적의 전용면적 비율은 개발사 또는 건물주(임대인)의 기준이 아닌, 임차인이 인정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합니다.
최근 알게 된 A물류센터 개발 사업장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A물류센터는 현재 착공 전 사업장으로, 대기업에서 자가 사용 목적으로 개발할 예정입니다.
이 물류센터의 상온 평당 공사비는 약 520만원이라고 합니다. 평당 520만원 공사비가 산출된 이유는 해당 사업지가 ‘비행 안전구역’에 해당해 지상층으로 개발할 수 있는 건축면적의 높이 제한이 있기 때문입니다. 공간 제한을 해결하기 위해 지하에 2개 층을 설계했습니다.
지하층은 차수공법이 적용된 흙막이 가시설을 설치해야 하는데, 이 사업지는 인접부지 여건상 어스앵커 공법을 적용할 수 없어 스트러트를 이용해 버팀보를 설치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추가로 지하 2개층이 4면 매립된 형태였기 때문에 건축 외벽 부분에서 일반적인 물류센터에 비해 평당 공사비 약 20만원이 추가됐습니다.
결국 흙막이 가시설 부분의 공사비 200억원 이상(평당 공사비로 환산 시 95만 원 추가)에다 건축 외벽 부분 추가 금액까지 포함해 비(非)건축부분의 공사비가 과도하게 투입돼 평당 520만원이 됐다고 합니다.
이 외에도 사업부지가 위치한 지역의 지질이 연약지반으로 기초파일 공사 깊이에 따라, 최초 견적보다 평당 약 10~20만원 공사비가 추가될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이처럼 과도한 비(非)건축 부분 공사비를 투입되지 않고 사업지의 특성을 반영해 최적의 규모로 개발 계획을 수립한다면, 상온 평당 공사비는 380만원 내외에서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물론 이는 1군 상위 건설사 기준 단가입니다.)
공사비 절감방안의 두번째 핵심 포인트는 "시공사 선정 방식"입니다. 사업 초기 실시도서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민간공사 공사비를 개산급 기준으로 결정해 대부분 시공사를 선정합니다.
설계는 ”계획설계-기본설계-실시설계“ 크게 3단계로 나뉩니다.
- 계획설계는 사업부지를 매입 전 사업의 규모와 사업 수지를 도출하고 진행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10장 내외의 설계입니다.
- 기본설계는 인허가를 얻기 위한 설계로 주로 행정기관에서 법적인 사항을 검토할 수 있을 정도의 설계입니다.
- 실시설계는 건축물에 대한 상세한 정보(자재의 규격, 수량, 사양 등)가 정확히 표시되는 설계로, 이 단계에서 정확한 공사비 내역서를 작성할 수 있게 됩니다.
대부분의 민간공사 사업장은 실시설계가 나오기 전인 사업 초기에 공사비를 확정하고 금융조달까지 연결해야 하므로, 계획 또는 기본설계 단계에서 시공사를 선정하고, 추후 실시설계가 나오면 V.E. 또는 상세내용에 따라 공사비를 조정하게 됩니다.
완성되지 않은 설계로 공사비를 산출할 수밖에 없으므로, 많은 현장에서 공사비에 대한 불확실성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대개 발주처는 실시설계가 아직 나오지 않았음에도 건설사로부터 확정된 금액을 요청하고, 공사계약 일반조건에 있는 물가변동에 대한 변수마저도 특약을 통해 건설사에서 증액 없이 공사해 주기를 요청합니다.
이러한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건설사는 통상적으로 불확실성에 대한 일부 비용을 공사비에 반영해 약간의 거품이 낀 견적을 하게 됩니다. 2021년 상반기 이후 원자재가 가격 상승과 일부 공종(Precast Concrete 등)에서 발생한 수요 폭증에 따른 원가 폭등 사태 등으로 손해를 경험한 건설사들 사이에서 거품 공사비가 커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제시하는 공사비를 줄이는 두 번째 방안이 바로 ‘건설사의 불확실성을 줄여서 거품을 걷어내자’입니다.
그렇다면 불확실성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요? 해답은 공공(관급)공사 발주의 방법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건설사 중심의 공사비 산정을 발주자 중심의 공사비 산정으로 변경하는 것, “시공사의 개산급이 아닌 발주처의 내역 입찰”입니다.
저희는 이를 “민간공사 건설사 선정 프로세스”라고 합니다.
프로세스를 간략히 소개하면,
- 발주처(또는 PM사)가 기본설계 단계에서 90% 이상의 정확도로 수량을 산출하고,
- 물류창고에 전문화된 협력회사(하도급)를 통해 자재비를 조사해 예가내역서를 작성합니다.
- 이후 인허가 중 허가 조건 사항을 반영해 입찰 시 건설사에 설계도서와 예가내역서를 함께 보내 동일한 내역서(수량)에서 단가 견적을 받는 방식입니다.
이는 건설사 간 정확한 견적 비교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건설사도 수량산출 시간(견적시간의 80~90%)을 크게 절감할 수 있어 빠른 견적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실시설계에 따르는 정확한 수량을 바탕으로 견적을 했기 때문에 수량 및 물가변동 폭을 최소화했고, 이를 건설사가 아닌 발주처가 부담하는 것으로 하면 건설사의 거품 공사비는 제거할 수 있습니다. 제거된 거품 공사비 만큼을 예비비로 설정한다면 공사비 증감에 대한 발주처의 부담도 충분히 줄일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올해 건설사는 어느 때보다 힘든 한 해가 될 것입니다. 2022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 최근 2년간 착공된 공사현장이 거의 없습니다. 진행 중이던 사업장들은 하나둘 준공되고, 신규 수주 건은 없는 실정이라 없어 많은 건설사들이 인력 구조조정을 하고 있습니다. 당분간은 착공할 수 있는 양질의 사업장도 적을 것이고 앞으로 수주 경쟁은 더욱 치열할 것으로 보입니다.
제가 근래 많은 건설사 임직원분들과 만나면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평당 공사비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남느냐, 안 남느냐? 그리고, 남으면 얼마나 남느냐가 중요합니다." 기술자라면 수량과 단가로 얼마든지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