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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개발시장의 미래로 가는 길(Feat. 성남 금토지구)

낭만디벨로퍼 김영철
낭만디벨로퍼 김영철
- 17분 걸림 -
성남금토지구 사업구역 위치도(자료=LH)

지난 5월 30일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공고한 성남금토지구 자족시설용지(자족 7-3) 공급 공고는 추이와 결과에 업계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이번 입찰은 소위 제3판교에 위치한 "금싸라기" 토지가 거의 조성원가에 가깝게 - 아주 저렴하게 - 공급되는 상황이었습니다. LH도 다름 아닌 "성남시"의 토지인 만큼 공급 가격과 공급 방식에 오랜 고민을 거듭했던 것 같습니다. 공고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면적(9,747m2)의 부지를 1110억원 상당에 공급. 즉, 평 단가는 3764만원상당임

· 건폐율 60%, 용적률 400%, 최고층수 12층

· 5월 30일 공고 이후 6월 11일까지 신청서 및 신청예약금 제출 마감

· 별도의 신청 자격은 없으며, 개인과 법인 모두 신청 가능

· 신청자는 50억원을 입찰보증금(신청 예약금)으로 납입해야 함. 본 입찰보증금은 미당첨시 반환됨

· 당첨자는 계약일(6월 27일~28일)에 토지 대금의 10%를 계약금으로 납입해야 하며, 계약일로부터 6개월 단위로 22.5%의 토지대금을 4회에 걸쳐 분납해야 함

표면적으로 공개된 상기 정보에는 상당한 함의가 포함돼 있습니다.

(1) 공급 공고일에서 신청일까지의 기간이 매우 짧습니다. 단순 일수로 13일이며, 영업일 기준으로는 9일에 불과합니다.

(2)그에 비해 입찰보증금은 50억원으로 문턱이 상당히 높습니다. 특히 (1)의 기한을 고려할 때 더욱 그러합니다.

(3) 왜냐하면, 신청을 하는 사업자는 낙첨됐을 때가 아니라 당첨 됐을 때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입찰에서 떨어지면 입찰보증금 50억원 전액을 즉시 반환받습니다.)

당첨 되면 20여일 후 입찰보증금 50억원을 포함, 111억원을 계약일에 납입해야만 하며, 당첨되고 난 후 계약을 하지 않을 경우 50억원의 보증금이 몰취됩니다. 게다가 계약 이후 6개월 후부터는 중도금을 납부해야 합니다.

(4) 그렇기 때문에 신청자는 13일이라는 짧은 기간에, a) 본 건 토지를 매입했을 경우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시킬 수 있다는 확신을 가져야만 하며, b) 이를 위해 필요한 자금을 적시에 공급할 수 있는 자금력이 있다는 자신감 또한 가져야만 합니다.

상기 내용들을 살펴봤을 때, LH는 다음과 같은 지점을 고민하고 고려했을 것입니다.

(1) 본 건 토지가 속한 제3판교지구는 LH뿐 아니라 경기도, 성남시, 경기도시공사가 공동 사업시행자로 이름을 올린 공공성이 짙은 신도시 조성사업입니다. 3200여 세대가 거주할 수 있는 신도시를 조성하는 사업이며, 스마트 모빌리티, 제로 에너지 등 트랜드에 맞춘 개념을 집약해 급기야는 "한국판 뉴딜"이라는 용어까지 거론됐던 곳입니다. (결과가 어떠할 것인지는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이번에 추첨 방식으로 공급 공고가 나온 해당 토지는, 사실 전체 신도시 조성 사업의 기존 토지주를 대상으로 대토로 공급하는 것으로 검토됐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예전 D동 사건의 여파가 전혀 가시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LH 입장에서는 안전하고 잡음 없게 토지를 매각하는 것에 방점을 둬 현재와 같은 공급 방식 - 추첨에 의한 단순 매각으로 선회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2) 현재의 공급 방식은 한 가지 특징을 더 내포하는데, 아무나 토지 입찰에 신청하고, 그렇게 해서 아무나 당첨됐을 경우, 오히려 토지 매각이 끝까지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1110억원 상당의 토지를 매입할 수 있는 자금력을 가진 사람, 거기에 더해 이 정도 가치의 토지를 가지고 개발 사업을 진행, 완결 지을 수 있는 주체는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정리하면, a) LH는 해당 토지가 특혜 시비 없이 안전하게 매각되기를 바라며, b) 이에 실제로 본 건 토지를 매입, 개발할 수 있는 자금력과 전문성을 동시에 가진 주체를 선정해 토지 매각이 순조롭게 완결되도록 해야 하는 니즈가 있는데, c) 자금력과 전문성을 갖춘 디벨로퍼라면 어렵지 않게 풀 수 있는 "숙제"를 내야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3) LH가 매각하는 토지의 경우, LH 협약대출을 활용해 토지 매각 대금의 80%를 대출 받을 수 있습니다. 즉, 실제로 디벨로퍼가 투입해야 하는 금원은 222억원 상당이 됩니다. 이러한 정보나 분석력을 가지고 있는지도 LH가 매각할 때 염두에 둔 부분일 것입니다.

입찰에 참여한 디벨로퍼 입장에서는, a) 해당 토지에 50억원의 입찰 보증금을 투입하고 b) 당첨됐을 경우 6개월 내에 222억원 상당을 투입할 수 있을 것인지를 판단해야 하고, c) 무엇보다 그랬을 때 본 건 토지를 적절히 개발해 시행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완결 지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d) 공고로부터 입찰 마감까지 13일만에 검토를 마무리하면서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숙제가 있었던 것입니다.

본 건 사업에 대해 필자가 검토를 진행해 봤을 때, "제3판교"의 해당 입지에 가장 적합한 건축물은 오피스(업무시설)로 생각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웠습니다.

현재의 통상적인 건축 비용 및 금융 비용을 가정하고 사업성을 검토한 결과, 대략 연면적 2만여평 이상, 사업이익 1000억원 이상을 기대할 수 있는 오피스 개발 프로젝트로 판단됐습니다. 아마 일정 수준 이상의 디벨로퍼가 검토했을 때 대동소이한 결과가 나왔을 것입니다.

문제는 어디까지나 "숫자일 뿐"인 이러한 사업성 검토 결과를 가지고 수십, 수백억원을 투입해야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토지 매각 입찰에 "실제로" 참여할 것인지의 판단을 해야 한다는 점일 것입니다.

본 건 입찰에 얼마나 많은 디벨로퍼가 참여할지, 경쟁률이 얼마나 될지는, 현재의 극악 무도한 금융, 개발 환경을 고려했을 때, 앞으로의 시장에 대해 디벨로퍼들이 어떠한 관점을 가지고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일종의 가늠좌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무려 182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으며, "개인" 지원자에게 낙찰됐습니다.  182대1이라는 숫자는 상당히 기록적인 숫자입니다. 말씀 드린 바대로 짧은 공고 기간과 입찰 보증금의 규모를 감안하면 더욱 그러합니다. 본 입찰로 인해 인입된 보증금의 총액은 무려 9100억원입니다.

이 결과가 내포하는 몇 가지 지점을 대별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 현재 부동산 개발시장에서는 유동성이 말랐다는 평이 많았습니다. 대형 디벨로퍼들의 경우 여러 대형 사업장에 소위 "물려 있는" 자금이 많아 신규 프로젝트에 투입할 만한 현금 여력이 없으며, 대형 건설사도 마찬가지로 우발채무와 익스포저로 인해 새로운 사업을 수주하는데 극히 보수적으로 접근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이정도의 자금이 동일 토지 입찰에 몰려들었다는 것은, 드러나지 않았을 뿐, 여전히 시장에는 부동산 개발 사업에 투입될 자금 그 자체가 없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반증하는 결과일 수 있습니다.

(2) 반면,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고 있던 자금이 "당해" 프로젝트에 몰렸다는 사실도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투기와도 같이 아무 프로젝트에나 무분별하게 자금이 투입되던 시기는 지나갔고,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양질의 프로젝트에 집중적으로 자본을 배분하겠다는 플레이어들의 의사가 읽힙니다.

(3)약식으로 사업성을 검토했을 때, 본 건 토지로 오피스 개발사업을 진행하려고 하면, 자기자본 700억원 상당이 필요합니다. 이 중 보통주의 비중이 앞서 언급해 드린 200여억원입니다. 그리고 시행 이익은 1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나, 우선주 이익 배분을 고려하면 보통주 사업 이익은 800억원 남짓한 것으로 계산됐습니다.

이는 보통주의 배수(multiple)로 계산하면 (원금 포함) 4배 정도가 됩니다. 물론 높은 수치이지만 - 그간의 시행 관행에 비추어 보면 그렇게 높다고 할 수는 없는 숫자입니다.

저는 이 지점에 특히 주목하고 싶습니다.

그간의 부동산 개발사업의 관행은, 부동산 개발사업 자체가 본원적으로 지닌 높은 레버리지 비율과 위험 수용 성향을 고려하더라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낮은 자기자본 비율과 낮은 절대 금액 투입이 도처에서 발견됐습니다.

2021년 서울 모 지역에서 진행된 프로젝트의 경우, 매출액 3조5000억원, 사업비 2조5000억원으로 기대 시행 이익이 1조원에 달하던 프로젝트였는데, 투입된 시행사의 자기자본은 40억원에 불과했습니다. 레버리지 비율을 계산해 보는 것이 무색할 정도의 숫자였습니다.

시행 프로젝트가 지나치게 높은 레버리지 비율과 그에 따른 낮은 자기자본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단순히 "남의 돈으로 시행을 한다"는 윤리적인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시행 사업의 여러가지 측면에서 "무리"한 가정과 숫자, 구조를 수인하면서 사업을 진행한다는 것에 오히려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즉, 높은 LTV, 그것을 정당화 하기 위한 높은 초기 분양률 가정(또는 지나치게 낮은 캡레이트(Cap. Rate) 가정), 다시 그것을 정당화 하기 위한 불합리하게 높은 트리거 조항들, 이것들 모두를 정당화하기 위한 높은 금리와 각종 수수료, 그 결과로서의 지극히 불안정한 사업 안정성을 프로젝트의 시작부터 감수함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 결과가 지금 우리 모두가 겪고 있는 고통일 것입니다.

반면 두터운 자기자본의 미덕은 상기 기술한 특징들의 정반대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기자본이 전체 사업 비용의 상당 부분을 이미 충당하고 있기 때문에, PF로 조달해야 하는 금원의 절대 금액이 줄어들며, LTV나 엑시트(Exit) LTV 등 여러 지표들도 비례해서 낮아집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후단에 붙게 되는 트랜치들이 사라질 수도 있을 정도입니다(이전 글에서 다룬 적 있는 "자기자본-메자닌-시니어 트랜치" 구조와 같이 말입니다).

PF금융 때 조달되는 자금들이 감내해야 하는 위험의 수준이 낮기 때문에 금융 비용은 당연히 줄어들며, 그에 따라 PF 자금들이 요구하는 위험에 대한 방어 수준(트리거, 각종 신용 보강 등)도 낮아지고, 이는 그 자체로 유, 무형의 부담을 줄여 줍니다. 분양이나 매각에 있어서도 여러 디벨로퍼가 수인해야 하는 악성 조건들이나 가정들이 줄어듭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 갑작스런 시장 경색이나 환경 악화가 들이 닥쳤을 때, 감내할 수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견딜 수 있는 자금의 완충력이 커지게 됩니다. 이는 감히 몇 마디 말로 요약할 수 없을 정도의 강점입니다.

작금의 불황으로 인해 시장의 여러 플레이어들은 말로 형언할 수 없을 만큼의 고통을 감내해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시 경기가 호전되고 금융 환경이 나아진다고 하더라도 예전의 불합리한 관행들이 그대로 되살아나게 된다면, 시간이 흐른 후 결국 다음 불황의 사이클 - 아시다시피 이는 피할 수 없습니다 - 을 맞이 했을 때 똑같은 고통이 그대로 반복될 뿐일 것입니다.

즉, 지금의 고통이 단지 높은 금리와 고공행진해 온 시공 단가만이 이유가 된 것이 아님을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에 따라 이 지점들을 근본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번 입찰의 결과는, 상기 지점에서 고무적이라고 판단합니다.

"그렇다면 이제는 돈을 쌓아두고 있는 사람이나 회사가 아니면 시행 사업을 할 수 없다는 의미이냐", 또는 "그런 주체들만 시행 사업을 해야 한다는 의미이냐"는 질문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

이에 대한 대답은 그렇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그렇다"라고 대답할 때는 토지 계약금 정도만 가진 - 물론 그것도 개인의 관점에서는 엄청난 액수이겠습니다만 - 개인 시행자가 시행 사업에 도전하는 것은, 추가 자금 투입 여력 외에도 전문성의 결여, 네트워크의 결여 등 많은 난점이 있습니다. 그렇게 시행에 접근한 아주 많은 분들이 (제 주위에서만 해도) 엄청난 고통을 겪고 계십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시행 사업에 진입하는 허들이 어느 정도는 높게 형성되는 것에 사회적 순기능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는 않을 수도 있다"고 말씀 드릴 때에는,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의 기능을 신뢰한다는 관점이 존재합니다. 즉, 보다 두터운 자기자본이 요구된다는 것에는 여러가지 층위가 있습니다. 사례로 삼은 성남 금토지구 토지를 활용한 프로젝트만 해도, 제가 검토할 때는 보통주로는 200억원을 충당하고 나머지 자기자본은 우선주로 충당하는 것으로 검토했습니다.

만약 시장이 두터운 자기자본을 당연스레 요구하는 쪽으로 움직이게 된다면, 시장의 자금들은 그러한 요구에 발 맞춰, 지금까지와 같이 1+1, 1+1+1 등을 요구하는 소위 에쿼티"성" 자금들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디벨로퍼와 보조를 맞추고 함께 나아가는 진짜 에쿼티 자본들을 형성해 나갈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게 시장이며, 저는 언제나 시장의 힘을 믿는 쪽으로 판단해 왔습니다.

바야흐로 변곡점에 서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업계가 지금의 고통을 딛고서, 보다 진화된, 합리적인 부동산 개발 시장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본 프로젝트 입찰 결과에 대해서는 이후 몇몇 기사에서 커버한 바와 같이 몇 가지 설왕설래가 있습니다. 저도 해당 기사를 읽은 바 있습니다만, 검증되지 않은 사실에 대해서는 최대한 말을 아끼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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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디벨로퍼 김영철

포어모스트자산운용 대표이사. 낭만 디벨로퍼이자 다정한 금융가, 명랑한 스타트업 경영자로 스스로를 정의합니다. 블로그 게시 내용 중 부동산 개발 관련 글을 모아 딜북뉴스 독자분들과 공유합니다. 메신저 서비스인 슬랙(Slack)을 기반으로 부동산 커뮤니티 '레인(Rein)'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메일: eric.youngcheol.kim@gmail.com 커뮤니타: https://join.slack.com/t/reinetwork-hq/shared_invite/zt-285z4g8px-ks6NYuyycyAN14ySN3m0u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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