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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수요를 억제하면 집값이 잡힐까

김갑진
- 9분 걸림 -
게티이미지뱅크

지난 기고에서 주택 가격이 오르는 시기에 가격을 잡기 위해 늘 따라붙는 이른바 '공급확대론'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적어도 2010년대 이후 서울과 수도권의 주택시장에서 공급확대로 가격을 안정화시키는 일은 쉽지 않은 것을 확인했습니다.  신규주택과 기존주택의 공급이 늘어나도 집값은 오히려 계속 오르거나, 반대로 공급이 줄어들었음에도 집값은 하락했습니다.

신규주택 공급은 주택건설에 소요되는 2~3년 이전에 결정된 일입니다. 주택경기 사이클에 의해 그 2~3년 전에 내려진 결정이 실제 입주 시점에 당초의 주택가격을 유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2~3년 이후의 시장은 공급요인을 포함한 당시의 거시환경, 소득수준, 부동산 대출·세제, 정부정책 등 유효수요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변수에 의해 종합적인 영향을 더 많이 받습니다.

반면 기존주택의 공급은 당시의 가격수준, 그리고 그 가격이 형성된 이력 등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일반적으로 가격이 오를 것이라 예상한다면 매도량은 늘어납니다. 가격 하락을 예상한다면 매도량은 줄어듭니다. 그러나 이 또한 단순히 현재의 가격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거시적으로 수렴되는 가격추세가 하락세라도 가격의 등락 과정에서 이익기대 수준이 저마다 다르기에 매도량은 늘어날 수 있으며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합니다. 역대 최고가를 기록한 후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한 2021년 하반기 ~ 2022년 상반기 사이 매도량이 급증했던 경우가 이 예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서울과 수도권의 경우 만성적인 초과수요를 해소할 정도의 공급이 아니면 ‘공급확대-가격하락’이라는 경제원리가 실현되기 어려운 것이 우리 현실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과연 어느 정도의 물량 공급이 주택 가격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수준인지 여전히 단언하기 어렵습니다.

이 어려움은 수요-공급 두 가지 모두의 영향을 받습니다. 먼저 공급의 경우 부족 물량을 파악했어도 그 물량을 일시에 생산할 자원이 부족합니다. 수요의 경우 수급균형인 ‘1가구-1주택 이상 보유’를 가정하더라도 ‘주택이 필요한 가구와 주택을 구매할 수 있는 가구’ 간 괴리로 인해 적정 수요량을 산출하기 어렵습니다.

이번 기고에서는 수급균형 물량이 갖는 이러한 제약을 포함해 주택 수요와 가격의 관계를 살펴보겠습니다. 공급확대로 가격을 잡지 못한다면 수요억제로 가격을 잡을 수 있을까요? 이같은 질문은 논리적으로 충분히 고민해 볼 만한 과제입니다. 먼저 수요억제 정책의 타당성을 살피기 전에 주택의 적정 수요량, 수요와 가격의 특성을 확인해 보겠습니다.

주택 수요의 적정량은 얼마인가

한 나라에서 주택 수요의 적정량을 추정할 수 있는 지표는 인구, 가구와 같은 잠재 수요층을 확인하는 것부터 출발합니다. <표1>에서 보는 것처럼 2022년 말 기준 주택재고는 서울과 수도권의 경우 잠재수요라 할 수 있는 가구수에 비해 여전히 부족하며 그 증가속도 또한 가구증가율에 비해 느린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종합하면 서울과 수도권의 경우 수요(가구)가 공급(주택)을 압도함으로써 여전히 가격상승 압력이 크다는 점을 쉽게 추정할 수 있습니다.


시장의 현실은 유효수요로 형성됩니다. 우리나라 가구의 자가보유율은 대체로 57% 내외입니다.(2022년 기준 56.2%; 약 1223.2만 가구) 주택보유가구 중 약 26%인 315.4만 가구는 주택을 2채 이상 보유하고 있습니다. 주택을 한 채도 보유하지 못한 가구가 954.1만 가구입니다. 결국 현실적인 주택 수요량은 주택을 보유하지 못한 이 954만 가구의 주택 구매력과 주택을 이미 보유한 가구의 다주택 구매력의 결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효수요와 가격의 관계

주택수요의 경우 어느 특정 시점이나 기간에 공급처럼 사전적으로 확정된 데이터를 찾기 어렵습니다. ‘집을 사겠다’는 의지와 수량을 확인할 공개적, 종합적, 사전적인 데이터가 없는 상황에서 결국 팔겠다는 사람과 성사된 거래를 통해 사후적으로 수요를 확인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림1>에서 보는 것처럼 유효수요를 대별하는 거래량과 가격의 관계는 전형적인 수요-가격 원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즉, 거래량(수요량)이 늘면 가격은 상승하고, 거래량이 줄 때 가격은 하락하는 경향을 볼 수 있습니다.

유효수요를 조절하는 정책은 늘 실패하는가

수요억제를 통한 가격안정화 정책은 지난날 1기 신도시 공급으로 집값을 잡았던 경험만큼이나 우리에게 강한 실패의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2014년 이후 가격 상승기에 문재인 정부는 스무 차례 이상 부동산 대책을 내면서 그때마다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이를테면 ‘전 재산이 집 한 채인데 과도한 세금을 매긴다’거나, ‘집 소유 욕망을 억제하는 가운데 집값은 더욱 천정부지로 올려버렸다’는 것이었습니다.

비판의 이유는 대출규제, 세제규제, 지역(거래)규제 등을 수단으로 ‘수요억제’에 초점을 맞추어, 결과적으로 그 정책 목표였던 가격안정화도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강한 실패의 기억에도 이런 정책을 폐기하기는 어렵습니다. 만약 집에 대한 수요가 수요자 개별 요인을 넘어 거시적, 심리적 요인에 의해 좌우되고 그에 따라 가격이 급등락하는 것이라면 주택의 내재적 가치로부터 괴리된 가격은 수요조정으로 정상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거품이 꺼질 때 뒤따르는 고통’은 수요억제에 의해 사전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는 점을 역사는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제 수요조절을 통한 가격조정에 대해 정면으로 응시할 때입니다. 결국 유효수요는 집 구매가 향후 이익이 될 것이라는 기대 심리부터 조절됩니다. 주택을 통한 기대이익이 다른 자산보다 크다고 판단하는 한 유효수요는 지속적으로 창출되며, 이는 가격을 올리게 됩니다.

그래서 다시 이번 기고의 근원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만성적인 초과수요 상태인 서울과 수도권의 집값은 과연 계속 올라야 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옳은 것인가요? 수요와 공급의 균형으로 결정되는 가격을 윤리적으로 재단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재화의 내재가치 등을 고려한 가격 수준의 타당성은 충분히 논의될 수 있습니다. 그 타당성은 장기균형가격과 현실가격의 괴리, 전세가율(내재가치 비중)의 변동성 등 주택자산의 거품여부를 판단하는 방법으로 논의 될 수 있습니다.

가격이 오를 때 유효수요를 억제해 가격을 잡고자 노력하는 것은 기대이익을 향유하려는 자에게는 인위적 시장개입이고 실수요자에게 소유본능을 억제하는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회 전체적으로 자원의 쏠림(집중)을 억제해 경제효율을 증대하는 것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 정부의 주택가격 지지(支持) 정책이야말로 ‘보이지 않는 인위적 개입’이 아닌가 합니다. 당위적 미래를 외면한 현실 안주는 결국 한국 사회의 부동산 종속을 더욱 심화시켜 우리 경제에 감당하기 어려운 짐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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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진

보증기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건설경제의 어제와 오늘(우리가 사는 집과 도시)' 저자입니다. 아주대 겸임 교수를 겸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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