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부동산투자 나선 행공, 3가지 원칙은?
행정공제회(행공)가 최근 미국 상업용부동산에 투자하는 1억달러 규모 블라인드펀드를 설정했다. 미국 오피스를 중심으로 상업용 부동산의 부실 가능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나온 소식이다.
펀드 위탁 운용사인 신한자산운용은 글로벌 운용사인 프린시플자산운용이 증권화한 미국 CMBS(상업용부동산저당증권)상품에 간접 투자한다고 한다.
공실 리스크에 미 부동산시장 상황이 불확실함에도 행공이 과감한 투자에 나서자 부동산업계는 행공의 결정이 맞는 것인지 갸우뚱하고 있다.
이에 대해 행공 해외부동산팀 관계자는 12일 "상업부동산 전반에 투자심리가 꺾인 상황이지만 이미 가격에 상당부분 반영됐고 추가 하락할 우려가 많지 않다고 판단했다"면서 "남들이 좋지 않다고 할 때가 한편으로는 투자 기회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투자자금의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위해 펀드 운용사에 3가지 투자 원칙을 지킬 것을 제시했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설정된 펀드는 '싱글 매니지먼트 어카운트(SMA)'다. 즉 단일 투자자인 행공의 자금만을 담는 펀드여서 행공의 투자 방향과 우선순위 요구에 맞춰 매니저(운용사)가 관리, 집행해야 하는 구조다.
행공이 운용사에 제시한 우선 투자 원칙은 펀드에 선순위대출 채권만 담으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자기자본이나 후순위대출(메자닌)은 투자하지 말라는 게 전략이다. 미국 오피스빌딩의 자산가치 하락 및 대출기관의 대출한도 관리 강화로 자기자본(에쿼티) 투자자의 추가자금 투자 필요성이 커지면서 사모펀드·리츠 등 에쿼티 투자자의 채무불이행(EOD)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미 부동산에 투자한 국내 금융기관도 자기자본이나 중후순위 대출 등 고위험 투자를 단행한 것이 문제시되고 있다.
행공 관계자는 "에쿼티 투자라면 불확실성이 높지만 선순위대출만 투자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면서 "미국 금리가 오를대로 오른 상태여서 건물 자산가치가 많이 떨어진 만큼 선순위대출은 투자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두번째 투자 가이드라인은 선순위대출 중 건물 담보인정비율(LTV) 55% 이하 채권만 담을 것을 제시한 점이다.
펀드 투자자산 가운데 CMBS 채권등급 BBB급을 30% 이하로 제한하고, A등급 이상을 70% 이상으로 둘 것을 요구사항으로 했다. 행공 관계자는 "통상 CMBS 대출채권 등급 중 BBB의 LTV는 55%, A급 이상의 LTV는 40% 이내"라면서 "A등급이 많을수록 LTV가 최우선순위 내여서 더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담보대출 중 BBB등급 투자의 경우라도 투자자인 행공의 승인을 받고 투자할 것을 신한운용억 주문했다고 한다.
행공이 내놓은 마지막 투자 원칙은 상업용부동산 중 오피스 자산을 20%이내로 제한하라는 것이다. 공실률 확산으로 리스크가 커진 오피스빌딩은 최대 20%이하로 제한하고 물류센터, 멀티패밀리, 데이터센터 등 비오피스에 투자하라는게 행공의 투자 전략이다. 오피스의 펀더멘털이 악화됐을 뿐 그외 주거용이나 산업용부동산의 펀더멘탈은 견고하다는 게 행공의 판단이다. 다만 오피스를 아예 담지 않으면 미국 투자가 불가능하다고 운용사가 호소해 오피스를 일부 담는 것이라고 행공은 설명했다.
행공 관계자는 "이들 3가지 투자 원칙을 잘 준수하면 안정적이면서도 현 기준 6.5%의 높은 수익을 확보할 수 있어 미국 상업용부동산에 투자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