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사업장에 물린 2금융권, 분양 침체에 정부PF지원 소외 '이중고'
✅울산 소재 주상복합 개발사업을 진행하는 한 시행사는 지난 2월 브릿지론의 1년 만기 연장에 가까스로 성공했다. 대출기관이 올인(all in) 기준 금리를 16%에서 12%로 낮추고 이자 4% 마저 후취하는 조건을 받아들였다. 사업장을 살리기 위해 양보한 것이다.
어렵게 대출 연장을 했으나 분양시장 침체와 사업비 증가로 분양을 진행해야할 지 고민에 빠졌다. 시행사는 고육지책으로 임대 전환 가능성을 알아보고 있다. 그러나 금융사들은 개발사업을 완료해 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지 불안해하는 실정이다.
✅반면 평택의 한 주상복합 개발사업 브릿지론에 투자한 금융사들은 두차례 만기 연장 끝에 최근 대출금을 전액 상환받았다. 사업성을 높게 본 주택금융공사가 ' PF장기대출전환 특례보증'을 승인했고 그 결과 지난 6월 본PF대츨 전환이 완료됐기 때문이다. 6월 말 은행들의 PF대주단 구성과 약정·기표로 브릿지론 대주단은 엑시트할 수 있었다.
지방 사업장의 브릿지론에 참여한 2금융권(증권사·캐피탈·저축은행)이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지방의 상당수 브릿지론 사업장은 대출 연장에 연장을 거듭하면서 시장 상황이 나아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분양시장 침체 장기화로 본PF 전환이 지연되는데다 정부의 PF지원책이 서울·수도권으로 쏠리면서 자금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방사업장 분양 부진에 본PF 전환 지연
실제 서울 등 일부 단지는 청약 수요가 대거 몰리는 반면 지방은 분양가와 입지에 따라 청약 결과가 극명하게 갈리며 양극화 현상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부동산R114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공개된 청약 결과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올 들어 지금까지 분양된 64개 지방 단지 중 64%인 42곳이 모집 가구 수를 채우지 못했다.
부산의 경우 10개 분양 단지 중 4곳은 1순위에서 마감됐지만 6개 단지는 청약 미달했다. 전국적으로는 총 123개 분양 단지 가운데 56개 단지는 마감됐고, 54%인 67개 단지는 미달했다.
미달 단지가 전체의 절반 이상인 셈이다. 2금융권은 지방의 수요 회복이 지연되고 부동산 가격이 추가 하락할 경우 2금융권의 PF대출 건전성 이슈가 다시 대두될 것으로 우려한다.
반면 서울 아파트 분양시장은 올해 들어 청약불패를 이어가고 있다. 총 15개 단지가 분양된 가운데 강북구 한 곳만 순위 내 청약에서 미달하고 14개 단지는 모두 청약이 마감됐다. 서울 청약 경쟁률도 2분기 평균 49.5대 1에서 3분기 들어 103.1대 1로 상승했다. 지방 시장의 회복이 더딘 것과 달리 수도권 시장 분양수요는 빠르게 회복하면서 수도권 개발사업에 참여한 금융사들은 정상적인 엑시트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정부PF지원, 수도권에 쏠려 시장과 엇박자
문제는 정부의 PF지원책 마저 수도권에 쏠리고 있다는 점이다. 지방 사업장에 물린 금융사들은 부실 우려와 경착륙을 걱정하고 있지만 정부 자금 지원은 '그림의 떡'이라고 지적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주택금융공사 등이 올들어 3조원으로 확대한 PF보증은 사업성이 있는 수도권 사업장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다 다음달 가동되는 1조원 규모 자산관리공사(캠코)PF사업장 지원펀드도 수도권 브릿지론 중심으로 지원될 예정이다. 정부 지원이 되레 수도권과 지방 시장의 양극화를 부채질하고 있는 것이다.
캐피탈사의 한 임원은 "서울과 수도권 부동산은 정부 지원 없이도 팔리고 있다"면서 "지방 부동산에 대한 배려가 미흡해 지방PF에 참여한 캐피탈사들이 모두 힘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나이스신용평가 분석에 따르면 2금융권의 PF대출 익스포저 중 수도권 아파트의 비중은 15.3%에 불과하다. 브릿지론 사업장 중 수도권 아파트의 비중은 12.1%로 더 낮다. 반면 PF대출 주거 시설 중 지방 아파트와 기타 주거시설(주상복합, 연립주택)의 비중이 각각 15.7%, 15.6%로 높다.
부동산PF가 비수도권 주거시설과 투자용 부동산에 쏠린 것은 최근 수도권 아파트 수요 회복이 제2금융권 부동산PF 익스포저의 자산건전성 및 회수 가능성을 개선하는 효과가 제한적임을 의미한다고 나이스신평 측은 설명했다.
권신애 나이스신평 책임 연구원은 "최근 일부 시장 수요 반등이 브릿지론의 자산건전성 및 최종적인 회수 가능성을 개선하는 효과는 매우 제한적이다"면서 "수도권 아파트 시장 수요는 회복되는 반면 그외 시장 수요는 부진한 상황에서 기존 정부 정책이 지속될 경우 수도권 아파트값만 상승하고 그 외 시장 부진은 지속되는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지방 PF사업장 맞춤형 지원 여부 논란 가열
2금융권은 부동산PF시장을 살리기 위한 정부 정책 효과를 높이려면 서울·수도권 사업장 정상화는 민간 자율의 부실채권(NPL)펀드에 맡기고 캠코지원 PF펀드는 지방을 공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캐피탈사 관계자는 " 유동성이 풍부한 지역에 정부 지원자금을 쏟아붓기보다는 핀셋 형태로 어려운 지방 사업장을 지원해야 유동성 지원의 선순화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캠코 펀드가 정부 자금을 출자받았다고 해서 손실을 보면서까지 부실 사업장을 지원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한 금융지주 계열 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완화했지만 가격 메리트가 있는 수도권 시장 위주로 매수 수요가 살아난 상황"이라면서 "원가를 낮춰 할인 분양하는 등의 자구노력 없이 리스크가 크고 부실화 가능성이 높은 사업장에 정부 지원책이 집중되는 것은 시행사들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