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우리 해외 수주국가 1위 된 이유
그 동안 우리 해외건설의 수주 텃밭은 중동시장이었다. 지난해에도 사우디에서의 아미랄 석유화학플랜트(50억8000만달러), 자푸라 가스플랜트(23억7000만달러) 등 메가프로젝트 수주가 중동에서 잇따랐다.
그런데 지난해 수주 집계에서 큰 변화가 생겼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100억달러를 수주해 작년 한해 수주(333억달러)의 30%를 차지한 것이다. 지난 1965년 수주 집계 이래 미국이 국가별 수주 1위를 한 것은 처음이다.
미국 수주액은 지난 2020년 2억9000만달러에서 2021년 9억4000만달러, 2022년 34억6000만달러 등 급격히 불어나고 있다. 선진시장인 미국에서는 기존 수행 실적을 엄격히 요구하고, 인력 고용·하도급 등 제도가 복잡해 해외 건설업계가 진출하기 까다로운 것으로 유명하다. 그렇다면 미국이 어떻게 우리의 수주국 1위가 됐을까.
우리 제조사 미국 공장 증가에 따른 발주 증가
우선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라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등 우리 제조업체의 미국 내 생산공장 건설 증가가 크게 기여했다. 삼성 LG 현대차 SK온 등 대기업 제조업체들이 미국에 공장을 지으면서 국내 관련 건설사에 공장 건설을 발주한 것이다. 이런 영향은 건축 공종의 비중이 2022년 27.9%에서 2023년 36.5%로 확대된 것에서도 확인된다.
미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미국 주에서 제조업체에 세제 혜택 차원에서 제공하는 AMP크레디트(Advanced Manufacturing Production Credit)가 공장 유치를 촉진했다. 기업이 해당하는 업종에서 생산 라인을 현대화하거나 향상하는데 데 지출한 금액에 세액 공제를 제공한다. 미국에서 세금혜택을 받아 공장을 지어 제품을 판매해 수익을 얻거나 직접적인 혜택 향유가 가능한 점이 우리 기업의 생산시설 발주를 부추긴 것이다.
태양광발전· BESS 수주도 늘어
태양광 발전과 밧데리에너지저장시설(BESS) 프로젝트 수주가 늘어난 것도 미국을 수주 1위국으로 만들었다. 이 역시 IRA에 따른 투자세액공제(Investment Tax Credit, ITC)제도가 큰 영향을 미쳤다.
ITC는 주로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제공된다. 해당 에너지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경우 건설 및 설치 비용의 일부를 연방 세금에서 공제할 수 있다.
지난해 SK에코플랜트 등이 수주한 5억달러 규모 미국 텍사스 콘초(Concho) 태양광 발전사업이 ITC에 의해 촉진된 대표적 사업이다. 350MW급 태양광발전을 1년 5개월 동안 건설해 35년 운영 하는 프로젝트다. 국내 플랜트인프라스마트시티(PIS)펀드의 자펀드가 8000만달러를 조성해 투자하는 투자개발형 사업이다.
'미국 텍사스 러넬스(Runnels) BESS 건설 및 운영 프로젝트'도 세금 혜택을 겨냥한 사업이다. 남부발전과 LS일렉트릭이 참여한 이 사업의 총 사업비는 1억1700만달러며 시공 수주액은 1억300만달러다. 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가 5000만달러를 지분 투자한다.
GE, 구글, JP모건 등 세금 인센티브를 얻을 수 있는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금융 기관이나 기업이 많은 것도 미국 사업의 장점이다. 이들 '세금 자본 투자자(Tax equity investor)'는 주로 재생 에너지, 저렴한 주택과 같은 산업에서 투자한다. 이 경우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정부 인센티브를 제공받는다.
KIND 관계자는 "미국에서 태양광, BESS 추진시 세금자본 투자자가 총 사업비의 약 40%를 투자한다"면서 "이 경우 우리기업이나 투자자 입장에서 60%만 조달하면 사업이 가능해 자기자본 투자 및 대출부담이 크게 줄어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