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지연 브릿지론 사업장, '차입형 토지신탁' 활용해 본PF 전환
장기간 사업 지연으로 여려움을 겪는 브릿지론 사업장들이 '차입형(혼합형) 토지신탁' 지원에 힘입어 속속 본PF 전환에 성공하고 있다. 지난달 안동 용상동 공동주택과 분당 오리역 오피스 개발사업 등이 부동산신탁사의 신탁계정대 참여를 앞세워 PF대출을 실행받았다.
6일 개발업계에 따르면 시행사 엠피엘디엔씨는 경북 안동 용상동 공동주택 개발사업을 위해 지난달 대주단과 290한도의 PF대출약정을 맺었다. 선순위 220억원, 중순위 30억원, 후순위 30억원이 일시 실행됐다.
PF대출과 한국토지신탁의 신탁계정대도 참여하는 혼합형 토지신탁 방식이다. 일시 실행된 PF대출과 달리 신탁계정대는 건축비 등 사업비가 필요할 때마다 수시 인출된다. 이 사업은 공사비 및 금융비용 급등과 부동산PF시장 악화에 따라 본PF 진행이 지연돼 여러 차례 브릿지대출을 연장하는 등 어려움을 겪어 왔다. 그러던 중 한토신과 협력으로 정상화 수순을 밟게 됐다. 이 프로젝트는 용상동 488번지 일대에 지하 2층 지상 26층 9개동 공동주택 548세대를 짓는 사업이다. 시공은 코오롱글로벌이 맡는다.
한토신 관계자는 "사업성 개선과 안정적 자금조달 노하우를 발휘해 이해관계자간 조율을 이끌어내 본PF전환을 성공시켰다"면서 " 한토신 참여로 사업성 확보는 물론, 강변 조망을 갖추고 있어 분양성 또한 증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메테우스자산운용도 지난달 말 경기 성남 분당 오리역 오피스(옛 네오위즈타워) 개발사업을 위해 1030억원의 본PF금융을 조달했다. 대신자산신탁의 신탁계정대와 일반 PF대출을 섞은 '혼합형(하이브리드) 토지신탁'으로 자금을 확보했다. 즉 대출금은 대신신탁의 신탁계정대 한도대여 350억원 한도, 선순위대출 430억원, 후순위대출 250억원으로 이뤄졌다.
이로써 메테우스운용은 지난 2022년 6월 메테우스밸류애드PFV제3차를 설립한지 2년4개월만에 착공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대상 사업은 분당구 구미동 192-3번지 일대에 지하 4층 지상 10층 연면적 2만1600㎡ 규모 업무시설 및 근린생활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브릿지론 장기 지연 사업장, 혼합형 신탁 검토
지방의 장기 지연 사업장을 중심으로 시행사들이 차입형이나 혼합형(하이브리드) 토지신탁 문을 두드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혼합형 토지신탁은 토지 브릿지론 상환용 PF대출금에다 신탁계정 대여를 혼합한 토지신탁 상품을 말한다. 토지대 등 필수사업비 정도로 PF금융 조달을 최소화한 뒤 분양대금으로 공사비를 충당하는데 만약 분양이 저조해 추가 사업비가 필요할 경우 신탁사의 신탁계정대가 투입된다. 즉 분양 추이에 따라 공사비 등 사업 자금이 부족할 경우 신탁사의 신탁계정대가 투입되는 조건이다.
신탁사 계정대는 PF대출보다 우선 상환하는 게 원칙이다. 신탁계정대와 PF를 동순위로 하거나 동일비율 상환방식으로도 협의 가능하다. 신탁사들은 자기자본이나 회사채 기업어음 은행 대출을 신탁계정대 재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신탁계정대 금리는 대략 8~9%대다. 혼합형 신탁은 업계가 쓰는 용어여서 통상 차입형 토지신탁으로 같이 불린다.
시행사 관계자는 "땅값과 필수 사업비만 민간PF로 조달하고 나머지는 신탁계정으로 확보하는게 혼합형 개발신탁의 장점"이라며 " 시공사 입장에서도 신탁사가 전체 공사비의 상당 부분을 주기 때문에 대금 회수에 안정적이라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신탁사, 차입형 신탁 기지개
전통적인 차입형 토지신탁 강자인 한토신은 하반기 들어 차입형 수주를 늘리고 있다. 부동산시장 불확실성 속에 지난해 차입형 신탁 수주를 중단했던 것을 올해 하반기 다시 열은 것이다.
지난달 안동 용상동 공동주택 참여 외에 지난 7월 충남 논산 취암동 공동주택 사업에도 신탁계정대를 투입했다. 충남 논산 취암동 139번지 일대 4555㎡ 대지에 지하 3층, 지상 25층 공동주택 7개동, 429세대 및 근린생활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로 시공사는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다.
이밖에 한토신은 경기 평택 청북읍 어연리에 위치한 물류센터 사업장에도 신탁계정대 참여를 최근 결정했다. 이에 따라 어연리 물류센터사업장은 본PF로 전환했다. 회사 관계자는 "대기업 계열사가 물류센터에 임차 예정돼 있어, 준공 후 매각이나 운영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참여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혼합형·차입형 토지신탁 상품에 대한 시행사의 검토 의뢰가 늘고 있지만 부동산신탁사들은 깐깐한 사업성 심사를 들이대고 있다. 신탁사들이 신타계정대로 참여하면 자신들의 재무 리스크가 올라가는 탓에 사업성이 우수한 사업장 중심으로 선별 심사해 자금을 공급한다.
한토신 관계자는 "기존 차입형 신탁 대여 사업장의 입주가 원활해 많이 상환된 반면 지난해 신규 대여 사업은 중단해 신탁계정대 여유가 생겼다"면서 "올해에는 사업장을 골라 참여할 수 있어 선별적으로 심의 통과된 건에 대해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신탁사 관계자도 "사업 초기에 토지계약금을 과잉 투자하거나 땅값이 비싼 서울지역, 사업성이 많이 떨어지는 곳들은 신탁사들이 취급하지 않는다"면서 선별적 투자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