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다각화 나선 맥쿼리인프라, GTX-B·C 및 하남데이터센터 투자 검토
국내 유일한 상장 인프라펀드인 맥쿼리인프라가 공격적인 투자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섰다. 이지스아시아가 지난 3월 준공한 하남 데이터센터 인수 협상부터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B와 C노선의 후순위·지분 투자를 동시에 검토하고 있다. 현금흐름이 우수한 자산을 담아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한편 하반기 상장 예정인 KB발해인프라펀드와 차별성을 부각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GTX 펀딩 갭 해결사로 등장한 맥쿼리인프라
23일 인프라금융계에 따르면 맥쿼리인프라가 대규모 자금을 찾는 철도와 데이터센터 딜의 해결사로 등장했다.
우선 2분기 중 금융시장에서 PF모집에 들어간 GTX C와 B에 대해 동시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민간자금 조달 3조5000억원 규모의 GTX C사업의 경우 지분 40% 내외 인수와 후순위 대출 투자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뒤이어 금융을 조달할 3조4000억원 규모 GTX B사업도 30~40% 지분 인수와 후순위 대출 투자를 예상한다.
두 사업은 3분기 금융 종결을 앞두고 있는데 맥쿼리가 투자를 단행할 경우 파이낸싱이 쉬워진다. 두 사업의 선순위 대출에는 신용보증기금의 대출보증과 해지시 지급금이 있어 파이낸싱이 비교적 쉽다. 그러나 리스크가 따르는 지분과 후순위 투자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주선금융기관 측이 잔여금액을 인수해야 딜이 종결될 수 있다.
앞서 맥쿼리인프라는 지난해 하반기에도 동부간선도로 지하화사업(투자법인 동서울지하도로) 총 사업비 1조2847억원 중 8%인 총 2148억원(지분과 후순위 대출 합계)을 투자 약정했다. 맥쿼리인프라가 이 사업 40% 지분을 보유한 최대 출자자가 되면서 PF금융을 클로징하는 데 해결사 노릇을 했다.
통상 맥쿼리는 33% 이상 지분을 투자하는 것을 선호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맥쿼리는 경영 견제를 위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33% 이상 지분을 원한다"면서 "이 정도 지분을 확보해야 정관 변경 또는 이사·감사의 해임 등의 특별결의안을 저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맥쿼리인프라는 두 철도 사업에 투자함으로써 시가배당률(지난해 기준 6.2%)이상의 높은 수익을 기대한다. 맥쿼리가 집중 투자하는 후순위대출 수익률은 건설기간 기준 9%로 선순위대출(5%)에 비해 높다. 특히 5.6년의 철도 건설기간 중에는 운영수요와 관계 없이 안정적인 이자를 지급받는 게 민자사업 장점이다.
하남데이터센터 인수 검토해 신규 자산 편입
맥쿼리인프라는 아울러 이지스운용의 싱가포르 법인인 이지스아시아가 준공한 40MW급 IT용량의 하남데이터센터의 인수 우선협상을 벌이고 있다.
맥쿼리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눈독을 들인 데이터센터 자산이다. 카카오가 면적의 92%를 임차하며 kw당 계약한 임대료는 국내 최고 수준인 20만원으로 알려졌다. 전체 센터의 관리·운영은 LG CNS가 맡는다. 삼성물산이 시공했다.
맥쿼리인프라가 이 데이터센터 인수 관련 최종 의사결정을 내릴 경우 인수 방식은 그간 했던 방식대로 후순위대출 및 주식 매입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이지스아시아는 준공에 맞춰 지난해 하반기부터 셰어딜(Share deal) 방식으로 매각을 추진해왔다. 하남 데이터센터 펀드(한국데이터센터개발펀드 1호)의 지분(수익증권) 약 60%를 보유한 미국 타운센드그룹(Townsend Group)이 자신의 지분을 매각하는 형태다. 매수자 부담을 낮추기 위해 지난 3월 준공 이후 본PF에서 4000억원의 담보대출로 전환했다.
이경자 삼성증권 대체투자팀장은 "인수 여부나 구체적 인수 구조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 맥쿼리인프라 배당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은 추정하기 어려우나 역사적으로 신규 자산 편입시 기존 포트폴리오의 배당수익률 6%내외에서 이뤄졌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배당 수치적인 영향보다, 데이터센터는 가장 각광받는 인프라자산이라는 점에서 맥쿼리인프라가 해당 자산 인수 시 성장성과 주가 측면에서 긍정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세적 포트폴리오 투자로 나선 배경은
맥쿼리인프라가 최근 신규 자산 인수에 공격적으로 나선데는 현금 흐름이 좋은 자산을 통해 수익률을 높이고 주가도 부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맥쿼리인프라는 19개 인프라사업에 총 2조7000억원을 투자 중이며, 투자 형태는 주식(33%), 후순위 대출(66%), 선순위 대출(1%)로 구성됐다. 유료도로가 전체의 65%로 가장 많고 도시가스 22%, 항만 10%, 철도 3%다.
2010년까지는 유료도로에만 투자했으나 2011년 부산 항만에 이어 철도(동북선), 에너지(도시가스 3개사)에 투자하며 투자자산을 넓혔다. 그러나 항만이나 두시가스사업에서는 경기둔화 등으로 아직 이렇다 할 재미를 거두지는 못했다. 더욱이 핵심자산인 도로의 경우 정부가 수입을 보장하는 MRG 기간 만료가 종료됐거나 임박한 자산이 늘고 있는데다 도로는 실시협약(운영)기간이 정해져 있어 지속 가능한 자산(영속)으로의 다변화가 시급한 시기다.
금융사 관계자는 "맥쿼리인프라는 안정적 배당을 지속적으로 창출할 수 있는 확장성이 중요하다"면서 "도시가스회사에 이어 신성장 인프라인 데이터센터와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GTX 등을 발굴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하반기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KB자산운용의 발해인프라펀드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발해인프라펀드도 상장을 계기로 신주 발행과 차입을 거쳐 실탄을 마련한 뒤 새로운 인프라자산 투자에 나설 예정이어서 인프라펀드 선두주자 지위를 굳히기 위해 다양한 신규투자처를 발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규자산 인수에 따른 자금 부담은 없나
맥쿼리인프라는 보유현금과 차입, 유상증자 등을 통해 신성장 자산에 투자할 계획이다. GTX B나 C의 경우 투자약정을 하고 필요할 때마다 캐피탈콜 방식으로 집행되기 때문에 당장의 자금조달 규모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투자약정이란 향후 투자를 위해 확약한 것으로 곧바로 투자가 집행되지 않는다. 데이터센터 자산 편입시에도 그간 유상증자 규모가 시가총액의 5%를 넘지 않았다는 점에서 자금 조달의 부담도 크지 않을 것이란 게 이경자 삼성증권 팀장의 설명이다.
민간투자법상 맥쿼리인프라의 차입금은 자본금의 30%로 제한되며, 3월말 차입 약정액 8422억원 중 차입 잔액은 4680억원으로 차입 여력이 있다. 맥쿼리인프라는 지난해 대전 기반 도시가스기업인 씨엔씨티에너지를 1867억원에 인수하면서 보유 현금 및 미사용 차입여력을 활용했다. 또한 지난해 3610억원의 유상증자를 포함해 4차례 유상증자를 하면서 다양한 신규투자 자금으로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