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조달 수요 몰린 리츠·인프라펀드, "북클로징 늦춰달라" 요청
'맥쿼리인프라의 유상증자부터 KB발해인프라펀드의 기업공개(IPO)에다 여러 리츠(부동산투자회사)의 유상증자까지' 4분기 들어 실물자산인 리츠와 인프라펀드의 ECM(주식자본시장) 조달 건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금리가 하향 안정화되는데 맞춰 그동안 미뤘던 자산 편입과 이로 인한 자금 모집에 한꺼번에 나선 까닭이다. 연내 자금 수급이 빡빡해지면서 주관사들은 기관투자자와 지점의 프라이빗뱅커(PB)를 상대로 올해에는 연말 북클로징(장부 마감)을 늦춰달라고 요청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인프라펀드업계에서는 이달 중 맥쿼리인프라가 5000억원을 모집하고, 이어 KB자산운용의 발해인프라펀드가 상장을 위해 2000억원의 청약에 나선다.
맥쿼리인프라의 구주주 대상 유상증자 청약은 오는 7~8일, 일반공모 청약은 11~14일에 진행된다. 맥쿼리인프라는 유상증자로 4931억원의 자금을 확보하고 여기에 차입금을 더해 총 6367억원을 신규 조달한다. 경기 하남 데이터센터를 매입하고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민자사업에 투자하기 위해서다.
발해인프라펀드는 이달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뒤 개인 투자자를 상대로 2000억원의 신주 발행 자금을 유치해 다음달 증시에 입성할 방침이다. 상장 대표주관사는 KB증권이다. SOC전용 펀드인 발해인프라펀드는 지난 2006년 국민은행과 국민연금 등 17개 기관투자자들이 총 1조1900억원을 출자해 조성됐다.
리츠들도 한꺼번에 주주 문을 두드리며 대규모 자금조달에 나선다. 신한알파리츠는 GS서초타워와 씨티스퀘어 오피스 편입을 위해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다. 오는 28~29일 기존 주주 대상 유상증자 청약을 진행하며 신주 상장 예정일은 다음달 14일이다.
11월에는 롯데리츠와 한화리츠가 자금조달을 진행한다. 롯데리츠는 11월 4,5일 1674억원 모집 청약을 받는다. 이 역시 주주배정 후 실권주는 11월 7,8일에 일반공모룰 받는다. L7호텔 강남타워를 편입하기 위해서다.
한화리츠는 무려 4730억원을 공모한다. 이날 기준 시가총액 2895억원을 훨씬 뛰어넘는 규모의 유증이다. 장교동 한화빌딩 매입용으로 이미 발행한 전자단기사채(4500억원) 상환하기 위해 대규모 유증에 나섰다고 한다.
구주주 청약일정은 11월 11,12일이며 대표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이다. 이들 외에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한 곳은 △이지스레지던스리츠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 △디앤디플랫폼리츠 등이 있다. 이밖에 이달 영업인가를 신청하는 신세계스타리츠는 연내 KB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3개 증권사에 '총액 인수' 형태로 물량을 매각한 뒤 이들 주간사와 내년 상반기 상장을 위한 공모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IPO를 통한 총 조달금액은 4200억원이다.
이처럼 4분기 리츠·인프라펀드가 동시에 자금조달 문을 두드리면서 주관사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우선 기관과 PB를 상대로 자금 셔터를 일찍 내리지 말아달라고 요청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대개 11월~12월 기관들이 북클로징에 들어가기 때문에 한 두달 내 다수 자금을 모집하기 쉽지 않아서다.
유상증자의 경우 구주주에 기관 참여분도 상당해 이들의 자금 배정 문이 닫히면 곤란해진다. 증권사가 유증물량을 받아 리테일에 파는 경우도 PB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PB들이 내년 실적 목표를 채우기 위해 올해 영업을 조기에 마감하는 사례가 있는데 올해는 자금 수요가 많아 PB들과 물량 수급을 계속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