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3재개발, 강남재건축, 가산동 지산...신한은행의 시간
최근 서울 강남 소재 A재건축조합은 신한은행에 1000억원의 사업비 대출을 급하게 마련해달라고 SOS를 쳤다. 공사비 급등에다 사업 지연에 따른 운영자금 증가, 소송비 부담 탓에 추가 사업자금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것도 후순위 대출을 요구했다. 기존 선순위 대주단이 추가 대주의 동순위 합류를 싫어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단 며칠만에 여러 금융사를 모아 신디케이션을 하기가 물리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해 1000억원의 후순위 모두 당행에서 지원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의 신속한 자금 집행으로 조합은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신한은행이 강남재건축부터 한남3구역재개발, 가산동 지식산업센터까지 시급하게 자금을 요하는 개발사업장에 전방위 지원을 늘리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PF 리스크 완화정책에 부응하고, 어려운 시기에 알짜 사업장에 대해 영업 지배권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에서다.
신한은행은 최근 강남 소재 또 다른 재건축조합에도 1500억원의 사업비를 대출했다. 이번 자금 지원은 기존 선순위 대주단과 동순위 자격이지만 1500억원의 자금을 통 크게 신한은행 자체 자금으로 집행했다.
또한 23일 한남3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한남3구역조합)이 4000억원의 초기사업비 대출을 받았는데, 신한은행이 이 중 1300억원을 집행했다. 시공사인 현대건설의 채무 연대보증으로 발행된 만기 1년짜리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1300억원을 신한은행이 인수한 것이다.
초기 사업비 대출은 본 사업비 대출 이전에 조합의 초기 운영 경비 등으로 쓰이는 자금이다. 한남3구역조합은 상가 분쟁 등에 휘말리고 기존 대출금의 만기가 돌아오면서 초기 사업비 마련이 시급했다고 한다.
신한은행은 향후 본사업비 대출의 금융주간권 확보를 염두에 두고 대규모 초기 자금 대출을 집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남3구역조합은 이르면 연말께 조합원 청산 자금, 철거비용, 공사비 등에 쓰일 본사업비 자금을 일시 또는 분할 조건으로 조달할 예정이다. 사업 규모가 역대급이다 보니 본 사업비는 약 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신한은행은 아울러 만기 도래한 서울 가산동 지식산업센터(지산)의 브릿지론 1500억원을 6개월 연장 지원했다. 전체 브릿지론 규모는 3000억원이며, 대주단은 1금융권, 신협, 새마을금고 등 모두 7곳이다.
대주단 일부는 브릿지론을 연장할 경우 금융비용이 불어나 분양성이 떨어진다며 연장을 거부하고 일시 상환을 요구했다. 공사도급 단가 인상, 금리 상승, 분양가 하락 등 복합 위기에 따른 사업성 악화로 연장보다는 공매가 낫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신한은행의 중재로 가까스로 연장됐다고 한다. 신한은행은 전체 자금의 절반을 지원해 연장하고, 추후 본PF 전환도 주관하기로 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사업 주체와 한배를 탔다고 생각하고 사업장 정상화를 결정했다"면서 "시공사 책임준공 등의 조건을 고려해 본PF로의 전환도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