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美부동산에 꽂힌 국내 투자자들...투자에 호의적인 배경은?
미국 상업용 부동산을 매입하는 국내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지정학적 불안정성으로 부동산 투자자들이 거센 위협에 직면한 가운데 '안전한 자본 피난처'로서 미국 상업용 부동산의 매력이 점점 높아지고 있어서다.
15일 금융투자(IB) 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의 미국 부동산 투자 자회사는 지난달 샌프란시스코 유니언스퀘어에 위치한 '300그랜트' 건물을 2162억원(1억5500만 달러)에 매입했다.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은 미국 소재 오피스 빌딩 2개를 담은 '하나글로벌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하나글로벌리츠)' 영업인가 신청서를 최근 국토교통부에 제출했다. 이 리츠는 미국 보스톤 소재 '콩그레스 스퀘어 오피스 타워(Congress Square Office Tower)'와 뉴저지 소재 '뉴저지 70 허드슨'에 투자했다.
하나대체투자운용은 KTB자산운용과 함께 올초 콩그레스 스퀘어 오피스타워를 매입했다. 또한 올해 2월 미국 비전프로퍼티스(Vision Properties)와 함께 뉴저지 70 허드슨 빌딩을 사들였다.
신한리츠운용은 미국 부동산펀드에 투자하는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기초 자산은 북미 지역의 400개 부동산으로 세계 유수의 자산운용사들이 운용하는 펀드의 지분을 사는 구조(재간접)로 설계했다.
이밖에 인마크리츠운용은 정부기관이 임차한 워싱턴 DC 소재 빌딩을 인마크글로벌프라임리츠 초기 자산으로 담았다.
미국 부동산에 베팅하는 외국 투자자는 우리 뿐 아니다. 최근 미국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2년 2분기 대미국 부동산 투자액이 65억 달러로 전년 2분기 대비 16% 증가했다.
올해 초 미국내 외국인부동산투자자협회(AFIRE)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6%가 올 한해 미국 투자를 늘릴 계획이라고 답했다. 82%는 향후 10년 내에 미국 상업용 부동산 보유자산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미국 부동산 투자시장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는 기존 미국의 주요 관문도시와 도시 핵심권에서 벗어나 2차 및 3차 지역까지 사들이고 있다.
최근 딜로이트는 샬럿, 덴버, 내슈빌과 함께 오스틴과 댈러스-포트워스를 포함한 선벨트 도시들이 부분적으로 낮은 세금 혜택 때문에 더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른 관심 지역으로는 애틀랜타, 피닉스, 시애틀이 있다.
딜로이트 보고서는 미국의 주요 관문도시가 외국인 투자의 27%만 유치했으며 나머지 자본은 나머지 그 외 1차 위치와 2차 및 3차 시장으로 유입됐다고설명했다. AFIRE 설문 응답자의 71%는 향후 몇 년 동안 미국 2차 시장에서의 지분을 늘릴 것이라고 보고했다.
사실 미국의 부동산 투자가 생각만큼 순탄하지 않다. 미국 달러 가치가 상승하고 원화 가치가 떨어지고 있어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부동산 매입에 더 많은 돈을 투입해야 한다. 환헤지 가격도 많이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한국을 포함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미국 상업용 부동산을 주시하는 이유는 뭘까.
우선 미국 시장의 경제적 안정성에 있다. 미국 역시 여러 가지 경제적 도전에 직면했지만, 일자리와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어 해외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영국 어코드그룹에 따르면 영국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중국의 봉쇄 여파로 경제 성장 지연을 맞고 있는데다 브렉시트와 계속 씨름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많은 유럽 국가에 국내총생산(GDP) 위축을 불러일으켰다.
이를 감안하면 미국은 갈등이 많은 지역에 대한 지리적 노출이 덜 심하다. 경기 침체기에 미국의 많은 부동산 자산 유형이 잘 견뎌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현재의 글로벌 침체는 기회를 제공한다.
일관된 투자수익률과 미국 통화 강세도 장점이다. 유럽과 아시아 일부 지역의 부동산과 비교할 때, 미국 상업용 부동산은 더 높은 수익률과 더 안정적인 현금 흐름의 잠재력을 제공한다.
미국 부동산은 스케일과 유동성, 유연성으로 유명하다. 때문에 투자자들이 미국 외 다른 곳에 자본을 투자하기로 결정하면 그에 따라 미국 부동산을 팔고 전략을 쉽게 바꿀 수 있다. 게다가 미국 달러는 국제 통화 변동 속에서 어느 정도의 안정성을 제공한다. 달러는 세계 기축 통화다. 이는 미국 부동산을 살 때 통화 위험성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투자 포트폴리오의 다양성도 매력이다. 미국은 각기 다른 부동산 시장과 다양한 상업용 부동산 상품을 가진 나라다. 다양한 시장과 자산 유형은 리스크 관리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다양한 수익 목표와 투자전략을 충족할 수 있다.
강력한 법치주의 시행과 거래 투명성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인정하는 미국 부동산의 이점이다. 미국은 강력한 법치주의 전통을 가지고 있어, 다른 나라에서는 불가능할 수 있는 법적 보호를 제공한다. 상업용 부동산 거래는 뇌물과 같은 숨겨진 이슈나 불법 가능성 없이 공정하고 윤리적으로 수행된다.
부동산 정보업체 JLL이 발표한 2022년 기준 세계 부동산 투명성 지수에 따르면 미국은 99개 국가 중 두번째로 가장 투명한 시장이다. 이는 명확한 정보와 공개된 내용에 의존할 수 있다는 뜻이므로 외국인 투자자에 거래 종결 관련 신뢰를 준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 변동성, 지정학적 갈등, 인플레이션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투자 피난처로서 미국 부동산을 우호적으로 보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경제 불안에서 가장 눈에 띄게 회복할 수 있는 미국의 전반적인 능력을 감안할 때 앞으로도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상업용 부동산 사냥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