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KR, 한국 운용사명 함구하고 설립인가 밟는 이유
글로벌 투자회사 KKR이 한국 자산운용사 설립을 본격화한 가운데 운용사명을 비밀에 부치고 있어 주목된다. 애초 계획한 운용사명을 최근 다른 운용사가 먼저 사용하는 것으로 확인돼 새로운 운용사명 노출을 피하는 데 극도의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16일 운용업계에 따르면 KKR은 최근 금융당국으로부터 한국 운용사 설립 인가를 받는 절차를 마무리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인가 이후 회사 설립 및 조직 구성에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창립 멤버로 이지스자산운용의 신준호 밸류애드투자파트장(상무)과 팀원 등 2명을 영입하기로 해서다.
팀원은 현재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운용사 설립 인가 절차 실무를 지원하고 있고, 신 상무는 아직 이지스운용에 남아 업무 인수인계를 하고 있다. 신 상무는 이번에 설립할 운용사의 초대 대표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지스운용에서 오피스 코어, 밸류애드부터 개발 및 분양까지 전 분야를 수행했고, KKR과 다수의 합작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신뢰를 쌓아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토문건축과 CBRE코리아, 키움투자자산운용을 거친 그는 여의도 씨티플라자밸류애드 투자, 여의도 오투타워 밸류애드 투자, 남산스퀘어 밸류애드 투자 등을 단행했다.
KKR은 당초 이지스운용과의 합작 형태로 국내 운용업에 진출하려 했으나 금융감독원의 이지스운용 감독 이슈가 불거지면서 합작법인 계획은 무산됐다. 이에 당초 합작 법인에 참여하기로 했던 이지스운용 직원들이 나와 KKR의 단독 운용법인에 합류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이다.
새로운 운용사명은 철저한 함구에 부치고 있다. 당초에는 볼트자산운용으로 잠정 결정했고, 이 이름이 외부에 알려지기도 했다. 그런데 이 이름은 이미 다른 운용사가 사용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벤처캐피탈업계에 따르면 파운트자산운용이 지난 6월 3일 볼트자산운용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정식 설립 이전에 사명 관련 해프닝을 겪은 KKR 측은 주변 사람에도 알려주지 않은 채 운용사명을 고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KR의 한국 운용사 설립은 아시아시장 확대 전략의 일환이다. 한국은 지난 10년간 KKR의 아시아 부동산 포트폴리오전략의 초석 역할을 해왔다. 올 3월에는 싱가포르기업 위브리빙과 공동으로 벤처를 설립해 국내 도시형 임대주택시장에 진출하기도 했다. KKR은 원래 사모펀드 레버리지바이아웃(LBO)사업으로 성장했지만 이 분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부동산과 인프라, 아시아 지역에서 신성장엔진을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