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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계열사 매각' 이병철 다올금융 회장, 유동성위기 뚫고 권토중래할까

원정호기자
- 7분 걸림 -
이병철 다올금융그룹 회장

이병철 다올금융그룹 회장은 요즘 제 살을 도려내는 것과 같은 심정 속에 있다고 그의 지인들은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다올투자증권의 과감한 구조조정도 부족해 그룹 내 핵심 계열사를 팔고 있어서다.

IB인력을 중심으로 최대 30%로 추산되는 인력이 다올투자증권을 떠났다. 뜻하지 않게 임직원과 헤어지는 것도 싫을텐데 구조조정 과정에서 사내 갈등을 포함해 적잖은 진통을 겪었다.  

40년 업력의  벤처캐피탈(VC)기업인 다올인베스트먼트를 매물로 내놓고 우리금융그룹과 협상중이며,  태국에서 증권업을 하는 다올 태국법인도 매수자를 찾고 있다. 다올투자증권의 구조조정이 일단락되면서 앞으로 다른 계열사 구조조정으로 번질 것으로 관측된다.

사실 이병철 회장은 올해를  증권계 최고경영인(CEO) 중 누구보다 산뜻하게 출발했다.  다올투자증권의 영업실적이 순항했고, 기업 인수나 계열사 상장 작업도 착착 진행됐다.

지난해 11월 유진저축은행을 인수해 다올저축은행으로 이름을 바꿔달았다. 다올저축은행은 수익성과 자산 건전성이 양호하면서도 캐시카우역할을 다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내 대표 VC인 다올인베스트먼트를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이 여세를 몰아 3월 KTB금융그룹에서 다올금융그룹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전임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을 겪은 터라 KTB보다는 이 회장이 지난 2004년 부동산신탁사(다올부동산신탁)를 창업하면서 가졌던 다올이라는 이름을 다시 간판에 새긴 것이다.  지난 7월에는 수제맥주회사와 콜라보해 `한잔다올'이라는 비매품 맥주를 내놓기도 했다.   다올을 알리고 싶어하는 이 회장의 브랜드 애착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반기 들어 부동산 개발시장이 침체되고,  증권업황이 악화되고 있었지만 이는 증권업계 모두의 문제였다.   유독 다올금융그룹에 먹구름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것은 지난 10월 19일이다.    그날은  다올투자증권 직원 약 700명과  다른 계열사 약 700명 등 총 1400명의 다올금융가족의 한마음 행사를 추진하던 때였다고 한다.  

그런데 갑자기 다올증권의 매각설을 포함한 황당한 지라시가 여의도 증권가를 중심으로 퍼졌다.   이 회장은 그룹 내 고위 임원들과 회의를 가진 결과 1조원 이상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하는 등 대응 가능한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했음을 체크했다.  다올투자증권은 지라시가 불순한 의도를 가진 자의 악의적 허위사실이라며 금융당국에 유포 내용을 신고했다.

그러나 이 괴소문은  다올이 가꿔온 시장 신뢰와 회사 평판에 타격을 가했다.  레고랜드발 단기자금시장 경색과 맞물려 다올투자증권이 매입 확약한 PF유동화증권의 차환 발행이 안돼 자체 매입을 실행해야 했다.  다올투자증권의 기업어음(CP) 유통금리는 한때 연 12%까지 치솟기도 했다.  

지라시가 수난의 단초를 제공했다면 부동산PF에 편중된 영업구조가  복합 위기를 불렀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9월말 다올투자증권의 우발채무 규모는 6578억원(자기자본 대비 94.7%)으로 양적 부담이 있다.  이 중 부동산PF 관련 약정(PF우발채무)이 5541억원(자기자본 대비 79.7%)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PF우발채무는 전액 신용공여형이며, 변제순위상 중·후순위약정 비중이 90%를 상회하고 브릿지론 비중이 30% 내외로 구성돼 질적위험도 높다.

김선주 한기평 선임연구위원은 "유동성GAP 대비 우발채무 비중이 98.7%로 과중한 가운데,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단기금융시장 경색과 부동산PF 관련 우려 확대로 중소 증권사의 부동산PF 유동화증권 차환발행 부담이 확대됐으며 자체 자금조달도 원활하지 않아 재무부담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회사의 자금관리 계획과 채권시장안정펀드 등 금융당국의 유동성지원을 감안한 유동성 대응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10월 이후 불과 2~3개월 새  급속한 추락을 경험한 이 회장은 강도높은 구조조정으로 대응하고  계열사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 등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다올투자증권 외의 다른 계열사에도 여러 구조조정 신호가 갈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상황과 시나리오별 플랜에 따라 구조조정이 어느정도로 확대될지는 알수 없다. 다만 금리 상승세가 멈추지 않아 내년 상반기에 부동산PF시장이 더욱 좋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런 가운데 이 회장의 오랜 지기인 이학구 하나자산운용 대체투자부문 부사장도 사의를 표하고 이달말 회사를 떠난다.  이 회장이 경영 정상화를 위해  단행한 대처와 후폭풍의 엄중함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앞으로 이 회장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상처를 받은 조직을 다시 추스리고 영업에 매진해야 하는 숙제도  안게 됐다.

다만 그룹의 앞날이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다올인베스트먼트와 다올 태국법인의 매각이 마무리되면 2000억~3000억원 이상의 현금이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9월말 유동성비율(잔존만기 3개월 이내)과 우발채무의 전액 현실화를 가정한 조정유동성비율이 각각 118.2%, 100.2%로 우수한 수준이다.  부동산PF 자문·주선 사업의 의존 비중을 낮추기 위해 관련 조직을 크게 축소하고 실적방어를 위해 수입원을 다각화하고 있다.  강도높은 리스크 관리 강화와 맞물리면 시장이 우려하는 실적 변동성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이 회장의 오랜 꿈은 미국 블랙스톤과 맞먹는 글로벌 종합부동산금융그룹을 육성하는 것이다.   이 회장이 사업과 조직을 안정화한 뒤 외풍에 휘둘리지 않고 기초체력이 탄탄한 종합부동산그룹을 세워나갈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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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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