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운용의 국내 첫 연료전지펀드, 금융해결사 기대감
한화자산운용이 국내 처음 선보인 '수소연료전지발전 전문투자 펀드'가 지지부진한 연료전지 PF금융 조달시장의 해결사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감이 일고 있다. 펀드는 후순위대출에 집중 투자하는 전략을 펼 예정이어서 선순위대출의 상환 안정성을 높여 대주를 모으는데 기여할 수 있어서다.
28일 운용업계에 따르면 한화운용은 지난해 10월 860억원 규모의 '한화클린수소에너지펀드(블라인드펀드)'를 설정했다. 국내에 신재생에너지를 담는 펀드는 다수 설립됐으나 연료전지발전 투자를 전문 테마로 한 펀드는 이번이 처음이다.
하나은행 농협은행 기업은행 등 은행 3곳과 연료전지 주기기 업체인 두산퓨얼셀이 펀드 수익자다. 즉 두산퓨얼셀의 주기기로 제작된 연료전지발전사업에 금융을 대는 펀드다. 지난해 개설된 일반수소 발전사업자(CHPS) 경쟁입찰 결과 주기기 점유율을 보면 두산퓨얼셀이 64%(115MW), 블룸에너지가 36%(66MW)를 각각 차지한 바 있다.
<한화클린수소에너지펀드>
펀드 운용사 및 규모: 한화자산운용, 860억원
펀드 수익자: 하나은행 농협은행 기업은행(1종) 두산퓨얼셀(2종, 손실시 우선 손실 부담)
투자 분야: 연료전지발전소 후순위 및 에쿼티 투자
향후 계획: 3-4건 투자 소진시 하반기 2호 설정
펀드는 지난해부터 도입된 일반수소 발전입찰시장(CHPS, 수소발전의무화제도) 사업을 주요 타깃으로 하지만 기존 RPS(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 기반 연료전지 발전도 담게 된다. 한화운용 관계자는 "투자 가이드라인에 맞고 펀드 수익자에 이익을 줄 사업이면 투자할 수 있다"면서 "작년 하반기 낙찰된 수소발전 입찰시장 사업 2곳을 우선 투자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860억원의 규모상 건당 200억~300억원 정도로 3,4건 투자하면 펀드가 소진될 것으로 한화운용은 전망한다. 예상대로 투자금이 소진되면 올 하반기에 시리즈 2호 펀드도 내놓을 예정이다.
이 펀드가 주목받는 이유는 사업성 우려로 소강 상태인 CHPS기반 연료전지발전 금융조달의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CHPS 제도 아래 총 24개(상반기 5개, 하반기 19개) 연료전지사업이 낙찰됐지만 그동안 금융조달에 성공한 사례는 화성 양감 수소연료전지 발전 1곳뿐이다. 지난해 낙찰돼 전력구매계약을 한 사업자는 24개월 내 발전소를 준공해야 해 금융조달이 시급한 상황이다.
그런데 기존 시장은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통해 사업 불확실성을 낮춰 금융조달이 원활했던 반면 CHPS제도 아래 사업은 연료전지에서 생산한 전력 판매수익으로만 사업성 판단이 이뤄진다. 지난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낮은 수준에서 낙찰가격이 결정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물가 및 금리 불안정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사업자들의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고정판매가격으로 투자비와 운영비를 회수하는 구조여서 낙찰가가 충분하지 않고 투자비가 높은 사업은 PF진행이 어렵고 사업자의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다 일반수소 발전입찰시장에서는 요구 REC방식과 같은 사업리스크 경감장치가 없기 때문에 주기기의 안정성 보장 문제도 해결해야 할 중요 과제다. 당초 예상한 성능 수준에 미달할 위험이 있는 것이다.
이에 한화운용의 수소연료전지 발전펀드는 후순위대출과 에쿼티에 집중 투자해 대출 안정성을 높이고 사업자의 금융조달을 돕겠다는 전략이다. 후순위는 말 그대로 선순위에 비해 담보나 변제 순위에서 후순위여서 선순위 대주의 금융안정성을 높인다.
펀드는 또한 손익차등형 펀드여서 손실 발생시 2종 수익자가 먼저 손실을 분담한다. 두산퓨얼셀이 펀드내 2종 수익자로 참여해 펀드 내에서도 1종 수익자인 은행들의 안정성을 높인 게 특징이다.
업계 관계자는 "펀드가 후순위를 받쳐주면 대주 모으기가 쉬워져 금융조달 속도를 높일 것"이라며 "다만 PF대출이 조달돼도 준공 이후 각종 변수에 따라 발전사업의 에쿼티 수익률 변동성은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